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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8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원의 모습은?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정원의 미래: 자연이 디자인하다>
오늘날 정원은 깊은 문화적 뿌리와 정체성을 가진 꿈과 비전의 거울로서 사회 정의,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험의 장으로서 인간과 자연과 관계를 나타내는 장소이다. 독일 바일 암 라인(Weil am Rhein)에 있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오는 10월 3일까지 선보이는 전시 <정원의 미래: 자연이 디자인하다(Garden Futures: Designing with Nature)>를 통해 현대 정원의 역사와 미래라는 테마를 다룬다.
Installation view 〈Garden Futures: Designing with Nature〉 © Vitra Design Museum Photo: Ludger Paffrath

어떤 아이디어와 개념이 오늘날 정원에 대한 우리의 이상을 형성했을까. 또 정원은 모든 사람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미래를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인 듀오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가 총괄 디자인을 맡은 이 전시회는 데크 의자부터 수직 도시 농장, 현대 커뮤니티 가든, 호베르투 부를리 마르스(Roberto Burle Marx), 민 로이스(Mien Ruys), 데릭 저먼(Derek Jarman)과 같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친환경 건물과 정원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생활 문화, 조경 건축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게 한다.

Installation view 〈Garden Futures: Designing with Nature〉 © Vitra Design Museum Photo: Ludger Paffrath

역사적으로 정원은 항상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구체화되는 공간이었다. 자연이 둘러싸여진 곳에는 정원을 만들기 위한 연과의 관계가 늘 반영되며, 때로는 사회와 시대와의 관계가 반영되기도 한다. 전시는 이러한 점을 전시장 초입에서 독일 화가 한스 토마(Hans Thoma), 스위스 저널리스트이자 사진가 게오르크 게르스터(Georg Gerster), 독일예수회 수사 겸 학자인 아타나시우스 키르허(Athanasius Kircher), 미국의 조경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바바라 스타우파허-솔로몬(Barbara Stauffacher-Solomon), 아르메니아 건축가 가브리엘 게브레키안(Gabriel Guevrekian),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 미국의 조경가 토마스 처치(Thomas Church), 영국의 정원 디자이너이자 작가 비타 색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 멕시코 건축가 루이 바라간(Luis Barragán) 등의 작품으로 구성된 미디어 설치 작품에서 예술과 건축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나간다. 정원은 우리의 일상과 상상력에 영감을 주는 장소로 등장하며, 때로는 매우 실용적이지만 때로는 깊은 상징성으로 철학적/종교적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Céline Baumann, Das Parlament der Pflanzen, 2020 © Studio Céline Baumann
Entwurf für das Pflanzendesign des Oudolf Gartens auf dem Vitra Campus, 2020 © Piet Oudolf

한편 가장 친밀한 정원조차도 개인적인 휴식처일 뿐만 아니라 사회 및 역사적 발전, 정치 및 경제적 이해관계, 문화적 가치 체계의 방증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이 주제가 전시가 다루는 두 번째 파트이다. 오늘날 서양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많은 다년생 식물은 식민지 역사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전 세계로 살아있는 식물을 운송하는 것은 상업적 식물 무역과 개인 정원문화를 변화시킨 테라리움의 창시자였던 나다니엘 배그쇼우 와드(Nathaniel Bagshaw Ward)의 상자에 의해 가능해졌다. 이는 식민지 세력의 이익을 위해 차나 고무와 같은 중요한 작물의 글로벌 교류를 촉진했으며 침입의 확산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Alexandra Kehayoglou, Santa Cruz River, Teppich,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2016/17 © Alexandra Kehayoglou

또한 19세기에는 도시와 정원을 결합하려는 수많은 도시주의 개념이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1898년 영국의 사회 개혁가 에벤에저 하워드(Ebenezer Howard)는 가난한 계층도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는 정원 도시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식화했다. 1970년대에 뉴욕에서 리즈 크리스티(Liz Christy)가 시작한 게릴라 가드닝 운동은 도시 정원을 사회 정의와 대중 참여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크리스티와 그녀의 전임자들이 제기한 애초에 누가 정원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정원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도시 환경에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가 라는 논쟁들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Julien de Cerval, Gärten von Marqueyssac, Frankreich, entworfen in den 1860er Jahren Foto: Romain Laprade, 2020

전시의 세 번째 파트에서는 앞서 언급한 게를라 가드닝 운동이 남긴 질문에 대한 선구적인 정원 디자이너 9명의 답변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브라질 조경가 호베르투 부를리 마르스는 토종 식물을 사용해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정원을 디자인했고, 네덜란드 정원 디자이너 피에트 우돌프(Piet Oudolf)의 식물 구성은 꽃이 피었을 때뿐만 아니라 꽃이 지고 있을 때도 매력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출신 작가이자 정원 디자이너인 자메이카 킨케이드(Jamaica Kincaid)는 미국 버몬트에 있는 자신의 정원을 식민지 역사, 이주 및 문화적 전유에 대한 조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Friedrich August Krubsacius, Entwurf für einen unbekannten Garten, 1760 © SLUB Dresden / Deutsche Fotothek, Deutschland

영화감독 데릭 저먼은 자신의 죽음에 직면했을 때 영국 남부 해안의 원자력 발전소 옆 척박한 자갈밭에서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번성하는 정원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의 조경가 응 섹 산(Ng Sek San)은 쿠알라룸푸르에 세계 대도시와 대도시의 많은 시민 이니셔티브의 모범이 되는 커뮤니티 가든을 설립하는 데 일조했다. 반면, 중국 현대미술 작가 정궈구(Zheng Guogu)의 광대한 리아오 정원은 비디오 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미학을 차용하여 가상 환경과 현실 환경 사이의 다리를 구축했다.

Zheng Guogu, Liao Garden, Yangjiang, China, entworfen ab 2005
Mit freundlicher Genehmigung von Zheng Guogu und Vitamin Creative Space

이 모든 사례는 창조자의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태도를 매혹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정원의 정체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예술, 건축, 디자인의 접점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어 별도의 디자인 분야로서의 정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Liz Christy in einem ihrer Gärten an der Lower East Side, New York City, 1975 Foto: Donald Loggins

전시의 마지막 파트에서는 정원의 미래를 다루는 현재 프로젝트를 살펴본다. 실제로 정원은 어떻게 디자인될까. 정원은 항상 만들어지고 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은 실패도 하고 성공을 축하하기도 하며, 다른 사람 및 자연과 협상하고 협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원은 우리에게 계속 배우도록 강요한다. 개인적, 사회적 환상을 시험하고, 경험을 처리하고, 통찰력을 얻고, 환경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정의한다. 전시는 이 접근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현대 및 역사적 디자이너들이 정원을 미학적으로 연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그들의 매우 다른 태도와 의도는 정원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알 수 있다.

Liz Cristy in einem Gemeinschaftsgarten, New York City, 1970er Jahre
Foto: Donald Loggins

정원은 개인적인 트라우마와 마주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모두에게 행복을 약속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한 정원사는 평생 자연 보호를 옹호하며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식물을 연구하고, 다른 정원사는 식물을 억압이나 권한 부여의 상징으로 이해하며, 또 다른 정원사는 식물을 치료제로 사용하는 오랜 전통에 전념한다. 자연과 문화, 정원과 건축 사이의 긴장된 관계는 반복적인 논쟁의 주제다. 전시에서 보여주는 현재의 사례들은 오늘날의 정원이 어떻게 미래 디자인의 중요한 실험 분야가 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제 정원은 축소판 세계나 현실 도피처가 아니라 사회적, 생태적으로 더 정의로운 사회 조건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하는 자신감 있는 프로토타입이 된 것이다.

J. Howard Miller, Plakat für das Westinghouse War Production Co-Ordinating Committee, USA, ca. 1942 © Detre Library & Archives at the History Center

기후 위기, 사회적 불공정, 생물의 다양성 위협, 사회적 고립의 시대에 정원은 미래에 대한 혁신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원은 치유, 영성 또는 학습의 장소로 중심 무대를 차지한다.

Oberrheinischer Meister, Das Paradiesgärtlein, ca. 1410-1420 © Sammlung Städel Museum Frankfurt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아르헨티나 예술가 알렉산드라 케하요글루(Alexandra Kehayoglou)의 대형 태피스트리 작업 <초원>은 영원할 것 같은 자연이 받는 기후 변화의 극적인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인식이 도시, 건물, 학교 및 기타 영역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는 독일 출신 건축가 토마스 루스테마이어(Thomas Rustemeyer)가 6미터 크기의 일러스트레이션에 전통 및 토착 관습과 함께 묘사한 현재 정원 프로젝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인류세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지구 전체를 책임감 있게 가꾸고 사용하는 정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글 김정아 객원 기자

프로젝트
<정원의 미래: 자연이 디자인하다(Garden Futures: Designing with Nature)>
장소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주소
Charles-Eames-Straße 2, 79576 Weil am Rhein, 독일
일자
2023.03.25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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