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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5

을지로입구 99번출구로 오세요

배달의 민족, 도시와 글자를 만나는 온라인 展.
배달의 민족이 을지로를 주제로 또 한 번의 전시로 찾아왔다. 2019년부터 지속해 온 ‘을지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9년 <을지로체 도시와 글자>, 2020년 을지로 사진전 <어이 주물씨 왜 목형씨>에 이어 을지로체 마지막 전시 <을지로입구 99번 출구>이다.

 

그동안 을지로를 기반으로 삶의 터전을 꾸려온 무명 장인들과 사장님들의 이야기에 주목해 온 것에서 더욱 확장하여,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방문하는 사람들 모두의 이야기를 한데 담았다. 오랜 시간 묵묵히 일하며 살아 온 사람들과 그들이 일궈낸 스폿을 방문하여 향유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유대감과 연대를 느끼는 장소로서의 을지로를 조명한다.

이미지 출처 : 배달의민족 유튜브

 

온라인 웹사이트에 구성된 <을지로입구 99번출구>는 ‘도시’와 그곳을 향유하는 모든 사람의 ‘해프닝’들을 연결하여 그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 그 자체를 전시한다. 을지로를 중심으로 도시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이 도시의 이야기가 되고 시간과 역사로 남는다. 그에 일조하고 콘텐츠를 관람, 생성한 관람객 모두가 작가가 되는 것이다.

 

나의 '호칭'을 설정한 뒤 입장한다. 전시 화면 캡쳐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웹사이트 형식의 가상의 장소에 구현한 새로운 도시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우선 을지로입구 99번출구로 입장하여 룰렛을 돌려 랜덤으로 나의 가상의 ‘아이덴티티’를 설정한다. ‘배달의 민족 특유의 위트와 개개인의 정체성을 매력 있게 조명하는 다양한 리스트로, 이 도시 공간 속에서 나만의 재미있는 ‘부캐’를 설정할 수 있다.

 

도시 안의 다양한 해프닝이 벌어지는 여덟 개의 문. 전시 화면 캡쳐

 

입구를 지나면 여덟 개의 서로 다른 문(門)을 만나게 된다. 이 여덟 개의 문은 도시 위에서 일어나는 여덟 개의 해프닝의 시작점이자 상징이다. 문을 두드리면 각 해프닝의 힌트가 빼꼼 새어나오고, 문을 활짝 열면 해프닝이 벌어지는 새로운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도시와 글자를 만나는 여덟 개의 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을지로 작가들

 

작가들의 작업 과정과 일상을 동영상으로 엿볼 수 있다. <을지로입구 99번출구> 전시 화면 캡쳐

 

을지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예, 미디어아트, 패션 등 25명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모아 전시한다. 그동안 결과물만을 접할 수 있었던 보통의 전시와는 달리 그들의 작업 과정을 엿봄으로써 작가들의 시간과 일상, 작업에 대한 시선과 고민 등을 찬찬히 살펴 볼 수 있다.

 

 

2. 을지로 시계

 

시간에 따라 서체가 낡는다. 전시 화면 캡쳐

 

<을지로입구 99번출구>는 가상의 공간에 멈춰 있는 도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이 흐르는 생동감 있는 도시이다. 시간에 따라 변화한 흔적을 표현해낸 ‘을지로오래오래체’의 특징을 살려 낯설지만 익숙한 시계를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체는 점점 닳아간다.

 

 

3. 손으로 걷는 을지로

 

손으로 을지로를 걸으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마주한다. 전시 화면 캡쳐

 

끊임없이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이어주는 길과 도시. 도시와 사람들 사이에 에피소드가 생겨나는 흥미진진한 거리의 모습을 을지로체로 구현했다. 거리를 산책하듯 문장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새로운 해프닝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4. 을지로 작가들

 

오픈 예정 중인 라이브 공간. 전시 화면 캡쳐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데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을지로입구 99번출구에서 열리는 라이브 공연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도시 안에서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해프닝이다. 두 래퍼 넉살&던밀스(10월 12일)와 특색있는 보이스를 자랑하는 선우정아(10월 15일)가 색다른 무대를 꾸민다.

 

 

5. 을지로 박물관

 

소장품 중 하나인 . 전시 화면 캡쳐

 

배달의민족이 을지로체와 을지로 전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3년 동안 을지로를 누비며 찾아낸 영감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있다.

 

 

6. 을지로 디제잉

 

활자를 입력할 때마다 을지로의 소리가 난다. 전시 화면 캡쳐

 

을지로에서 <우주만물>을 운영하는 ‘헬리콥터 레코즈’의 박다함, DJ SEESEA, 음악가 최태현과 함께 을지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재생되는 소리들을 수집했다. 수집된 다양한 소리는 자음과 모음에 각각 연결되어, 관람자가 을지로체를 타이핑할 때마다 소리를 낸다. 을지로체와 을지로의 소리를 연결하여 각자만의 ‘을지로의 소리’를 완성할 수 있다.

 

 

7. 을지로 말풍선 던지기

 

수도꼭지 레버를 돌려 말풍선을 키우고 사진을 꾸밀 수 있다. 전시 화면 캡쳐

 

관람객의 사진에 ‘을지로오래오래체’를 활용한 문구를 스티커처럼 꾸밀 수 있다. ‘헐’, ‘굿’, ‘짱’ 등 짧지만 강렬한 한 마디들은 물풍선 모양으로 구성되어 수도꼭지를 돌리는 모션으로 크기 조절이 가능하다. 오프라인 전시를 기념하는 스탬프처럼 온라인 전시 공간에서 관람객이 직접 기념 사진을 꾸미고, 간직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8. 2,350명의 을지로체

 

10월 8일 오픈 예정인 '2,350명의 을지로체'. 전시 화면 캡쳐

 

한글은 각 자음과 모음이 조합되어 각기 다른 ‘한 글자’가 되고 글자들이 모여 온전한 글꼴(서체)이 된다. 관람객들은 2,350개의 글자 가운데 선택하여 각자 원하는 대로 글자를 꾸미게 된다. 각 글자들은 다른 시선과 개성으로 꾸며졌지만 결국 ‘을지로오래오래체’라는 큰 틀 안에서 표현되는 자유로움의 결과물이다. 이는 개성 있는 구성원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도시의 특성을 글자를 빌려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10월 8일 오픈 예정이다.

 

 

을지로 프로젝트 마지막 폰트,을지로오래오래체

 

자료 제공 : 배달의민족

 

배달의 민족은 9년 전부터 도시에 존재하는 글자에 주목해왔다. 옛날 간판 글자 ‘한나체’와 ‘주아체’부터 시작해, 아크릴 판에 시트지를 잘라 만든 길거리 글자 ‘도현체’, 가판대의 붓글씨 ‘연성체’, 매직으로 쓴 화장실 안내판 글씨 ‘기랑해랑체’ 등 도시의 투박한 일상 속 비주얼을 서체로 재탄생시켜왔다. 그리고 2019년부터는 ‘을지로’에 시선을 두고 무명의 타이포그래피 장인이 써 내려간 간판글씨에 주목해 2019년에 ‘을지로체’, 2020년에 ‘을지로 10년후체’를 선보였다.

 

자료 제공 : 배달의민족
전시 웹사이트에서 직접 입력해볼 수 있다. 전시 화면 캡쳐

 

그리고 <을지로입구 99번출구> 전시의 주인공이자 3년 간의 을지로 프로젝트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폰트 ‘을지로오래오래체’는 서체명 그대로 오랜 시간을 품고 앞으로도 이어져 갈 을지로의 ‘시간성’을 상징화한 서체이다. 글자가 처음 쓰였던 당시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뒤의 역사를 반영하여, 시간이 지난 것이 간직한 낡은 흔적을 시각화했다. 그 흔적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시간과 역사를 긍정적이고 유쾌한 시선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했다.

 

이미지 출처 : 배달의민족 유튜브

 

배달의민족은 갓 만들어진 음식을 들고 오늘도 길거리 구석구석을 누빈다. 그들의 일상은 곧 우리 주변 가까운 도시의 이야기를 살피고 흥미로운 해프닝들을 감지하는 일들로 꾸려진다. 도시에서 찾아낸 글자와 영감, 개개인의 시공간이 한데 모여 어우러진 매력적인 도시이자 전시 <을지로입구 99번출구>는 ‘재미’를 찾아 바쁘게 돌아다니는 배달의 민족과 우리들의 지금 이 순간을 담아낸다. 눈을 크게 뜨면 도시를 누비는 버스에서도 을지로입구 99번출구로 향하는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지금 바로 주위를 둘러보고 여덟 개의 문을 찾아 똑똑 노크해 보자.

 

 

소원

자료 협조 배달의민족

일자
2021.09.29 -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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