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6

이케아와 H&M이 만든 ‘아이디어 팩토리’

아이디어가 통과하는 만남의 장소이자 일터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팬데믹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다시 예술계 및 디자인계에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몇 년 동안 빗장을 걸고 열리지 못했던 페어가 문을 열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으며, 브랜드들은 신진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자리를 마련하며 팬데믹 이후 찾아온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패스트패션 트렌드를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을 연구하는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은 H&M과 가구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케아가 서로 파트너십을 맺어 화제가 되었다. 이들은 협업을 통해 런던에 본사를 둔 디자이너와 소규모 제조업체를 멘토링, 홍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이디어 팩토리, ‘아틀리에 100(Atelier 100)’을 선보였다.
이미지 출처: ingkacentres 페이스북

아틀리에 100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대대적으로 공간을 마련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오프라인 매장은 이케아가 영국 이스트 런던 해머스미스(Hammersmith)에 최초로 문을 연 쇼핑센터 ‘리바트(Livat)‘에 자리 잡게 되었다. 리바트는 올해 2월에 문을 열었으며, 런던 시민 및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먹고 쇼핑할 수 있게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지역 사람들의 창의성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이 공간은 유명 브랜드의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제’ 적응형 소매 공간 등이 함께 있어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로컬과 글로벌이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에서 아틀리에 100이 문을 연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ingkacentres 페이스북

리바트에서 지난 5월 19일 문을 연 아틀리에 100은 디자이너와 메이커들이 새로운 제휴와 아이디어를 육성하면서 창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이자 일터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프로젝트의 소개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영국 현지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아틀리에 100은 크리에이티브, 메이커, 제조사, 디자인 업계 전문가들의 집합체에 의해 주도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입니다.”라며 “현지 디자인 및 현지 생산의 장점에 다시 초점을 맞추기 위해 설립된 아틀리에 100은 그렇지 않았다면 멈췄을 아이디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합니다.”라며 로컬 벤쳐 기업을 후원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미지 출처: ingkacentres 페이스북

지역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지역의 창작자와 제작자가 서로 결합하고 연결하며 지속 가능한 상용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세상의 그 어떤 위험에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불꽃이 사그라지지 않고 불타오르기를 바라며 각종 후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이곳에 참여하는 지원자들은 H&M과 이케아 및 기타 내부 전문가로부터 교육 및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데, 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재무, 포장, 생산, 법률 등 사업 구축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들에 대해 배우게 된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ingkacentres 페이스북

또한 아틀리에 100은 지원자들이 아이디어를 상업적으로 판매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최대 10,000파운드(약 1,575만 원)까지 후원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은 아틀리에 100 매장에서 판매되며 온·오프라인으로 홍보되는 영광을 누린다. 아틀리에 100에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뷰티, 패션, 주얼리,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하다. 크리에이터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며 후원하는 이곳에서 유일한 제한은 디자인 제품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방문객이 충분히 들고 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여야 한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제품에 맞춰 매장 분위기도 변경할 수 있다고 하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들에게는 환상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미지 출처: ingkacentres 페이스북

이케아의 모회사인 잉카(Ingka) 그룹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마르쿠스 엥그만(Marcus Engman)은 “이 시범 프로젝트가 효과가 있다면 앞으로 전 세계 다른 도시에서 더 많은 장소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라며 “현재는 소매업에 도전적인 시기일 수도 있고 현재보다 미래의 소매업 방식을 개발할 기회가 가장 많은 시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려고 노력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봅니다.”라며 아틀리에 100을 설립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들에게 아틀리에 100에 대한 아이디어는 한동안 논의되어 온 주제였었다. 그러나 팬데믹과 더불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람들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이 아이디어는 잠시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시기가 온 것이다.

이미지 출처: atelier100 홈페이지

아틀리에 100은 패션과 가구 등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조하는 200여 개 업체와 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를 목록화해 런던 주변의 창작 커뮤니티와 연계했으며, 지난 4월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20팀의 크리에이터들을 선정했다.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은 런던 반경 100km 이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능했다. 그렇게 행운의 기회를 얻은 이들은 자신들의 개성이 담긴 디자인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현재 리바트 매장에 이들의 제품이 입고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중 눈길을 끄는 디자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이미지 출처: atelier100 홈페이지

디자이너 빈 런던(BEEN London)은 DHL 광고 현수막을 활용한 백 팩을 선보였다. 포뮬러 1(Formula 1)에서 배경이 되었던 이 현수막들은 이스트 런던에서 활동하는 장인의 방법에 따라 최대한 손실 없이 재단되어 가방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거의 2톤의 폐기물이 새 생명을 얻어 독특한 분위기의 제품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atelier100 홈페이지

디자이너 스튜디오 폴드(Folde)가 선보이는 귀걸이 ‘나움(Naum)‘은 러시아의 아방가르드 조각가인 나움 가보(Naum Gabo)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액세서리다. 구성주의 조각가가 선보였던, 질량이 느껴지지 않는 곡선 형태의 조각 작품에 영감에 영감을 받았기에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들은 재활용 은을 소재로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을 제작하며 공예 정신을 살려나가는 것에 의의를 둔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atelier100 홈페이지

디자이너 아담 존스(Adam Jones)의 ‘오리 조끼(Duck vest)’는 재활용된 면과 폴리에스터 소재로 제작되었다. 이 조끼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영국의 빈티지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로컬 펍이나 영국 할머니의 오래된 집의 주방을 장식할 것 같은 그림이 2022년에 만들어진 조끼에 그려졌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영국인들에게는 향수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는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atelier100 홈페이지

이 밖에도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타이다이 염색 기법이 들어간 전신 타이즈 및 스타킹, 마치 사탕 같은 느낌을 선사하는 알록달록한 색감의 반지들, 언제 어디서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간편한 커피 메이커 세트, 방의 분위기를 전환시켜 줄 룸 스프레이, 독특한 향을 뿜어낼 것처럼 보이는 소이 캔들, 독특한 얼룩 패턴이 인상적인 반려견 밥그릇, 시스루와 니트를 믹스한 독특한 의류, 항공 공학을 바탕으로 만들어 아이가 자라는 대로 같이 커갈 수 있도록 디자인된 의류 등이 있다. 모두 기발하면서도 독특한 감성이 느껴져 눈길이 머물게 되는 디자인들이다.

이미지 출처: atelier100 홈페이지

H&M의 글로벌 브랜드 혁신 매니저인 카밀라 헨릭슨(Camilla Henriksson)은 “우리는 익숙한 길을 택하는 대신, 여기 런던에 존재하는 창조적인 것, 새로운 재료 그리고 소규모 생산자들을 찾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매우 흥미로운 모험의 시작으로 봅니다. 런던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있는 곳에서 이 크리에이터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라며 “예술, 엔터테인먼트, 레크리에이션 분야의 기회가 팬데믹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H&M과 잉카 그룹은 이번 기회를 크리에이티브 및 메이커와 직접 접촉하여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가시성을 제공하고 비즈니스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의 바람대로, 몇 년 동안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크리에이터들에게 아틀리에 100이 새로운 기회가 되길 바란다.

박민정 객원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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