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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2-04-19

디자이너에게도 부캐가 있다?

SWNA 스튜디오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실험, 리버럴 오피스

게임에서 흔히 사용해 온 '부캐'라는 용어가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가를 거쳐 이제는 디자인 업계에 이르렀다. 그 주인공은 바로 리버럴 오피스(Liberal Office). 2009년 산업 디자이너 이석우가 만든 SWNA 디자인 스튜디오 소속의 디자이너들이 바로 이 부캐 활동의 주축이다.

리버럴 오피스의 팝업 포스터 이미지 (이미지 제공. 리버럴 오피스, SWNA)

Interview

리버럴 오피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석우

 

리버럴 오피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석우

 

부캐의 전성시대. ‘리버럴 오피스’를 보고 처음 떠오른 문장이에요. SWNA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리버럴 오피스’라는 부캐가 탄생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기존 클라이언트 프로젝트 외에 SWNA 디자이너들과 새롭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어요. ‘재밌는 것을 같이 해보자’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죠. 처음부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최근까지 느슨한 연대를 바탕으로 한 컬렉티브 활동이 크리에이터 씬에서 두드러졌잖아요. 리버럴 오피스는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리버럴 오피스는 어떤 조직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심플해요. SWNA의 디자이너가 각각의 디자인 이야기를 하는 SWNA 내부 디자인 플랫폼. 그런 점에서 SWNA 출신 혹은 현직 디자이너만 참여할 수 있어요.

리버럴 오피스라는 이름도 눈길을 끌어요. 직역하자면 ‘평등한 사무실’이라는 뜻인데. 단순히 디자인 스튜디오의 서브 브랜드 혹은 부캐를 넘어서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해요.

2016년에 리버럴 오피스라는 글을 노트에 적은 적이 있어요. 언젠가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죠. 직관적이고 어감도 착 달라붙어서 마음에 들었거든요.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같은 디자이너로서의 고민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저도 저만의 디자인을 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SWNA 디자이너들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리버럴 오피스를 조직하기 위해 참고하신 레퍼런스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해외나 국내에 리버럴 오피스와 같은 레퍼런스는 없어요. 만약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넌컨템포에서의 첫번째 리버럴 오피스 팝업 전시 전경 ⓒ헤이팝

 

리버럴 오피스는 무엇보다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 묻힌 디자이너 개인의 창작 욕망을 보여주는 점에서 흥미로운데요. 추측건대 누구보다 디자이너 개인의 니즈를 잘 이해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까지 클라이언트 일을 경험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30대 시절 경험한 대기업, 외국 기업, 외국 디자인 스튜디오 모두 클라이언트 작업 이외의 자기만의 작업을 하는 것은 금기였죠. 오늘날 경험 중인 클라이언트 작업은 SWNA와 클라리언트의 교집합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나와 SWNA의 교집합 혹은 나라는 합집합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한편 리버럴 오피스에서의 역할도 궁금합니다.

저는 리버럴 오피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요. 동시에 디자인 디렉터이기도 하고, 영감을 주는 자, 디자인 동료 그리고 디자이너, 작가 등 제 작업을 하기도 해요.

리버럴 오피스의 운영 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기본적인 큰 방향은 제가 잡는데 이를 SWNA 디자이너들이 도와줘요. 모두들 열정이 넘쳐서 도움을 요청하면 흔쾌히 응해줘요. 프로젝트 진행의 경우는 저와 각각의 디자이너가 1 대 1로 토론하는 방식이에요. 대학교에서 하는 1:1 크리틱과도 같아요. 리버럴 오피스에 집중하려고 작년부터 대학 강의도 모두 접었어요.

 

ⓒ헤이팝

 

리버럴 오피스 활동에 필요한 제작 비용은 스튜디오가 모두 지원한다고 들었어요. 회사 일이 아닌 개인 작업을 지원한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요. 미래 세대 디자이너를 위한 투자라고 봐도 괜찮을까요?

리버럴 오피스 활동을 위해 디자이너에게 제작비와 업무 시간에 작업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제공하고 있어요. 투자라기보다 디자인 개발의 연장선이죠. 저는 무조건 오래 앉아 있어야지 좋은 작업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야근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소속 디자이너의 개인 작품이 주목받는 무대에 대한 리스크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예컨대 리버럴 오피스를 통해서 독립을 하거나 혹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할 수도 있잖아요.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으셨나요?

물론 이직하거나 독립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은 개의치 않아요. 오늘날 ‘평생직장’이라는 건 없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좋아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죠. 스스로 정화하거나 물갈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러니하게도 SWNA 디자인 스튜디오가 다른 곳보다 이직률이 적어요.

 

로파에서 진행한 디자이너 토크 모습 (이미지 제공. 리버럴 오피스, SWNA)

 

리버럴 오피스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실까요?

리버럴 오피스에서 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만 하고 조용히 빠질 생각이에요. 한 걸음 물러나지만 리버럴 오피스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퐁퐁 솟아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참여 디자이너가 수익을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작품이 잘 풀렸으면 좋겠어요.

Interview

이효정 & 천다혜 디자이너

 

(왼) 이효정 디자이너 (오) 천다혜 디자이너 (이미지 제공. 리버럴 오피스, SWNA)

 

리버럴 오피스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해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이효정. 처음 들었을 때는 막연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비교할 수 있는 사례가 전혀 없었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참여하고 운영될지 당시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어요.

 

천다혜. 리버럴 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듣고서는 재밌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개인으로 접하기 힘든 소재를 다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디자이너 개인이 사람들에게 더 드러나고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어요.

 

리버럴 오피스 로고 디자인 (이미지 제공. 리버럴 오피스, SWNA)

 

리버럴 오피스 활동 이전에 디자이너의 단체적인 움직임을 경험해 본 적이 있으실까요? 혹 있다면 리버럴 오피스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이효정. 저는 포브먼트와 이슈그래피에서도 활동 중이에요. 리버럴 오피스는 산업 디자인 바탕의 SWNA 디자이너가 개인 개성을 담은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주라면 포브먼트와 이슈그래피는 다양한 분야의 팀원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조화롭게 풀어간다는 점이 달라요.

 

천다혜. 개인이 작업하는 것과 비교하자면 확실히 파급력이 달라요. 개별로 움직일 때보다 같이 움직이고, 브랜딩 된 공간 안에서 내가 만든 작품을 선보일 때 그것의 가치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로파 서울에서의 두번째 리버럴 오피스 팝업 전시 전경 ⓒ헤이팝

 

스튜디오 소속으로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쉬웠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천다혜. 디자이너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기도 할 텐데요. 상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갈증은 늘 있었어요.

 

이효정. 디자인 스튜디오가 양산까지 하는 경우는 없거든요. 보통의 클라이언트 일은 디자인 콘셉트를 잡고, 목업을 만드는 정도까지가 전부거든요. 이후로는 클라이언트가 담당하죠. 양산과 판매를 경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리버럴 오피스에서는 콘셉트부터 디자인, 양산, 판매까지 이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사용자의 니즈나 피드백 그리고 실제로 제품이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리버럴 오피스를 통해 소개한 개인의 대표작도 궁금합니다.

이효정. 저는 VVV와 UUU 두 가지 디자인 제품을 제작했어요. 알파벳 시리즈이기도 한데요. 초기에 메탈 소재를 선정하면서 메탈의 가공법 중 절곡과 밴딩을 활용한 제품이에요. 하나는 금속의 반짝이는 면을 살리고, 반대로 다른 작업에서는 거친 면을 강조했어요.

 

이효정 디자이너의 VVV와 UUU (이미지 제공. 리버럴 오피스, SWNA)

 

VVV는 세 가지 V가 합쳐진 명함 홀더인데요. 명함을 여러 개 꽂아서 하나의 책처럼 연출할 수도 있고, 각도에 따라서 명함을 카테고리화해서 꽂을 수 있어요. UUU는 북앤드 제품이에요. 가로로 두면 책을 꽂을 수 있고, 세로로 두면 소품을 놓을 수 있는 디자인의 확장성을 실험해 본 작업입니다.

 

천다혜 디자이너의 KNOT storage (이미지 제공. 리버럴 오피스, SWNA)

 

천다혜. 저는 KNOT storage를 제작했어요. 이름에서 그 의도를 드러내고자 했는데요. 매듭이라는 뜻의 KNOT에는 조형 스토리를, 저장 공간을 뜻하는 storage는 개인마다 담고자 하는 것이 다르기에 포괄적 개념으로 표현했어요.

 

 

스케치 작업을 하다가 너무 안 풀려서 종이 목업을 만들었는데 우연히 종이를 말아보니까 안에 공간이 생기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공간 그 자체를 강조하는 제품을 생각했고 동시에 평면 요소가 입체감을 얻게 되는 과정과 그 안에 사용성이 생기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죠. 무엇보다 소재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부드럽고 딱딱한 소재를 번갈아 사용해 보며 최적의 텐션감을 찾고자 했습니다.

 

스튜디오 안에서는 동료 디자이너의 개인 작품을 볼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리버럴 오피스 활동을 통해 접한 동료 디자이너의 작업 중 인상적인 게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천다혜. 박채지 디자이너의 Obvi 커트러리 세트.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유쾌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디자인이었어요. 제품이 나오면 바로 사고 싶었는데 운이 좋게도 첫 구매자가 될 수 있었어요. 구매한 날 저녁에 바로 써봤는데 너무 편하더라고요. 만족스러운 식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박채지 디자이너의 커틀러리 세트 Obvi

 

이효정. 다 가지고 싶죠. (웃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김영빈 디자이너의 북앤드 Pond. 리버럴 오피스 초기에 함께 북앤드를 만드는 걸 진행했는데 같은 기능이지만 저와는 다른 방향의 결과물이 나와서 흥미롭더라고요. 제가 디자인한 UUU가 공간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다르게 김영빈 디자이너의 Pond는 책의 표지를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책을 드러내는 것에 무게감이 있어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디자이너끼리 생각이 서로 정말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죠.

 

김영빈 디자이너의 Pond (이미지 제공. 리버럴 오피스, SWNA)

 

SWNA 소속으로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리버럴 오피스 활동을 위한 개인 작품 제작까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 작품 제작을 위한 별도의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나요?

이효정. 개인이 작업 시간을 조율하는 편이에요.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마치고 피드백이 올 때까지 잠시 틈이 생기는데 그때를 이용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대표님께서 점심시간 그리고 퇴근시간 전후를 리버럴 오피스 작업 활동 시간으로 제안 주시기도 했어요.

 

천다혜. 시간 안에 못할 경우에는 퇴근 후에 작업을 이어가기도 해요. 내 작업을 하는 것이라서 일로 느껴지지는 않아요. 스트레스나 부담감이 덜 한 편이죠.

 

시간과 공간뿐만 아니라 제일 중요한 건 작업 제작 비용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작 비용도 지원을 받나요?

이효정. 콘셉트부터 디자인 그리고 양산까지 모든 과정에서 시간, 공간 그리고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어요. 제작 비용을 회사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에 내 작품이 판매되었을 때 그 수익은 비율적으로 회사가 더 가져가는 편이에요. 그 나머지는 유통 업체와 디자이너가 분배하는 식이죠.

 

천다혜 디자이너의 KNOT storage ⓒ헤이팝

 

리버럴 오피스라는 이름 아래에 해보고 싶은 또 다른 작업이 있다면 무엇일지도 궁금해요.

천다혜. 메탈이라는 소재에 욕심이 있어요. 이전부터 다뤄보고 싶은 소재였어요. 가공 방식에 따라 특징이 달라지니까 그 부분을 응용해 보고 싶어요. 재료의 속성을 활용하는 디자인 작업을 생각 중입니다.

 

이효정. UUU와 VVV의 알파벳 그래픽을 활용한 시리즈를 확장해 보고 싶어요. 대신 메탈이 아닌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서 말이죠. 더불어 리버럴 오피스에서만큼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분야의 작업도 해보고 싶은데요. 그중 하나가 실험적인 가구 제작이에요.

 

이효정 디자이너의 UUU 모습 ⓒ헤이팝
리버럴 오피스를 위한 개인 작업 제작 과정 ⓒ헤이팝

 

리버럴 오피스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었으면 좋겠는지 각자의 바람이 있다면요?

천다혜. 개인적으로는 디자이너의 개별 포트폴리오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소수의 디자이너로 시작했지만 가구에서 생활용품으로 확장한 브랜드 HAY처럼 리버럴 오피스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대중에게 닿을 수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이효정. 지금은 아무래도 디자이너들 사이에 많이 알려진 정도라서 일반 대중 사이에 자리 잡을 수 있는 브랜드로 나아갔으면 해요. 디자이너 개개인이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플랫폼이다 보니 업계에서는 또 하나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까지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이정훈 

사진 제공 리버럴 오피스, SW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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