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30

익숙한 듯 낯선 도시 풍경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장진화 작가의 손을 거치며 살아나는 도시 풍경
도시, 환상, 사람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있다. 장진화 작가의 작품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도시 풍경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딘가 신비로운 다른 세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색의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눈을 사로잡는 색을 사용하여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다. 그림 속의 캐릭터들은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다르다. 캐릭터는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 등 다양한 컬러로 칠해져 있다. 여기에는 젠더와 문화적 다양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녹아 있다. 뉴욕 SVA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고 미국, 한국, 중국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는 장진화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Interview with

장진화 일러스트레이터
Orbit_근하신년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도시와 삶에 영감을 받아서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장진화입니다. 요즘은 에디토리얼 일러스트레이션 위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김민경 작가님과 함께 차린 스튜디오 orbit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오르빗Orbit 스튜디오는 일러스트레이션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김민경 작가님과 저는 같은 일러스트레이션 학부를 졸업했고 졸업 이후에도 작업에 관해 꾸준히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기존에는 혼자서 할 수 있는 뉴스 에디토리얼이나 개인작업 위주로 하다가 여러 가지 클라이언트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트디렉션이나 3D, 영상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협업을 통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서 김민경 작가님과 함께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전시나 아트페어 같은 활동으로 시작을 했고 올해에는 상업적인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브랜딩이나 아이덴티티 일러스트레이션과 같은 프로젝트도 오르빗 스튜디오에서 함께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Jinhwa Jang for Kids of Milan
Jinhwa Jang x Varyer for Kolab Project

최근 SNS에 Kids of milan, kolab project와의 작업을 공유해 주셨는데.

Kids of milan은 마르셀로 불론MARCELO BURLON이라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아동복 라인입니다. Kids of milan과 kolab project 둘 다 sci-fi 테마를 가지고 아트디렉션을 굉장히 명료하게 주셔서 정해진 영역 안에서 제가 자유롭게 상상하고 구현을 해볼 수 있어서 되게 좋은 기회였고 작업을 굉장히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Kids of milan의 경우에 제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아동복 컬렉션 작업이었고 kolab project는 처음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저에게 뜻깊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주제면에서도 제 작업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왜 이 프로젝트를 저에게 제안했는지 처음부터 이해가 되는 작업들이었습니다.

Jinhwa Jang for Medium
Jinhwa Jang for Bloomberg Businessweek (Cover)
Festival Days

그렸던 작품 중에 3개를 뽑아 자신을 소개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첫 번째로는 medium이라는 웹 퍼블리시 회사에서 테드 창 작가의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는 단편소설 웹 퍼블리싱을 위해 했던 작업인데요, 제가 굉장히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이 소설이 재미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미래와 기술 그리고 개인의 선택에 관해 질문을 남기기 때문에 저도 그것을 작업에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주인공이 선택의 기로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기도 하면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장면을 그려보았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학부 때부터 뉴스 에디토리얼 작업을 목표로 했었기 때문에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loomberg Businessweek와 여러 번 협업을 했었는데요, 작년 12월에 커버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1년의 투자 시장을 정리한 건데 NFT와 크립토커런시 그리고 밈스톡을 한 장면에 표현했습니다.

세 번째는 제가 학생 때 했던 작업인데요, 흑백 작업은 지금도 개인작업으로도 하고 상업 작업으로도 들어와서 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도시의 사람들을 주제로 한 작업의 시작이 되기 때문에 골라보았습니다. 제가 그때 굉장히 재미있게 긴 시간 동안 고심해서 했던 작업입니다.

The Time Machine

그림을 보면 제한된 색을 사용하면서도 튀는 색을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팔레트를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게 리소그래프 수업을 들으면서였는데요, 리소그래프는 빨강, 노랑, 파랑과 같은 원색 계열의 프린트를 각각 분판을 해서 인쇄하는 작업입니다.

<The Time Machine>이 처음으로 시리즈로 했던 작업인데 원색 계열 혹은 제한된 색으로 하는 작업을 하다가 점차 팔레트를 늘려가고 그라데이션 방식도 쓰면서 영역을, 색상 범위를 넓혀 나갔습니다.

 

 

의뢰를 받고 그림을 그리기 전에 내용을 어떻게 구상하시나요?

보통 에디토리얼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마감이 굉장히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저는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작업물의 주제와 관련된 키워드, 레퍼런스를 작업 시작 전에 정리를 한 다음에 스케치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러면 빈 캔버스를 채우기가 수월해집니다. 시각화를 할 때 제가 꼭 그려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 주요한 아이디어, 주제 같은 경우 레퍼런스를 정확하게 찾아서 반드시 제대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합니다.

 

프로젝트마다 다르겠지만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에디토리얼 삽화 같은 경우는 러쉬잡이라고 굉장히 빠르면 하루, 24시간 안에 스케치, 컨펌부터 파이널까지 제작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길게는 두 달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상업 작업 같은 경우에는 한 달 이상 걸리는 작업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개인 작업은 스케치를 그려 두고 천천히 발전을 시키고 싶다고 생각이 들면 시간이 날 때 손보는 식으로, 오히려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Jinhwa Jang for As Far As

처음으로 한 상업 프로젝트와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학교에서 졸업하기 전에 비즈니스 수업을 듣고 포트폴리오를 웹으로 정리해서 아트디렉터한테 프로모 이메일을 보내거나 카드나 엽서를 보내는 프로모션을 합니다. 막 학기에 그런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저를 알리는 작업은 이미 되어 있어서 아트디렉터가 저를 기억해 놨다가 비슷한 프로젝트가 있을 때 연락을 줘서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했던 상업 프로젝트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 했던 기사 삽화 작업인데요, 그때 기사가 뇌의 치료나 뇌의 기능 개선을 위해서 머릿속에 디지털 칩을 이식하는 의료기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하루인가 이틀 안에 끝내야 하는 러쉬잡이었는데 졸업하고 기대했던 첫 에디토리얼 작업이어서 열심히 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일에 있어서 아트디렉터와의 관계도 중요한 부분일 거 같아요.

맞아요. 에디토리얼의 경우 빨리 마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급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아트디렉터는 일러스트레이터를 항상 리스트업 해놓고 한 사람씩 확인을 합니다. 그래서 한번 일했던 아트디렉터와 다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Jinhwa Jang for San Diego Asian Film Festival

젠더와 문화적 다양성을 그림에서 보여주려고 하신다고 들었는데 특히 그게 잘 드러난 작품이 있을까요?

주제면에서도 다양성이 강조되는 작업이 있었는데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 일러스트 작업이었습니다. 아시안 문화의 미국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같이 페스티벌을 즐기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여러 젠더나 인종 같은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면서도 제가 동양인, 여성이기 때문에 동양인 혹은 여성을 주요한 캐릭터로 내세우는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테드 창의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작업에서도 일러스트 속에 사람들이 어떤 문화권을 가지고 어떤 인종적 특성을 갖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도록 작업을 했습니다. 이런 표현을 에디토리얼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반영하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Jinhwa Jang for Li Seng Min

프리랜서로 생활하다 보면 일에 따라서 아무래도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쉬운데요, 규칙적인 생활을 위한 작가님만의 루틴 같은 게 있을까요?

예전에는 규칙적으로 살지 않았는데요, 한국과 중국에서 주로 작업을 하고 클라이언트들이 보통 유럽이나 미국에 있으니 제가 밤늦게까지 마감을 하는 일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제는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몸이 상하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밤을 새우지 않고 밤 12시 전에는 마감을 할 수 있게 일찍 시작하고 좀 더 규칙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일적인 것 외에 요새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가요?

원래 직업 특성상 그렇기도 하고 코로나19 때문에 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요 그래서 실내 가드닝을 시작해서 집에서 화초를 키우고 돌보고 있습니다. 가드닝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봄이라 식물이 잘 자라서 식물 키우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많이 있는데, 좋아하는 콘텐츠 중에서 한 가지를 소개해 주세요.

저는 사실 드라마나 TV를 잘 보지는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제가 학생 때 과제 때문에 봤던 제인 캠피온 감독의 <Top of the lake> 시리즈를 꼽고 싶은데요. 그 이유는 시리즈를 보고 나서 감독이 좋은 영상 작업물을 만들어 냈는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고 세상을 발전시키는 작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기 때문에 이 시리즈가 여러 영상이나 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거 같습니다.

Jinhwa Jang for Bloomberg Businessweek

어렸을 때 좋아한 작가나 현재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동료 작가가 있을까요?

동료 작가 중에서는 오르빗 스튜디오를 같이하고 있는 김민경 작가님을 말하고 싶은데요. 일러스트레이터 특성상 혼자서 일하고 작업을 발전시키는 방법만 생각했었는데 졸업 후에 김민경 작가님이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큰 프로젝트나 협업을 할 수 있는 가치나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도와준 친구이자 작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뉴욕, 상해, 서울에서 지내셨는데 도시들이 가진 매력이 달랐을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줬을까요?

저는 상해와 서울의 도시 풍경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뉴욕으로 유학을 가서 작업을 할 때 도시에 관련된 작업을 했기 때문에 그때 서울과 상해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풍경과 레퍼런스를 이용해서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는 군중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는데요. 저는 군중을 그릴 때 낯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지만 낯선 사람들이 누군가의 이웃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뉴욕에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도시에 있는 인파는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그러면서도 존중을 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객체이기도 하면서 주체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그린 사람들을 보면서 나라고 느끼기도 하면서 타인이라고 느낄 수도 있고 여기 살고 있는 이웃이라고 느낄 수 있게 표현을 합니다. 이런 군중이라는 개념이 뉴욕에서 지내면서 만들어진 거 같습니다.

NYC Streets

삽화가가 되는 건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일인가요?

제가 미술을 하고 싶었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꿈꾸고 준비를 해왔는데요, 미술대학의 유학 준비를 할 때는 텍스타일이나 그래픽 같은 디자인 분야에 지원을 했습니다. 학교에 오고 나서 1학년 때 교수님이 디자인보다 일러스트레이션이 맞는 거 같으니 생각을 해보라는 말을 듣고 일러스트레이션 전공으로 전과를 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계획 중인 프로젝트나 새롭게 배워보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요?

영상 작업이나, 3D, 아트디렉션, 전시 기획과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고 싶고 그중에 영상작업이나 전시 관련한 작업은 오르빗에서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오르빗 스튜디오 일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일할 때 원활하고 능숙하게 협업을 할 수 있는 경험이 쌓였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소영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장진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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