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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2

기묘한 영감이 가득한 식사

누데이크 새 디저트 컬렉션, 다이닝.
누데이크는 전 세계 4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디저트 브랜드다. 인스타그램 운영 초창기에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업로드한 타비 부츠(tabi boots) 모양의 케이크는 영국 <데이즈드(DAZED)> 매거진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랐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누데이크 콘텐츠 팀은 이미지를 기획하는 데 필요한 모든 아이디어를 가지고 머리를 맞댄다. 그 아이디어의 원천은 어제 본 영화, 유튜브 영상, 그리고 하나의 밈(meme)까지 제약이 없다. 현대미술을 방불케 하는 피스를 내놓는 누데이크가 얼마 전 새로운 디저트 컬렉션을 출시했다. 바로 식사에 영감을 받은 '다이닝(Dining)' 컬렉션이다.
누데이크, 시리즈 이미지 ©누데이크

 

Interview with 박선아

누데이크 아트디렉터

 

 

<다이닝> 시리즈의 콘텐츠는 어떻게 기획된 건가요?

기획 회의를 하던 중 한 팀원이 다큐멘터리 형식의 진지한 영상을 제작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어요. 이때 또 다른 팀원이 최근 유튜브에서는 엉뚱한 내레이션을 넣은 영상이 유행한다는 정보를 공유했죠. 다큐멘터리와 내레이션을 접목해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내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했기에 여러 성우와 개그맨을 조사했고, 1순위 후보였던 최준을 최종 섭외했어요. 그의 목소리와 개그 코드가 가진 성격을 활용하되 디저트에 대한 누데이크의 진지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 포맷을 사용하기로 한 거죠. 만약 최준 내레이터의 “안녕하세요. 준이에요”라고 시작하는 멘트 없이 진지한 영상과 우아한 음악만으로 1분을 채웠다면 영상을 끝까지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거예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라는 채널 안에서 인내심이 줄어들거든요.

누데이크, <Dining> 시리즈 포스터 ©누데이크

 

근육질 남성이 과일 바구니를 들고 있는 포스터 이미지도 신선해요.

포스터 역시 한 팀원의 제안이 시작이었어요. 통상적인 미(美)와 거리가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거리에 붙인 뒤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다는 거였죠. 이상한 아름다움으로부터 느껴지는 어떤 감정을 자극하고자 했어요. 브랜딩 팀과 협력해 서울 전역에 포스터를 붙이고 이 포스터를 발견한 열 명을 추첨해 케이크를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올해 10월 출시한 누데이크의 <Dining> 시리즈의 베이커리 메뉴들, 기존 디저트에서는 볼 수 없던 오이, 무화과 등의 재료를 활용했다. ©누데이크

 

아이디어를 시각 요소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현대미술학과의 과제를 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맞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누데이크의 대표님은 시기마다 과제를 내주시는데요. 브랜드 및 업무와 관련된 질문일 때도 있지만 철학적인 질문일 때도 있어요. 사실 업무가 바쁜 와중에 과제를 하라고 하면 귀찮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내심 과제를 기다리고, 기대하는 것 같아요. 과제를 성심껏 수행한 뒤 업무로 복귀했을 때 변화가 있더라고요. 이 과정을 통해 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즐겨요. 팀원끼리 ‘학교 다니는데 돈도 벌 수 있네’라는 농담을 하기도 하고요. (웃음)

 

©누데이크

 

이미지를 기획하고 생산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말해준다면요?

세계의 동향과 디지털 콘텐츠 시장 흐름을 꾸준히 분석해요. 콘텐츠 팀의 그룹 채팅방에서는 항상 새로운 이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요. 프로젝트의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와 관련된 정보는 유형을 불문하고 거의 다 수집하는 것 같아요. 이미지를 기획하는 과정에는 정해진 기준이 없어요. 대표님은 시기별로 직원들에게 과제를 주는데 한 번은 이런 게 있었어요. “누군가 만들어놓은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의 것을 창조하는 것이 맞는 방법인가?”하는 거였죠. 많은 과제를 수행하며 직원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이미 생산된 화보나 콘텐츠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에 경각심을 가지게 된 거죠. 이후 우리의 규칙을 하나 정했는데요. 이미 존재하는 레퍼런스와 비슷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가차 없이 탈락시킨다는 거예요.

 

최준과 함께한 누데이크 시리즈 홍보 영상 ©누데이크

 

‘젠틀몬스터’와 ‘누데이크’의 김한국 대표는 팀원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대표님을 만나게 된 것을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크리에이티브’,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과 ‘세련된 미’와 같이 대표님이 늘 강조하는 키워드가 모든 팀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죠. 경영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역할에 분명한 선을 그어요. 한 번은 회의 때 이런 말씀을 하신 적 있어요. “크리에이티브를 고민해라. 돈을 좇으면 우리는 중심을 잃는다. 돈에 대한 고민은 내가 할 테니, 세상을 놀라게 할 일을 우선시해라.”이처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느끼는 제약이 없어요. 대표님이 참석한 회의에 들어갔다 나오면 ‘해보자’라는 열정이 끓어올라요. 많은 동기 부여가 되죠.

 

 

신은별

자료 협조 누데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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