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과 다름없던 디자인 스튜디오 브리콜랩(BrCl)은 단기간 내 굳건한 팀을 이뤘다. 한남의 파온(Paon), 서울숲의 아카이브앱크(Archivépke) 쇼룸, 잠원의 흐르르(Hrr)⋯. 브랜드명을 들으면 절로 공간이 먼저 떠오를 만큼 특색있는 이미지를 선보이며 성장 궤도에 오른 브리콜랩의 여정은 또 어떤 이미지로 그려질까.
Interview with 브리콜랩
김용권 대표
최근 작업한 공간 ‘흐르르(HRR)’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브랜드의 쇼룸인가 했는데 베이글을 판매하는 카페였네요. 굉장히 이색적인 공간이었어요.
흐르르는 한강을 이야기 하고싶은 대표와 만나 진행한 작업이에요. 잠원동 토끼굴 초입에 위치한 사이트여서 강과 인접해 있거든요. 한강의 이미지를 공간에 담아내기 위해 자료 조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과거 충청과 영호남으로 연결되는 나루터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보니 현재의 모습이 아닌, 나루터가 즐비하던 시절 한강의 이미지를 풀어내기 위해 ‘머물다 갈 수 있는 나루터’라는 테마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메인 컬러를 담은 흰 벽과 고목 기둥은 돛을 단 나룻배를 연상시키죠.
흐르르가 근방에서 가장 눈에 잘 띄기를 바랐어요. 공간 내부로 빛이 쏟아지면 확실히 공간 자체가 주는 힘이 극대화될 것 같더라고요. 자연광이 유리를 투과하면서 공간에 닿을 때, 에메랄드 색으로 비치며 물이 가득 찬 것과 같은 느낌을 주도록 실링 일부를 유리로 마감했습니다. 의도대로 정말 강물이 넘실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 점을 즐겨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의 오피스는 어떤 모습일까 부푼 기대를 안고 왔습니다.
기대만큼 좋은 공간이어야 할 텐데요. (웃음) 오피스를 구하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았어요. 풍수지리도 많이 봤고요. 복층 구조인 이곳에 둥지를 틀기로 결심한 가장 큰 요인은 공간이 주는 이미지였습니다. 공간 디자이너들이 머무는 공간이니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영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손을 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다듬으려고 노력했어요. 계단 위치를 바꾸고 공간의 면을 정리했습니다.
사실 오피스를 꾸리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팀 빌딩이었어요. 지금의 팀을 구성하기 위해 100여 명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했거든요. 다행히 오피스의 이미지가 지원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브리콜랩만의 특별한 작업 프로세스가 있나요?
프로세스가 딱 정해져 있진 않아요. 현재 작업하고 있는 샌드위치 숍을 예로 큰 흐름을 설명드리면, 시장 조사를 가장 먼저 시작해요. 내부에서 직접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숍이 있고, 포장 주문만 가능한 숍이 있잖아요. 보마켓, 애니오케이션과 같은 그로서리 숍이 될 수도 있고요. 이렇게 영업의 ‘업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제안합니다. 업태가 확정되면 앞으로 브랜드가 어떤 색을 가져갈 것인지 전체적인 브랜딩을 파악해요. 그 후엔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죠. 시각적인 요소가 완성되면 평면도 작업과 3d 작업으로 이어져요. 이미 사이트가 정해진 상황이라면 공간을 우선적으로 둘러봐야 하고요. 공간마다 가진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공간을 먼저 파악하면 기획할 수 있는 부분이 달라지거든요. 가능한 많은 요소들을 캐치하는 것이 중요해요.
브리콜랩이 지향하는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브리콜랩은 신생 디자인 스튜디오에 가까워요. 가장 근원적인 부분이기도 한데 늘 진정성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찍어내듯 디자인하고, 만들어 납품하는 방식은 지양해요. 궁극적으로는 브랜드의 의도와 스토리를 공간과 잘 엮어낼 수 있는 스튜디오가 되기를 바라죠. 그래서 더욱 진지하게 임하려고 합니다.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나 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감사하게도 이미 다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브랜드와도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기회가 생길 것 같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방향성을 잃지 않고 꾸준히 가는 힘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