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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1

서사가 흐르고 대화가 머무는 곳

연남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서울콜렉터'
연남동 동진시장 대로변 인근, 골목 따라 몇 걸음 옮기면 당도하는 곳. 큼직한 간판 하나 없이 사람들을 맞이하는 복합문화공간이 있다. 조형예술과 한국화를 전공한 류화경, 조수미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콜렉터'다.
2017년 12월 22일, '류화경', '조수미' 공동 대표는 연남동에 스토어 겸 카페 형태의 복합문화공간 '서울콜렉터'를 열었다. © seoulcollector

 

학부 시절 선후배 사이였던 두 대표는 한국 근현대사와 오래된 물건에 관한 공통의 관심사로 합심하게 됐다. 2010년 SNS에서 ‘수집가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것이 서울콜렉터의 시발점. 콜렉티브 그룹의 명칭이자 공간의 이름인 서울콜렉터는 옛 사물을 통해 서울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개성 있는 생활상을 소개한다. 가장 중요한 화두는 진열을 위한 수집이 아닌, 사용을 위한 수집을 하는 것이다. 빈티지 찻잔, 클래식 시계, 황동 촛대, 옻칠 목재함… 7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걸쳐 제작된 고전 컬렉션을 선보이며 자체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리빙숍 '꿀(GGUL)' © seoulcollector
오픈 스튜디오 '그들 각자의 주택' © seoulcollector

 

2010년 서울콜렉터는 별도의 공간 없이 통의동의 공동 작업실에서 수집 활동을 시작했다. 4년 후 친구들과 함께 원남동에 아담한 리빙숍 ‘꿀(GGUL)’을 차렸고 그동안 모은 빈티지 제품을 선보였다. 이내 더 풍부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다. 서울콜렉터의 전신인 오픈 스튜디오 ‘그들 각자의 주택’을 시작한 이유다. 1974년 소설가 박완서가 월간중앙 6월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닮은 방들>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한 프로젝트로, 공간 사용료를 지불하면 일정 시간 동안 이용자가 주택 공간 곳곳을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운영했다. 공간을 대관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동안 축적된 수집품을 하나둘 소개했고, 이는 지금의 서울콜렉터로 이어졌다.

 

서울콜렉터 공간 © seoulcollector
서울콜렉터 로고 이미지 © seoulcollector

 

서울콜렉터 조수미 대표는 “저는 서울콜렉터 운영자인 동시에 시각예술분야의 작업자이기도 합니다. 이 공간을 구축하기 전, 몇몇 레퍼런스가 있었는데요. 가볍게 차나 술을 한 잔 마시며 편히 대화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같은 곳을 염두에 뒀어요. 일상과 예술의 구분 없이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 공간을 만들어 전시도 하고, 퍼포먼스도 진행한다면 대화가 얼마나 다채로워질까 상상했죠.”라고 전했다.

 

 

 

Interview with 서울콜렉터

류화경, 조수미 공동 대표

 

2018년, 2명의 사운드 아티스트 조인철, 최세희와 함께 1시간가량 사운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seoulcollector
2020년, 온라인 전시 © seoulcollector
2021년, 홍보미 개인전 © seoulcollector

 

2017년 12월 이래로 연남동에 ‘서울콜렉터’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예술가와 협업을 도모하는 스튜디오이자 카페 겸 스토어의 기능도 합니다. 그동안 영화 상영회, 공연, 전시 등의 문화예술 행사를 열기도 했고요.

서울콜렉터는 공간의 이름인 동시에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물을 수집한다는 의미에서 명명한 콜렉티브 그룹의 명칭입니다. 저희는 오래된 물건을 토대로 삶의 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공간을 열 때부터 대화가 가득한 장소였으면 했기에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한동안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을 줄여 왔지만, 올해는 서울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와 팝업 스토어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리모델링 과정샷 | 좌대, 홀 © seoulcollector
공간 리모델링 과정 © seoulcollector

 

주택을 개조해 서울콜렉터의 공간을 마련했다고요. 1층 계단을 올라 2층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는 과정이 마치 누군가의 집을 찾는 경험 같았어요. 실내 곳곳에 피아노나 침대, 선반장이 배치되어 있어서 가정집처럼 아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올해 봄, 서울콜렉터에 아주 특별한 손님이 방문해 주셨는데요. 서울콜렉터가 자리한 곳에 40여 년 전 실제로 거주하셨던 분들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자매, 그리고 두 여성분의 자식으로 보이는 대가족이었죠. 공간에 들어서면서 주변을 살피는 눈이 남달랐습니다. 마치 오래된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공간을 뜯어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들과의 대화가 몹시 흥미로웠는데, 1978년부터 20년간 이 공간에 살았다고 하더군요. 창가에 두 자매의 아버지가 만든 장식장의 흔적부터 1980년대에 구매한 컬러 TV 앞에 삼삼오오 모여 방송을 시청한 일화, 현재 서울콜렉터의 피아노가 놓인 자리에 그들 역시 피아노를 두고 연주했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울콜렉터에 놓인 피아노 © seoulcollector

 

서울콜렉터에 비치된 피아노는 류화경씨의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물건입니다. 사람의 온기가 깃든 물건이 추억 속에만 머물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계속해서 연주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져왔어요. 저희는 가끔 서울콜렉터의 공간이 연출된 곳이 아니라,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어떤 지점에 있다고 생각해요.

 

 

입구 전면에 자리한 나지막한 좌대가 눈길을 끌어요. 디자인이 무척 독특한데 직접 제작하셨나요?

친구 치트키를 썼는데요. 건축가 그룹인 푸하하프렌즈의 한승재 소장이 ‘서울콜렉터’를 재해석해 특별히 제작해 준 선물입니다. 수석을 받치는 나무 좌대를 모티프로 삼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저희가 보유한 사물을 더욱 의미 있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장치랍니다.

 

 

서울콜렉터는 실생활에 이용할 수 있으면서 아름다운 제품을 소개합니다. 미국이나 일본, 홍콩, 네팔 등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물건을 수집하시더라고요. 두 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물건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유럽과 아시아 전반에 걸쳐 각 국가가 문화적 교류를 통해 상호 간의 영향을 받은 흔적을 찾아내는 일에 관심을 가져요. 근대 이후 한국에 들어온 물건에서 이러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고요. 과거의 사물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주목하고, 이를 동시대의 생활양식으로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좌) S등급 | 2020 SC 옻칠 목재함, (우) A등급 | 2019 SC 붓꽃 팔각 화병 © seoulcollector
(좌) B등급 | 2020 SC 수석, (우) C등급 | 시계 수집품 © seoulcollector

 

S, A, B, C… 빈티지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포장재까지 완벽하게 유지된 미사용품은 S, 포장재는 없지만 진열장에 보관된 미사용품은 A, 사용된 물건은 B, 사용감은 크지만 수집 난도가 높은 제품은 C로 구분합니다.

 

 

수집품이 새 물건이 아닌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건의 정확한 상태 체크와 성능 검사를 위해 <서울시계사>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고요.

수집품 관리는 식물 키우기와 비슷하답니다. 자주 들여다보고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서울콜렉터가 시간과 공간, 사물을 화두로 삼다 보니 중요하게 다루는 품목 중 하나가 시계인데요. 아무래도 시계는 정밀한 기계라 전문 관리사가 필요하겠더라고요. 종로 예지동과 그 일대 전문 시계 수리 기술자분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시계 콜렉션 전반의 점검과 수리, 사후 관리까지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물건을 모으는 것보다 수집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어렵게 구한 사물을 타인에게 판매하면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저희는 수집품을 다루는 행위를 통해 그룹의 지향점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어요. 서울콜렉터가 오래된 물건을 다루는 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를 전할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좌) 동양식 차 구성, (우) 서양식 차 겨울홍차와 겨울한정 디저트 © seoulcollector

 

카페 메뉴로는 커피가 아닌 ‘차’만 다루고 있어요. 사색하기 좋은 분위기라 공간과도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어요.

차 문화는 동양과 서양을 가로지르는 문화 교류와도 큰 연관이 있어서 흥미로워요. 아시아 지역에서 재배된 찻잎이 유럽의 패키지화를 거쳐 마치 그들의 고유 문화처럼 보이는 것처럼 모호한 지점이 있거든요. 서울콜렉터가 수집하고자 하는 ‘문화적 교류의 흔적이 남은 컬렉션’과 매우 흡사한 성격을 띤다고 생각했기에 다도를 저희 공간에 자연스럽게 풀어내고자 했죠.

 

 

동양식 차와 서양식 차로 나뉘죠. 계절이나 방문자의 취향에 따라 어떤 차를 권하나요?

처음 공간에 방문하시는 분에게 메뉴를 설명할 때 “다기 세트로 나가는 차가 ‘동양식 차’ 그리고 한 잔에 나가는 차가 ‘서양식 차’”라고 말씀드려요. 두 명 이상 방문했을 경우 동양식, 서양식 차를 하나씩 권해 드리고요. 계절을 흠뻑 즐길 수 있는 서양식 차 중 ‘여름 홍차’와 ‘겨울 홍차’를 추천하는 편입니다.

 

추후 공간 운영 방향이 궁금합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물리적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시대를 역행하는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시간과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기에 코로나 상황을 타개하고 서울콜렉터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김세음 기자

자료 제공 서울콜렉터

장소
서울콜렉터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91
김세음
글쓰기를 즐기는 디자인 전공자.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움과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면면이 조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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