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The Cook book’은 46명의 셰프가 46편의 영화에서 찾아낸 요리의 레시피를 담은 요리책이다. ‘화양연화’부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까지, 영화 속 인물과 상황을 대변하던 음식들을 이제 집에서 먹어볼 차례다.
“음식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 모든 것을 말해준다.” – 마틴 스콜세지
음식은 그를 먹는 사람의 성격과 삶을 대변한다고 생각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본인이 연출한 영화에서도 음식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 감정, 상황을 표현했다. <택시 드라이버>의 블랙 커피와 치즈를 얹은 애플 파이는 주인공 트래비스의 감정과 성격을 보여줬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는 주인공 벨포드의 비뚤어진 성격을 FBI에게 랍스터를 던지는 장면으로 표현했다.
영국의 Hato Press는 마틴 스콜세지의 말에 영감을 받아 영화에 등장한 음식의 레시피를 담은 요리책 <The Cook Book>을 출간했다. 달콤한 페스츄리로 시선을 빼앗았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물론, <20세기 소년>에 등장한 일본 라멘 등 디저트부터 아시아 음식까지 책이 선사하는 레시피는 국가, 종류 구분없이 다양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 속의 레시피는 영화 속 음식과 똑같지 않다. 그럴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우리에게 영화 속 음식은 레시피와 맛이 아닌 이미지로서 남아지기에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책을 기획한 Hato Press 역시 영화의 감성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대신, 전 세계의 셰프 46명에게 각 영화 속 음식 장면을 보고 영감을 받은 레시피를 받았다. 즉, 이 요리책을 따라 음식을 만든다면 영화 속 음식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의 음식을 동시에 먹는 셈이다.
덕분에 책의 레시피는 더 다양해졌다. 영화 속 음식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른 후 자신만의 비법을 더한 셰프도 있었고, 영화의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레시피를 선보인 셰프도 있었기 때문이다. 독자는 구운 복숭아와 라즈베리를 먹으면서 <콜 바이 유어 네임>의 아픈 사랑을 떠올리고, 새우 칵테일을 먹으면서 <비틀쥬스>의 괴상한 집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한편,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편집샵을 운영하는 Hato Press는 영화와 음식의 관계를 잘 전달하기 위해 완성된 음식의 정갈한 사진이 아니라, 그 음식이 등장하는 영화 속 장면과 레시피에 영감을 준 영화의 대사를 함께 실었다. 또한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영화의 요소를 차용하여 책을 디자인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 등장하는 엔딩 크레딧에서 영감을 받아 책 전체의 레이아웃을 디자인했으며, 18세기 이탈리아 요리책에서 자주 사용한 서체 – 디돈(Didone)에서 영감을 받은 ‘The Fourth Lion’이라는 서체를 디자인하여 책의 주요 서체로 사용했다. 그리고 한때 헐리우드 영화의 기둥이었던 MGM 영화사의 로고 타이틀(포효하는 사자가 등장하는 타이틀)의 서체를 따라 장식 서체까지 디자인했다.
여전히 코로나로 외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시기. 일주일에 한 번쯤은 ‘The cook book’의 레시피를 따라 음식을 만들어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 줄리아가 줄리의 요리책을 따라 요리를 하면서 삶의 활기를 되찾은 것처럼 말이다. 단, 아쉽게도 ‘The cook book’은 아직 영국에서만 발매되어 영문으로만 읽을 수 있다. 이참에 영어공부라는 새해 계획에도 한 번 도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