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0

포토그래퍼의 포토그래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특별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
지금이야 스마트 폰으로 순간의 찰나를 간편하게 사진 촬영할 수 있다지만, 카메라와 필름이 귀했던 과거는 오로지 포토그래퍼의 눈에 포착된 기록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어쩌면 ‘찰칵’하는 순간이 더 진중했을지도. 그럼에도 흘러간 시대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담아낸 진정한 사진 예술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을 추천한다.
사진집 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시 동선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 ⓒ김시훈

시대의 변화와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는 사진 예술의 정수

이번 전시는 사진작가들의 바이블이라고도 불리는 사진집 <결정적 순간>의 발행 70년을 기념하여 열린 특별전이다. 이 책이 무엇인가 하니,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Henri Cartier Bresson ’의 정수가 담긴 사진집. 전시를 통해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결정적 순간>에 수록한 오리지널 프린트와 1952년 프랑스어, 영어 초판본을 공개한다. 뿐만 아니라 출판 당시 편집자는 물론 예술가들과 카르티에 브레송이 직접 주고받은 서신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의 생전 인터뷰와 실제 소장했던 라이카 카메라를 포함한 컬렉션을 소개한다니 볼거리가 가득하다.

사진집 발행 70주년을 기념하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특별 전시를 오픈했다. ⓒ김시훈

전시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순으로 펼쳐진다. 사진집 <결정적 순간>의 리얼 북으로 시작하는데 동선에 따라 유럽, 멕시코, 동길, 아메리카, 인도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전시 섹션으로 나누었다. 마지막 전시 공간에는 사진집을 미디어로 볼 수 있는데 천천히 사진을 감상하고 살펴보면 의미 있을 듯하다. 마치 한 권의 사진집을 꼼꼼히 훑어본 것처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을 오감으로 체험하고 싶다면 서둘러 보길.

heyPOP’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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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진을 찍을까?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일까?

일상의 장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좌) Barrio Chino, Barcelona, Spain, 1933 © Henri Cartier-Bresson _ Magnum Photos / 우) Behind the Gare St Lazare, Place de l'Europe, Paris, France, 1932 © Henri Cartier-Bresson _ Magnum Photos
Boston, United-States, 1947 © Henri Cartier-Bresson _ Magnum Photos

굉장히 쉬운 질문 같으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은 이러한 질문을 가진 사람, 아니 사진을 찍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기획한 전시다. 무엇보다도 책이 중심이 된 이유가 궁금했다. 사진집 <결정적 순간>은 1952년 출간된 이래 사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산으로도 평가받는 업적이다. 발간 7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카르티에 브레송이 직접 설명하는 자신의 작업과 이 책에 관련된 슬라이드 쇼 렉처 영상(ICP, 1973) 등으로 작품에 대한 본질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전하고자 한다.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관련 인물들과 직접 주고받은 서신들. ⓒ김시훈
전시 마지막 섹션에서는 사진집을 미디어로 만나볼 수 있다. ⓒ김시훈

특히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관련 인물들과 직접 주고받은 서신들이 당시의 에피소드를 증명한다. 편집자이자 당대 최고의 컬렉터였던 테리아드,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목을 지어준 사진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인 딕 사이먼,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책의 커버 아트와 타이틀을 손수 그려 넣어준 앙리 마티스까지. 역사적인 사진집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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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들의 바이블, 역사적인 사진집

<결정의 순간>의 비하인드 스토리

Cover by Henri MATISSE of Henri CARTIER-BRESSON's book "The decisive moment".

본래 <달아나는 이미지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프랑스어판과 동시 발행된 영문판의 제목 <결정적 순간 The Decisive Moment>은 책의 서문에 인용한 ‘이 세상에 결정적 순간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레츠 추기경의 회고록 문구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진 이름이다. 출간과 동시에 열렬히 지지받은 이 책의 제목은 <결정적 순간> 그 자체로 사진이 발명된 이래 가장 회자되는 표현이 되었으며, 모든 사진작가들의 모티프가 되고 있다.

 

이쯤 되면 ‘세계적인 거장인 앙리 마티스가 왜 그의 사진집 커버를 그려줬을까?’가 궁금할 듯. 책을 준비할 당시 유명하지도 않았던 젊은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커버 디자인을 앙리 마티스가 맡아 주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 카르티에 브레송은 우연히 앙리 마티스의 작업실을 들렀고, 그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옆에서 그저 조용히 아트워크를 지켜보았다고. 카르티에 브레송의 예의 바른 에티튜드에 반한 앙리 마티스가 흔쾌히 사진집 커버와 타이틀을 그려주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앙리 마티스는 건강이 매우 쇠약한 상태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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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세상

“사진보다 삶에 더 관심이 많다”

Henri Cartier-Bresson drawing at home, Paris, 1992. © Martine Franck _ Magnum Photos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한 말이다. 그는 일체의 인위성에 반대하며 연출을 위해 플래시를 터트리거나 사진을 크롭하는 행위를 배제했다. 그렇기에 그는 대상이 형태적으로 완벽하게 정돈되면서 그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에만 셔터를 눌렀다.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는 사진집 제목과도 일맥상통하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단어로 함축할 수 있다.

나에게 사진은 드로잉의 한 수단이었다.

직관에 의한 스케치 같은 것인데 드로잉과 달리 사진은 고칠 수가 없고, 고치려면 다시 찍어야만 한다.

삶은 흘러가는 것이라 사진을 찍는 순간 사라지기 때문에 똑같은 장면을 다시 찍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영원히.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좌) Henri Matisse and his model Micaela Avogadro, Vence, France, 1944 © Henri Cartier-Bresson _ Magnum Photos / 우) Henri Cartier-Bresson photographed by Martine Franck. Forcalquier, France, 1972. © Martine Franck _ Magnum Photos
The Forbidden City, Beijing, China, December 1948 © Henri Cartier-Bresson _ Magnum Photos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로도 불리는 카르티에 브레송은 어떻게 포토그래퍼가 되었을까? 그는 원래 실을 만드는 섬유 공장의 아들이었다. 어렸을 때 회화를 배웠는데 아마도 이 때문에 그의 사진이 황금비율에 맞춘 구도감을 자랑하는 것일 테다. 1930년대 초 사진작가 외젠 앗제와 만 레이의 사진을 접한 계기로 사진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고, 이후 작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진을 순간의 스케치라고도 말하는 그는 오로지 직관과 본능에 의지해 진정성을 포착했다. 카르티에 브레송에게 카메라는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예리하지만 따스한 시선이었을 것이다. 아무런 설명 없이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보았으면 하는 그의 바람대로, 텍스트 설명 없이 아주 자연스러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 타임라인을 따라 전시를 보다 보면 세세하게 담긴 인물의 표정과 감정에 생생한 시대의 상황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  김소현 수석 에디터

자료 제공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사무국

프로젝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주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일자
2022.06.10 - 2022.10.02
주최
Fondation Henri Cartier-Bresson, UNQP Ltd., KATE FARM
김소현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게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ENFP. 그저 잡지가 좋아 에디터가 되었고 글 쓰기가 좋아 몇 년 째 기자를 하고 있다. 즐겁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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