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를 이해하는 데에는 주최 도시 시카고의 ‘건축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시카고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건축 도시로 불리는 데에는 1871년 일어난 대화재(Great Chicago Fire)에서 기인하는데,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전체 도시의 1/3이 전소된 최악의 재난은 이 도시에게는 또 다른 ‘기회’였다. 도시재건작업을 위해 미스 반 데어 로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이 참여하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그런 시카고에서 열리는 건축 비엔날레인 만큼 도시의 건축과 주변 지역, 공간을 다루는 시선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 섬세하고 전문적이라 할 만하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가능한 도시(The Available City)’. 행사를 총괄하는 아트 디렉터로는 시카고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이자 연구원, 교육자인 데이비드 브라운(David Brown)이 위임됐다. ‘가능한 도시’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집단 공간이 오늘날 도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모두가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빠른 피드백, 최초의 정보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건축과 디자인의 교차점, 지속 가능성, 형평성, 인종적 정의와 같은 다층적 현상에 관해 대화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시카고 비엔날레 측의 설명이다.

Available City?
도시의 빈 공간에 대한 전문가들의 활용법
오늘날 현대 도시에 제 기능을 상실하고 ‘방치된’ 공터가 얼마나 될까? 시카고에만 자그마치 1만 개 이상의 공터가 존재한다. 평균 약 25 x 125피트, 운동장 크기 정도의 부지들이 모두 시 소유물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이 도시 속 방치된 공간들을 어떻게하면 다양한 공유공간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지난 10년 간 이 분야에 관해 연구해온 데이비드 브라운을 예술 감독으로 선정한 이유도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주로 시카고 남서쪽에 밀집한 도시 소유의 공터과 빈 건물들은 일견 상징성을 갖는데, 개발과 저개발, 지역 투자와 투자 중단이 극명하게 반영된 공간이라 할 만하다.


비엔날레 프로그램은 North Lawndale, Woodlawn, Bronzeville, South Loop 등 시카고 전역에서 진행된다. 전 세계 40개 국가에서 350여명의 건축가, 디자이너, 아티스트가 프로토타입 모델, 드로잉,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이며, 관련 전문가들의 다양한 포럼, 디지털 플랫폼 컨텐츠 등도 풍성하다. 공터 외에 커뮤니티 정원, 폐교된 학교 및 상점을 활성화하는 아이디어도 엿볼 수 있다.

건축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올해 비엔날레 ‘Must See’
건축 전문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주목해야 할 스팟은 시카고 문화센터(The Chicago Cultural Center)에서 열리는 기획전이다. 128년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랜드마크에서 80여 명의 컨트리뷰터가 ‘Available City’를 주제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건축회사 ‘SOM’의 결과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사우스 쇼어(South Shore) 지역 에픽 아카데미(Epic Academy)를 위해 지은 파빌리온 건축물은 반드시 봐야 할 스폿으로 꼽힌다. 건축 사무소 ‘오픈 워크숍(The Open Workshop)‘은 브론즈빌(Bronzeville)에 자리한 오버톤 초등학교(Overton Elementary School) 부지에 야외 회의 공간, 그늘과 쉼터를 더해 지역 주민들의 교류의 장을 제시한다. 대단한 건축요소를 더하지 않더라도 빈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들도 있다. 아웃 오피스(Out Office)는 콘크리트 공터 바닥에 다양한 형태의 도형을 밝고 화사하게 그려내 낙후된 공간에 생기를 부여한다. 9월 19일부터 시작된 행사는 올해 연말인 12월 18일까지 3개월 간 계속된다.
글 박나리
자료 협조 시카고건축비엔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