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6

롤러코스터 아니죠! 하늘에 뜬 산책길

포항의 뉴 랜드마크, 스페이스워크.
포항 하늘에 산책길이 열렸다. 언뜻 보면 놀이기구처럼 생긴 이 조형물의 공식 명칭은 ‘스페이스워크’. 총 길이 333m 철 트랙을 따라 걸으며 즐길 수 있는 공공예술 작품이다. 아찔한 25m 높이와 흔들리는 체험 요소는 전례 없는 스릴과 색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작품 주변은 체험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지난 11월 20일 시범 운영을 위한 제막 직후부터 어른과 아이, 연인과 가족 불문하고 찾아오는 마성의 공간이다.
스페이스워크. 360도 루프 구간에 관한 영상은 인터뷰 말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POSCO

 

포항 스페이스워크 작업은 포스코와 포항시의 비전이 부합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스페이스워크가 위치한 환호공원은 2001년 포스코와 포항시의 협력을 통해 조성된 장소. 아름다운 해안선과 바닷가 너머의 제철소, 일출과 일몰의 찬란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2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공원 내에 시민들이 즐길 만한 콘텐츠가 부족해졌다. 공간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었다.

 

포스코는 단순히 지역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포항시를 문화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고민했다. 포스코와 포항시의 공통된 목표는 공공문화 예술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 영일만관광특구의 중심지인 환호공원에 랜드마크를 설립하자는 발상이 조형물 기획의 시발점이었다.

 

스페이스워크 작품의 외관이 환호공원에 내려앉은 구름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클라우드(cloud)’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 POSCO

스페이스워크는 환호공원 내에서도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환호공원 내 산 정상으로 위치를 선정한 배경은 지역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스페이스워크와 해상케이블카가 함께 준공되는 그림을 기대하며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스페이스워크를 먼저 개막하게 됐지만, 향후 해상케이블카까지 완공되면 명실상부 포항의 관광 요지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포스코는 건립한 조형물을 사회 환원 차원으로 포항시에 기부했다. 

Interview with POSCO 기업시민실 사회공원그룹

김노재 리더 ㅣ 이승호 차장 ㅣ 고남규 대리

POINT 1. 포항만의 특별한 관광!

스페이스워크 © POSCO

— 스페이스워크는 ‘국내 최대 체험형 조형물’을 표방하고 있어요. 롤러코스터가 연상되는 디자인과 작품 트랙을 직접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김노재 ㅣ 작품이 조형물 자체로도 상징성을 지니지만, 주변 경관과의 조화가 작품의 의미와 매력을 배가합니다. 계절과 시간, 작품에 올라선 위치와 높낮이에 따라 저마다 다른 감상을 하게 되니까요. 시시각각 변화하는 도시 경관, 제철소의 모습, 해안가의 경치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셈이죠. 관람객이 찍은 사진만 살펴봐도 같은 풍경은 하나도 없어요. 스페이스워크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는 조형물인 거예요. 어떤 형태라고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거죠. 

하이케 무터(Heike Mutter)와 울리히 겐츠(Ulrich Genth)

— 작품 디자인은 독일 부부 작가 ‘하이케 무터(Heike Mutter)’와 ‘울리히 겐츠(Ulrich Genth)’가 맡았습니다. 스페이스워크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어떻게 정해졌는지 궁금합니다.

이승호 ㅣ 2019년, 포스코와 포항시에서 작가와 에이전트사를 선정하기 위한 경쟁 공모를 열었습니다. 애초에 공모 자체에서도 체험형 작품을 전제로 했어요. 관객이 작품을 그저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공공미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높이는 최소 20m 이상이며 심미적으로 뛰어나면서 대중성을 갖춘 작품을 찾았죠. 그 결과 포스코와 포항시의 평가를 거쳐 기획 의도와 잘 들어맞는 콘셉트를 택하게 됐고요. 작품 스타일과 구상 이미지는 공모를 통해 파악했고, 좀 더 상세한 디자인은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자문위원단과 시민위원단의 의견을 반영해 조율했어요. 작가가 처음 제시한 8개의 작품 설계안 중에서 2차 자문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스페이스워크로 결정되었죠. 

POINT 2. 360도 구간의 비밀

스페이스워크 입구에 들어서면 좌측과 우측으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되돌아와야 하는 길이니 신중히 택할 것. © POSCO

— 벌써 방문객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서 반응이 뜨겁더라고요. 겨울인데 야외에서 즐기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몇천 명의 인파가 몰린다고 들었어요.

김노재 ㅣ 서울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찾아오고 있어요. 특히 김해, 부산, 창원, 울산 등 근거리 지역 분들의 방문이 가장 많은 것 같아요. 최근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방영되고 스페이스워크가 개막하면서 조금 더 문화 시설이 풍부해진 영향도 있죠. 전문 여행사에서 스페이스워크를 비롯해 드라마 촬영지와 영일대 해수욕장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상품 코스를 개발했더라고요.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해양거점 도시로 도약하려는 포항시의 활동에 포스코도 일조한 셈이죠.

 

 

— 작품 안으로 들어서면 완만한 우측 트랙과 급경사인 좌측 트랙으로 나뉘어요. 방문객들이 우측은 순한맛, 좌측은 매운맛이라는 얘기도 하시더라고요.

이승호 ㅣ 작가가 의도한 부분입니다. 상대적으로 심약한 분은 우측을 이용하고, 스릴을 즐기는 분은 좌측을 택할 수 있도록 트랙을 구분한 것이죠.

— 아직 작품을 체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루프 구간(360도 구간)에 올라갈 수 있는지에 관한 갑론을박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 사진을 봤을 때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고요.

김노재 ㅣ 화제가 돼서 사람들이 많이 사진 찍는 구간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작가가 포항의 일월(日月) 신화를 모티프로, 루프의 원 안에 일출과 일몰의 풍경이 담길 수 있도록 각도까지 치밀하게 계산했어요. 빚어서 만든 조형물보다는, 과학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포스코는 작가의 철저한 계획과 의도를 최대한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고요.

 

이승호 ㅣ 루프 구간은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곳’이자 갈망의 대상인 유토피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도전과 실패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무한한 도전정신을 나타내고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서만 작업한 것은 아니고, 작가의 시그니처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POINT 3. 정말 안전할까?

스페이스워크 © POSCO

— 스페이스워크는 포스코의 기술력이 집약된 작품입니다. 초대형 조형물임에도 불구하고 시작과 끝 지점의 오차 범위가 0.5cm 이하라는 점도 놀라운데요. 작품의 주재료가 포스코에서 생산한 강재라고 들었는데, 어떤 기술과 소재가 활용됐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승호 ㅣ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 삼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어요. 우선, 작품의 위치가 해안가와 가까워 부식에 아주 취약한 상황인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염분에 월등히 강한 고가의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기둥에는 아연 도금을 한 후에 철재 구조물이 가혹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도록 돕는 ‘중방식 도장’을 이중으로 작업했죠.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를 대비해 구조설계 기준도 강화했습니다.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태풍인 매미의 최대순간풍속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합니다. 또, 내진 1등급(포항 법정 기준 2등급)으로 설계해 원전만큼 지진에 강합니다.  

스페이스워크 © POSCO

— 아무래도 관객 입장에서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클 텐데요. 걸어 다니면 흔들린다는 반응도 있는데 문제 되지 않는 부분인가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개선 가능한 부분인지도 궁금합니다.

김노재 ㅣ 조형물의 구조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굉장히 견고합니다. 추가로 설명하자면, 작품을 지지하는 25개의 기둥이 지반 속에 서로 연결이 되어 있으며, 지하에는 마이크로 파일이 단단히 엮여 있어요. 작가 또한 독일 작품과 비교해 봤을 때도 진동이 훨씬 덜하다고 했고요. 결국 기술력이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의 사용감 측면인 거예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흔들다리’를 떠올려 보면 이슈될 만한 부분이 크게 없을 겁니다. 작품을 작품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건물이나 육교로 바라보는 순간 고유한 특색이 사라질 거예요. 이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감각을 체험해 본다는 측면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요? 사실 오픈 당일 300명 가까이 대상으로 설문을 했더니 체험 느낌에 관해 약 85%가 스릴있다,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여주셨고 재방문 의사를 묻는 문항에는 90% 가까이 그렇다는 반응을 보여주셨거든요. 처음 방문했을 때와 재방문했을 때의 감각이 현저히 다를 겁니다. 

스페이스워크 © POSCO

스페이스워크는 개장 후, 21일까지 1만여 명이 넘는 사람이 체험했다.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라 탑승 체험을 기다리는 대기줄이 300m 이상 늘어서 인근 전망대까지 이어질 정도다. 포항시 투자기업지원과 SOS 팀장 김홍식 관계자는 개장 직후부터 꾸준히 현장에 나서 방문객을 위한 안내와 현장 요원 교육을 진행한다. 그에게 현장 상황과 추후 운영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Interview with 포항시 투자기업지원과 기업 SOS 팀

김홍식 팀장
스페이스워크 © POSCO

— 스페이스워크를 체험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모이고 있는데요. 하루 평균 관람 인원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요?

평일은 2천 명 정도, 주말에는 5천 명 정도 방문해요. 이게 관람 톨게이트에 책정된 순수 관람 인원만 계산했을 때고, 관람 시간 이후에도 많은 분이 찾아오십니다. 주말에는 대기줄이 길어서 1시간이 넘게 기다리는 방문객이 대부분이고, 대기하시다가 마감 시간이 돼서 돌아가시는 분도 꽤 많아요. 

— 추후 야간 개장 계획도 있나요? 앞으로의 운영 방향도 궁금합니다.

야간 개장은 내부적으로 확정되었고 세부적인 시기와 사항을 논의 중입니다. 연말까지 시범 운영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상세한 계획을 수립할 것입니다. 안전관리 요원을 추가 배치하고, 근무자 안내소와 휴식 공간을 소규모로 설치하는 등 다각도로 불편한 점을 개선할 예정입니다. 덧붙여 포항 밤바다는 여수 못지 않게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데요. 스페이스워크가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기획 및 진행 포스코, 더톤

설계 독일 디자인투프로덕션, 한국 나인디렉터스

제작 및 설치 포스코건설

감리 포스코 A&C

관람 시간 10:00 ~ 16:00 (주말·공휴일 17:00 까지)

김세음 에디터

자료 협조 포스코, 포항시

장소
스페이스워크 (포항시 북구 두호동 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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