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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4

할매니얼들의 크로셰 스타일링

소박한 감성과 한 땀 한 땀의 정성.
손으로 짠 레이스를 뜻하는 '크로셰 Crochet'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본 듯한 소박하고 따뜻한 감성과 한 땀 한 땀 정성스러운 뜨개질의 손맛, 몸을 조이지 않는 편안한 실루엣이 힐링이 필요한 팬데믹 시대를 어루만진다.
2021 S/S 마르코 람발디

 

작년 여름부터 심상치 않던 크로셰의 멋이 올여름 정점을 찍을 태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MZ 세대 멋쟁이들이 열광하는 면면을 많이도 지녔다. 그 첫 번째는 팬데믹 시대에 요구되는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 크로셰는 기계로 찍어내는 평범함이 아닌 섬세한 손맛을 담고 있어 들여다볼수록 더 아름답고 특별하다.

요즘 급부상 중인 SNS 트렌드, ‘코티지코어 Cottagecore’도 크로셰의 인기를 부추긴다.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과 공예, DIY 등 핸드메이드 아이템들, 소박한 아날로그적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코티지코어는 보는 것만으로도 지친 일상에 힐링을 선물한다. 그 감성과 꼭 닮은 크로셰는 패션 아이템뿐만 아니라 테이블웨어, 블랭킷, 러그 등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며 코티지코어 트렌드와 더불어 주목받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의 매력에서 그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다르다. 소위 포텐이 제대로 터졌다. 크로셰를 인싸템으로 우뚝 세운 주역은 다름 아닌 할머니! 지금 할머니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MZ 세대들은 할머니의 입맛과 패션에 열광하며 새로운 것보다 오히려 더 신선하다고 입을 모은다. 동시에 그들의 오랜 경험과 연륜이 만드는 여유와 지혜에 공감과 지지를 보낸다. 이러한 트렌드는 할머니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쳐 부르는 ‘할매니얼’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시니어 패션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고 있는 올해 89세의 할머니, 헬렌 루스 윙클.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baddiewinkle

 

이러한 할매니얼 트렌드는 할머니 패션을 따라 하는 ‘그래니 룩 Granny Look’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 바로 크로셰 아이템들이 있다. 그래니 룩은 70년대 소녀들이 자신의 할머니 세대인 20~30년대 패션을 따라 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 덕분에 크로셰 패션에도 70년대 특유의 음악적 낭만과 히피의 자유분방함이 흐른다. 여기에 할머니의 투박한 손맛, 알록달록 촌스러운 색감들, 어린 시절의 향수 어린 감성까지 뒤섞인 이번 시즌 크로셰는 색다른 분위기와 멋을 풍긴다. 그리고 따뜻한 할머니의 손길처럼 뭔가 모를 편안함과 위안을 선물한다.

푸르른 5월의 날씨는 그 멋에 반짝반짝 빛을 더한다. 예년 같았으면 지금쯤 뮤직 페스티벌이나 휴양지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겠지만 팬데믹 시대의 크로셰는 웃프게도 인스타그램 피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쉬운 대로 집에서 도심이나 한적한 어느 시골에서 크로셰를 즐기는 멋쟁이 스타들과 패션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을 담아봤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blancamiro

 

크로셰를 코티지코어 트렌드에 가장 잘 녹여내는 인플루언서는 단연 블랑카 미로다. 그래니 스퀘어 패턴이라 불리는 70년대풍 조끼부터 히피 스타일의 판탈롱 팬츠, 색색의 실로 짠 모자까지 다양한 크로셰 아이템을 즐기는 그녀는 시골의 풍경과 시원한 바다, 자연을 모티프로 하는 테이블과 꽃 등 보기만 해도 힐링 되는 배경으로 크로셰의 매력을 드높인다.

 

지금 가장 힙한 패션 인플루언서 엘라 엠호프의 피드에도 크로셰 아이템이 가득하다. 미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의붓딸이자 모델 겸 패션 디자이너인 그녀는 가방부터 모자, 팬츠 등 다양한 크로셰 아이템들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 바체바와 협업 컬렉션까지 공개하며 크로셰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

사진가 겸 여행작가, 디지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한나 스테판슨도 크로셰 패션에 푹 빠져 있다. 컬러 스타일링의 귀재답게 알록달록 색감의 크로셰 룩을 근사하게 걸친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패션 이외에도 꽃이 가득한 홈 인테리어와 예쁜 자연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크로셰 입문자라 아직 옷은 영 부담스럽다면 모자 하나면 충분하다. 더워 보이지 않는 여름 실로 짠 크로셰 모자는 옷차림에 시원한 포인트가 되어줄 것이다. 이왕이면 두 가지 이상의 컬러가 섞인 디자인을 선택해 빈티지한 멋을 놓치지 말자. 여기에 그래픽 티셔츠를 매치하면 힙한 MZ 세대 패션 완성! 멋쟁이 벨라 하디드처럼 여름을 닮은 환한 웃음까지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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