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9

거장은 그림을 왜 거꾸로 그렸을까

게오르그 바젤리츠, 회고전과 함께 찾아오다.
한 점당 10억을 훌쩍 넘기는 작품이 전시가 오픈하기도 전에 대부분 판매되었다?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Thaddaeus Ropac Seoul) 갤러리의 개관전 이야기다. 개관전 주인공은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이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스튜디오, 2021 Photo: © Elke Baselitz 2021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이번 전시에서는 타데우스 로팍 서울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12점의 회화와 12점의 드로잉 신작을 선보인다. 동시대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하나로 꼽히는 바젤리츠는 20세기 후반 독일 예술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으며 196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서울 전시 <가르니 호텔>은 10월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리는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과 맞물려 열리는 전시다.

 

Georg Baselitz Schwarze mit Lemone, 2021 Oil on canvas Image 200 x 250 cm, Frame 204 x 254 x 5 cm. Courtesy Galerie Thaddaeus Ropac,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Photo: Jochen Littkemann

 

“선교사들의 유랑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의 이미지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한국과 독일에서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사람들 사이에 전해진다. 이곳의 예술과 그곳의 예술은 두 개의 거대한 기념비이다. 서로 비교될 수는 없지만 웅대한 그런 기념비 말이다. 오늘날 비행기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그림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 게오르그 바젤리츠, 2021

 

Georg Baselitz Do not disturb, 2021 Oil on canvas Image 250 x 200 cm, Frame 254 x 204 x 5 cm. Courtesy Galerie Thaddaeus Ropac,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Photo: Jochen Littkemann

 

작품 속에서 그는 방대한 전작에 등장한 모티프들을 재고하고 또한 예술사에 대한 절묘한 레퍼런스를 작품에 통합시키며 회화라는 매체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대형 회화 연작은 그가 50년이 넘게 자신의 예술 행위에서 중요하게 생각해본 부인 엘케(Elke)의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

 

바젤리츠의 신작은 추상화에 가깝지만 여전히 감각적인 엘케라는 인물을 비정형의 공간 속에 고립된 모습으로 보여준다. 바젤리츠는 자신의 주제를 추상화하고 낯설게 만들지만, 강렬한 필치로 대상의 핵심을 담아낸다. 그는 형식에서 내용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969년부터 작품의 구도를 거꾸로 뒤집어왔다. 작가에게 너무나 친숙한 엘케를 그리고 있지만 거꾸로 구도를 뒤집음으로써 추상과 구상 사이를 항해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Georg Baselitz Einzelzimmer, Einzelbett, 2021 Oil on canvas Image 250 x 200 cm, Frame 254 x 204 x 5 cm. Courtesy Galerie Thaddaeus Ropac,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Photo: Jochen Littkemann

 

“나는 항상 작품 안에서 무언가가 나를 방해한다는 사실과 싸워왔다. 나를 항상 방해했던 그것은(이제는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소위 ‘실존적’이라 불리는 것들이었다. 내 안에 나를 점령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작품에서 제거하지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 사실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이 노력을 근 60년간 지속해왔는데, 지난 20년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다 잘 해결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 게오르그 바젤리츠, 2021

 

Georg Baselitz Untitled, 2021 Red and black ink on paper Image 66 x 51,1 cm. Courtesy Galerie Thaddaeus Ropac,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Photo: Ulrich Ghezzi
Georg Baselitz Untitled, 2021 Red ink on paper Image 50,4 x 66,7 cm. Courtesy Galerie Thaddaeus Ropac,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Photo: Jochen Littkemann

 

게오르그 바젤리츠는 누구인가?

 

60여 년에 걸쳐 예술 인생을 살고 있는 게오르그 바젤리츠는 정형화된 단일 양식에 한정되길 거부한 작가다. 회화, 조각, 판화, 드로잉을 포함해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1938년 작센주의 도이치바젤리츠(Deutschbaselitz)에서 한스 게오르그 케른(Hans-Georg Kern)이라는 본명으로 태어난 바젤리츠는 동독에서 조형예술대학을 다니다가 ‘정치사회적 미성숙’이라는 이유로 제명당하고 이후 1957년부터 1963년까지 서독에서 학업을 마쳤다. 바로 이 시기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출신 고향의 지명인 ‘바젤리츠’로 바꾼다.

이듬해 베를린의 베르너&카츠 갤러리에서 열렸던 그의 첫 개인전은 스캔들을 일으켰고, 관계 당국은 풍기문란을 이유로 회화 몇 점을 압수했다. 추상 회화의 우세에 저항하려는 그의 단호한 구상 작품은 감상자에게 강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충격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 1960년대 중반에는 자신의 기념비적인 인물 시리즈인 <영웅(Helden)>을 그렸고, <분절(Frakturbilder)>이라는 작품을 통해 회화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관습의 해체를 도모했다. 그의 시그니처라 해도 좋을, 작품 구도를 거꾸로 뒤집기 시작한 시기는 1969년이다. 바젤리츠에게 이것은 추상과 구상 사이를 항해하며 형식을 비워내는 방법이었다. 1970년대에는 손가락을 직접 이용해 그리는 방식을 통해 색과 재료를 보다 자유롭게 활용했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와 그의 스튜디오, 2021 Photo: © Elke Baselitz 2021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바젤리츠에게 1980년대는 중대한 시기였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작품을 전시하며 처음으로 조소를 시도했다. 또한 이 시기에 런던 왕립 예술 학교의 <회화의 새로운 정신(A New Spirit in Painting)>(1981), 미국 순회전이었던 <표현 : 독일의 새로운 예술 (Expression : New Art from Germany)>(1983) 등 유수의 전시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적 명성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이는 1995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최된 첫 미국 회고전으로 이어진다.

혁신을 향한 충동은 바젤리츠의 예술 인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2006년부터 지속해 온 <리믹스(Remix)>회화 작업으로 과거 예술 작품의 도상학을 고찰하며 그는 자신만의 고유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1년에는 그의 조소 작업을 망라한 회고전이 파리시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고 2019년, 그는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e dell’Accademia)에서 회고전을 가진 최초의 생존예술가가 되었다.

 

 

김만나

자료 협조 타데우스 로팍 서울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22-1, 2F)
일자
2021.10.07 -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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