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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6

깊은 산속 투영된 마음의 산

전아현 작가의 첫 개인전 : 심산, 심산.
식물관 PH의 20번째 전시이자 전아현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인 <심산, 심산(深山, 心山)>이 시작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아현의 대표 시리즈 작인 ‘심산(深山)’ 작품 7점이 공개된다. 전시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작품 속엔 대한민국 곳곳의 깊은 산과 작가 전아현이 생각하는 마음의 산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 식물관 PH

 

3층으로 들어서면, 통창으로 비치는 청량한 숲을 배경 삼아 수려한 조각들이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작가가 그려낸 모든 산골짜기는 한국의 지형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다. 사각 티 테이블 내부엔 동고서저의 특징이 뚜렷한 가지산을 그려냈고, 긴 직선 벤치엔 외형과 산맥이 길게 뻗어난 월악산의 일부를 적용했다. 디테일한 높낮이의 지형과 고요한 안개의 흐름은 각각 콘크리트와 안료를 섞은 레진으로 표현했다고.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조각을 더욱 눈에 띄게 해주는 공간 연출도 눈여겨볼만한 요소다.

 

ⓒ 식물관 PH

 

이처럼 작품은 스툴부터 테이블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가구의 형태를 차용하고 있다. 이는 조각을 자리에 앉거나 물건을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함으로써,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연의 정취와 함께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이기도 하다. 능선이 광활하게 펼쳐진 호젓한 심산의 분위기를 제대로 체험해 보고 싶다면 작품과 눈높이를 맞춰 감상해 보길 권한다. 산맥과 시선이 일치하는 순간, 진정한 내면의 이야기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식물관 PH

 

작가의 조각엔 정답이란 없다. 관객이 받아들이고 느끼는 그대로가 이번 전시의 주제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휴식이 필요한 시기라면, 산꼭대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만 같은 전아현 작가의 공간에 들러 아늑한 휴식을 취해보자.

 

“심산의 은빛 풍경에 울리는 상흔의 여백은 작가의 상황이면서 우리의 진실일 수도 있다. 작가는 고독을 지팡이 삼아 가파르고 거친 저 산의 허리를 돌아 우듬지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하늘 자리가 전아현이 데려다준 바로 그 자리다.” – 육상수 공예 칼럼니스트

 

설심산/ the depths of the Snowy Seorak mountain, W400 x D400 x H340 (mm), Cement, resin, 2021 ⓒ 전아현

 

‘심산(深山)’은 작가님의 작품 시리즈 명이기도 해요. 뒤에 붙은 ‘심산(心山)’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마음속 산을 뜻해요. 앞 심산(深山)이 객관적인 산이라면 뒤 심산(心山)은 주관적인 산이죠. 어떻게 보면 제 작품도 저의 주관으로 재해석된 산이잖아요.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해석의 여지’라고 생각해 주시면 돼요. 제게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안개가 누군가에겐 무서운 존재이기도 한 것처럼요.

 

ⓒ 식물관 PH

 

작품은 ‘깊은 산의 모습’을 주제로 하고 있어요. ‘산’을 소재로 삼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등산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웃음) 봉우리 사이의 거리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깊이감이 좋았어요. 하나의 지평선으로 존재하는 바다와 달리, 뒤로 갈수록 옅어지는 모습이 편안하더라고요. 이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Square tea table_ Mt.Gajisan-21/80-110-26, W800 x D1100 x H260 (mm), Concrete, resin _2021 ⓒ 전아현

 

산수화 한 폭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비주얼이 압도적입니다. 실제 산을 보는 듯한 장엄함마저 느껴져요. 작업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처음엔 산의 등고선 지도나 사진들을 쭉 훑어봐요. 감도를 체크한 뒤, 원하는 모양과 높이에 가장 적절한 산을 찾습니다. 이후 등고선 지도를 토대로 컴퓨터 렌더링 작업을 거쳐요. 콘크리트를 사용해 산을 만들고 레진을 통해 전체적인 형태를 마무리합니다.

 

深山 series_ Side table, Mt. Taebaek-21/75-75-41, Mt. Taebaek-21/85-100-32, Mt. Taebaek-21/80-120-23, Concrete, resin_2021 ⓒ 전아현

 

가구 형태에 따라 다양한 산의 모습을 적용하고 있어요. 높이가 다른 사이드 테이블에 태백산맥의 광활함이 담긴 것처럼요.

각각의 정체성과 모양을 갖추고 있는 산의 모습을 구체화해 보고 싶었어요. 처음은 대한민국에서 사계절이 가장 뚜렷하다고 알려진 ‘설악산’이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원처럼 응집된 등고선 지도가 특징인 ‘지리산’을 원형 테이블로 제작했고, 휘어진 산맥을 갖고 있는 ‘천성산’을 커브 벤치로 표현하는 등 점차 작품의 범위를 넓혀 나갔어요.

 

Round tea table_ Mt. Jiri-21/0-120-26, Curved bench_ Mt.Cheonseong-21/132-35-37-1, Curved bench_ Mt.Cheonseong-21/132-35-37-2, Concrete, resin _2021 ⓒ 전아현

 

이번 전시가 특별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주로 화이트 큐브에서만 전시하다 보니 공간 연출 경험은 전무했는데, 이번엔 폭스더그린(foxthegreen) 팀과 함께하게 돼 전시를 완성도 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작품 속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을 즐기며 편안한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산/ the depths of the Seorak mountain, W350 x D350 x H300 (mm), Cement, resin _2021 ⓒ 전아현

 

앞으로 예정된 또 다른 전시가 있나요?

11월 4(목)일부터 14(일)일까지, 10일간 서울시립미술관 창고에서 <모든 것은 그 자리에>란 제목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다른 작가분들과 함께하는 4인 전으로 진행됩니다. 기대 많이 해 주세요.

 

지선영

자료 협조 식물관ph, 전아현 작가

장소
식물관PH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34길 24)
일자
2021.10.01 - 202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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