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광고로 이목을 끌고있는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하우스,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의 광고는 과연 무엇이 다른지 살펴봤다.
만리장성을 수놓은 녹색 물결. 이는 중국의 춘절을 기념해 보테가 베네타가 선보인 대형 설치물이다. 디지털 스크린 속 문구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新春快乐)’. 브랜드 시그니처 컬러인 녹색과 행복, 행운을 상징하는 싱그러운 주황색의 조화가 돋보인다. 설치 지점은 동쪽 종점 산해관. 보테가 베네타는 이번 광고와 함께 산해관의 유지 보수 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리장성이 패션 브랜드에게 길을 내어준 건 2007년 펜디(Fendi)의 패션쇼 이후 처음 있는 일. 덕분에 1월 6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광고는 짧은 게재 기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국내외 이슈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캠페인은 보테가 베네타 캡슐 컬렉션의 콘셉트와도 자연스럽게 그 맥락을 같이한다. 대표 아이템인 카세트 백(Cassette Bag)을 포함해 독특한 셰입의 선글라스, 패딩 재킷과 신발까지. 캠페인의 핵심 컬러였던 상큼한 탠저린 색으로 새로운 변화를 꾀한 모습이다.
지역과 환경을 활용한 보테가 베네타의 이색 광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의 무대는 국경과 장소를 가리지 않아 더욱 특별하다. 작년 11월, 보테가 베네타는 호주의 여름휴가 시즌을 맞이해 호주를 대표하는 해변인 본다이 비치(Bondi Beach)를 광고 무대로 활용하고 나섰다. 해변 내 수영장 아이스버그(Icebergs)를 인수한 뒤 바닥에 F/W 2021 살롱 02(Salon 02) 캠페인 이미지를 삽입한 것이다. 핑크색 깃털 장식 의상을 입은 모델 데데 만스로(Dede Mansro)의 우아한 분위기와 역동적인 파도의 움직임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전경이 해당 광고의 가장 큰 매력. 한편, 캠페인 이미지는 런던의 패션 포토그래퍼 타이론 레본(Tyrone Lebon)이 담당했다.
바닷길이 있으니 하늘길도 빠질 수 없는 법.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도 보테가 베네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주인공은 워드로브 02(Wardrobe 02) 컬렉션. 2021 프리폴(PRE-FALL) 의상을 입은 베네수엘라의 뮤지션 아르카(Arca)와 이탈리아 댄서 로베르토 볼레(Roberto Bolle)의 이미지가 광고판을 가득 채웠다. 화려한 녹색 컬러의 드레스와 올 블랙 룩이 대비를 이루며 아름다운 조화를 자아내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캠페인이기도 하다.
로스앤젤레스 광고의 핵심은 날이 어두워진 뒤 비로소 그 두각을 드러낸다. 저녁 이착륙 승객을 위해 두 모델의 실루엣과 브랜드 로고에 빛나는 흰색 조명을 둘러 가시성을 한층 높였다. 현재 보테가 베네타를 떠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Daniel Lee)는 이전 컬처드 매거진(Cultured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것을 보는 사람은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에서 생산적인 작업을 할 수 없다. 디지털 영역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공허함을 느꼈고, 브랜드 가치에 대한 개념의 깊이도 부족한 것을 느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작년 1월, 새 이미지 구축을 위해 돌연 모든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한 파격적인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 SNS 마케팅을 배제한 채 시청각적 이색 광고를 꾸준히 선보이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10월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등장한 아트 인스톨레이션 ‘더 메이즈(The Maze)’는 또 어떤가. 특이한 점은 브랜드 설치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보테가 베네타의 제품이 한 점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브랜드를 대표하는 트라이앵글 로고, 녹색 컬러, 매시와 퍼 소재만을 사용해 보테가 베네타의 세계관과 아이덴티티를 강렬하게 전달했다. 거대한 미로 공간 속 숨어 있는 곳곳의 포토 스폿도 관람 포인트. 특히 컬렉션 룩에 일부이기도 했던 퍼를 벽 전면에 배치한 점이 신선하다.
이외에도 단독 웹사이트를 구축해 온라인 매거진, <이슈드 바이 보테가(Issued by Bottega)>를 론칭하거나 디지털 저널 뉴 보테가(@newbottega)를 운영하는 등 매번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색다르게 선보이고 있는 보테가 베네타. 여러 브랜드가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 현재 트렌드와 달리, 상반된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마케팅 전략이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