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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2-08-01

12인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새로운 의자 분류법

정신 활동으로 분류한 의자 디자인 전시 <모노카픽>

기간 2022.07.21 - 08.03
장소wrm space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구 마포디자인·출판지원센터, 현 복합문화공간 왓리얼리매터스(Whatreallymatters)가 운영하는 전시 공간 wrm space에서 새로운 의자 분류법을 제안하는 <모노카픽(Monocarpic)>전이 오는 8월 3일까지 열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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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카픽(Monocarpic)>전 전경 ⓒ강예린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신체성을 고려해 온 디자인의 기능주의적 강박으로부터 벗어나 디자인과 정신성(spirit)과의 관계를 주목한다. 김상규, 박성원, 박지민, 방효빈, 이영은, 이지원(아키타입), 정유종, 제로랩, 카야, 홍정아, 황다영, 황회은(아로공간) 등 12명(팀)이 참여해 15개의 의자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들이 제안하는 의자 디자인의 새로운 카테고리. 집중(Focus), 교류(Commune), 놀이(Play), 휴식(Rest) 네 가지 정신 활동으로 구분했는데 각각의 정신 활동과 이를 위한 환경 그리고 행동을 고려해 의자를 디자인했다. ‘집중’을 표방하는 박성원 디자이너의 ‘Springy Prayer'(2022), 카야의 ‘당신의 정신 건강을 위한 스파이키 스툴(A Spiky Stool for Your Mental Health)'(2022) 그리고 정유종의 ‘Gray<Black>Gray'(2022)는 기도를 하는 상황부터 반복적인 적합 방식 그리고 뾰족한 외형으로 불편함을 초래하며 물리적인 존재감으로 집중을 유도한다.

(왼쪽부터) 카야의 '당신의 정신 건강을 위한 스파이키 스툴(A Spiky Stool for Your Mental Health)'(2022), 박지민의 '대화의 완성(Completion of Dialogue)'(2022), 방효빈의 '오링체어(O-ring chair1)'(2021) ⓒ강예린

‘교류’의 영역에서는 박지민 디자이너의 ‘대화의 완성(Completion of Dialogue)'(2022)과 홍정아의 ‘애완의자 만들기(Making a Pet-Chair)'(2022) 그리고 방효빈의 ‘미묘한 교류(Untact Contact)'(2022)가 관계 형성부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감정들을 주목했다. 독특한 세공 기법과 재료 사용 그리고 매일의 직관적인 감각으로 탄생한 방효빈의 ‘오링체어(O-ring chair1)'(2021)와 이영은의 ‘VR stool'(2022), 제로랩의 ‘스툴스(Stools)'(2022)는 정신 활동을 기반으로 한 네 가지 카테고리 중 ‘놀이’를 이야기한다.

(왼쪽) 황다영의 '언더더씨 시리즈 - 의자 01(Under The Sea series - Chair 01)'(2022) (오른쪽) 김상규의 '공중착석(Sitting in the air)'(2022) ⓒ강예린

마지막으로 ‘휴식’이라는 정신적 활동과 상태를 위한 디자인을 제안한 김상규 디자이너의 ‘공중착석(Sitting in the air)'(2022)과 황다영의 ‘언더더씨 시리즈 – 의자 01(Under The Sea series – Chair 01)'(2022) 그리고 이지원(아키타입)의 ‘최소 휴식의 조건(The Minimum Breaks)'(2022)과 황회은(아로공간)의 ‘서클 벤치(Circle Bench)'(2022)는 독특한 형태와 발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들은 중력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 조건을 제안하고, 시각과 촉각의 자극을 통해 정신을 환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사회 속 문제의 지점을 디자인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와 전시장에서 관객과의 인터렉션을 통해 디자인의 의도를 전하고자 하는 시도까지. 신체에 맞춘 기능주의적 관점이 아닌 정신 활동을 위한 의자 디자인을 소개한다. 아울러 ‘의자’라는 매개물로 신체와 기능이 지배적인 현대 디자인의 속성에서 탈피해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과 담론의 장을 시도하는 디자인 큐레이터 이서영을 만나 이번 전시에 담긴 의도와 놓쳐서는 안될 포인트를 물었다.

Interview with 이서영 디자인 큐레이터

 

 

전시 이름이 독특하네요. 전시명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려요.

모노카픽(Monocarpic)은 ‘일임(一稔) 식물’의 영문 이름입니다. 일임 식물은 한 번 꽃을 피우고 씨를 뿌린 뒤 죽어요. 이는 종료되면 사라지는 전시의 운명과도 닮아있죠. 또한 이 전시는 ‘확장성’이라는 성격을 지니는데요. 죽기 전에 뿌린 씨에서 다시 식물이 자라나듯이 이번 전시의 정신이 다른 시각 문화 영역으로 뻗어가기를 바라며 이름을 붙였습니다.

<모노카픽(Monocarpic)>전 전경 ⓒ강예린

이번 전시는 ‘의자’를 통해서 디자인과 신체성의 관계를 이야기하는데요.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필요 이상의 물건을 가지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도서관과 따릉이를 애용하고, 집에는 기본 시스템 가구만 있어요. 그 외에는 의자가 하나 있는데 일을 하기 위해서 마련할 수밖에 없었어요. 의자 없이는 책상 앞에서 집중할 수가 없거든요. 집중, 즉 정신 활동을 위해 의자가 있어야 했어요. 머리로 하는 일이지만 일하는 동안 몸을 앉힐 사물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자의 목적과 본질이 신체가 아닌 정신적 활동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자연스레 전시로 이어졌습니다.

 

아울러 이를 ‘전시’라는 언어로 이야기하고자 한 이유도 궁금하네요.

의자라는 매체를 통해서 신체와 정신의 관계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이를 위해서 모순적이지만 의자가 가진 정신성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고요. 관람객이 직접 앉아보고 만져 볼 수 있도록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모노카픽(Monocarpic)>전 전경 ⓒ강예린

<모노카픽>에서는 12명의 디자이너 작품을 볼 수 있어요. 디자이너를 선별한 기준도 있을까요?

다양한 정신 활동을 보여주기 위해 전통적인 나무부터 레진, 벨크로, 실리콘, 금속 등 다채로운 소재를 사용하는 작가를 섭외했어요. 또한, 작품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가 신체성 너머의 영역을 탐구할 수 있어야 했죠.

 

여러 명(팀)의 디자이너와 함께 전시를 준비하셨어요. 준비 과정이 마냥 쉬운 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참여 작가를 선정할 때는 고민이 있었지만, 섭외와 작품 방향이 결정되고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만, 오프라인 전시 공간 구성에 고민이 많았어요. 작품의 내용을 시공간의 제약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온라인과 달리 전시장은 물리적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모노카픽(Monocarpic)>전 전경 ⓒ강예린

반대로 전시를 준비하면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다면요?

디자이너의 작업과 그들의 삶이 맞닿아 있으면 결국에는 모두 이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기도하는 의자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는 전시 준비 중에 실제로 목사가 되기도 했어요.

 

한편 이번 전시는 정신 활동을 집중, 교류, 놀이, 휴식 등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별하더라고요?

네 가지 카테고리를 새로 제안한 이유는 이번 전시에서 소개한 의자들이 전통적인 의자의 분류 체계로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카테고리를 인간의 정신 활동으로 다시 나누었어요. 흥미로운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집중, 교류, 놀이, 휴식이라는 카테고리가 팬데믹 이후로 더 많이 논의되는 주제라는 사실이에요.

<모노카픽(Monocarpic)>전 포스터 ⓒ강예린

오는 8월 3일까지 진행하는 전시 <모노카픽>을 전시 의도에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감상 팁이 있을까요?

전시장 입장 시 QR 코드를 통해 웹 카탈로그에 접속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시장에서 작품에 앉아 웹에서 설명을 보는 행위가 주는 그 간극 속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신체성과 정신성 사이를 오가는 듯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전시 기간 중 접한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이었을지도 궁금합니다.

작품 설명을 읽기 전 관람객이 던지는 직관적인 이야기가 재밌어요. 작품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한 듯하면서도 결국 연결되어 작품을 확장시키거든요.

 

이번 전시에서 소개한 각기 다른 디자인의 의자 중에서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의자가 있다면요?

소장보다는 지금 당장 도입되기를 바라는 의자가 하나 있어요. 바로 아키타입(archetypes)‘최소 휴식의 조건(The Minimum Breaks)’. 이 의자는 노동자들을 위한 최소 휴게시설의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는 작업으로 휴게 공간의 설계도를 그래픽으로 나타낸 의자예요.

이지원(아키타입)의 '최소 휴식의 조건(The Minimum Breaks)'(2022) ⓒ강예린
이지원(아키타입)의 '최소 휴식의 조건(The Minimum Breaks)'(2022) ⓒ강예린

이번 전시를 관객이 어떻게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있을까요?

<모노카픽>에서는 사물이 가진 정신성과 주체성에 주목하고 그 관계를 흐트러뜨려요. 관객이 전시장 바깥에서 마주치는 사물을 대할 때 이번 전시의 접근 방식을 떠올렸으면 해요. 그리고 그러한 정신이 또 다른 곳에서 다시 움트기를 바라요.

이정훈 에디터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모노카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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