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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6

“AI 다음은 뭘까?” 2027년 트렌드 미리보기

10가지 키워드로 살펴보는 『트렌드 코리아 2027』

『트렌드 코리아 2026』이 AI의 ‘등장’과 그에 대한 ‘반응’에 주목했다면, 『트렌드 코리아 2027』의 관심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이제 질문은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 ‘AI가 기본값이 된 이후 우리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로 옮겨갔다. 

 

올해 키워드는 AI로 달라진 사회와 개인의 삶, 조직이 일하는 방식까지 두루 살핀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오히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또렷해진다.

 

남겨야 할 세 단어를 꼽자면 안목, 엣지, 실행이다. AI가 상당 부분을 빠르게 채워주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고를지 판단하는 안목, 나만의 차이를 만드는 엣지, 생각을 실제 결과물로 옮기는 실행력이 중요해진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올해의 슬로건 ‘ALPHA SHEEP’을 통해 빠르게 변하는 시류에 휩쓸리는 양떼가 아니라, 무리에서 먼저 뛰쳐나오는 한 마리 양이 되자고 말한다. 열 가지 키워드를 따라가며 나만의 안목으로 고르고, 엣지를 더해, 일단 실행해볼 한 가지를 찾아보길 추천한다.

권태사회
Age of Ennui Society
“뭐 재밌는 일 없어요?”가 흔한 인사말이 되었다.
얼태기, 옷태기, 책태기, 식태기······. ‘O태기’라는 말이 봇물처럼 넘쳐난다.

책을 펼치기 직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요새 ‘잼컨(재밌는 콘텐츠)’ 없냐, 나는 요즘 ‘얼태기’다, 하는 말을 늘어놓고 온 참이었다. 과거에는 할 일이 없어서 권태로웠다면, 도파민이 넘치는 시대에는 오히려 자극도 할 일도 많아서 권태를 느낀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이를 ‘결핍형 권태’에서 ‘과잉형 권태’로의 변화라고 설명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고 소비하지만 어느 하나에 깊이 집중할 수도, 그럴 필요도 줄어들면서 ‘여유’와 ‘의미’를 쉽게 잃는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한 자극과 분주함 속에서 대한민국은 심심해하고 있다.

짧고 자극적인 마이크로 드라마는 ‘권태의 틈’을 겨냥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출처: 레진

그렇다면 권태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특히 조직 속에서 권태는 생산성 저하로 직결된다. 이벤트, 간식, 워크숍 같은 비업무적 활동만으로는 근원 해결에 한계가 있다. 구성원 각자가 일의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3M은 근무시간의 15%를 정규 업무에서 벗어나 관심 있는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탐색하는 데 쓰게 하고, 구글은 오래 전부터 업무 범위와 관계, 일의 의미를 스스로 다시 규정하는 ‘잡 크래프팅’을 활용하고 있다.

 

개인에게 필요한 것 역시 더 강한 자극은 아니다. ‘여유’를 되찾는 심심함의 미학과, ‘의미’를 찾게 해주는 글쓰기나 음악 감상 같은 진정한 몰입을 권한다. 권태를 이기는 처방이 역설적으로 ‘더 권태로워지는 것’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럭셔리 브랜드도 마이크로 드라마에 뛰어들었다. SNS를 통해 신상 가방이 등장하는 숏폼 에피소드를 연재 중인 마크 제이콥스 출처: 마크 제이콥스
라이프 ROI
Life ROI

마케팅을 하다 보면 ‘ROI(투자수익률)’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투입 대비 산출을 따져 효율을 판단하는 지표다. 요즘은 이 날카롭고 매정한 잣대가 인간관계나 인생 설계와 같은 삶의 모든 국면에 스며들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관계에는 시간을 쓰지 않는 로테이션 소개팅처럼 투자 논리가 삶 깊숙이 스며든 것이다.『트렌드 코리아 2027』은 이러한 흐름을 ‘라이프 ROI’라 명명했다.

10분마다 상대를 바꿔 대화한 뒤, 서로 마음이 맞으면 연락처를 주고받는 로테이션 소개팅 출처: 감정적인 오렌지들

효율을 따지는 일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판단하는 건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손해처럼 보이는 시간이 훗날 예상하지 못한 가치로 돌아오기도 한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취미, 목적 없이 이어지는 관계, 돌아가는 경험처럼 숫자로 계산하기 어려운 것들이 삶을 지탱하기도 한다. 

 

삶의 모든 선택에 ROI를 적용할 수 있다면, 반대로 이런 질문도 남는다.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을 ‘수익’이라고 부를 것인가. 우리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ROI는 무엇인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폼팩터 시프트
Plasticity in the Form Factor Shift

새 스마트폰이 나와도 “그래서 뭐가 달라진 거지?” 싶을 때가 많다. 카메라 화소가 조금 높아지고 칩이 조금 빨라졌지만, 손에 쥐었을 때 체감되는 차이는 크지 않다. 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지금,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스펙보다 제품의 ‘모양’과 ‘쓰임’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제품의 물성이나 구조, 사용 방식을 바꿔 새로운 경험과 시장을 만드는 흐름을 ‘폼팩터 시프트’라 부른다.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물성 시프트’다. 세제와 치약, 향수가 액체에서 고체로 바뀌고, 왁뿌형 디저트처럼 식감 자체를 새롭게 설계한 제품도 등장한다. 둘째는 ‘구조 시프트’다. 폴더블폰과 롤러블 노트북처럼 접거나 말 수 있는 구조를 통해 하나의 제품을 상황에 따라 다른 크기와 형태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좌) 접거나 펼칠 수 있는 삼성 폴더블폰 (우)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노트북 출처: 삼성, 레노버

마지막은 ‘행동 시프트’다. 제품의 형태가 달라지면서 사용하는 방식까지 바뀌는 경우다. 뚜껑을 아래로 향하게 한 하인즈의 ‘탑다운’ 케첩은 사용 편의성을 높이며 이듬해 매출을 8% 끌어올렸고, LG 스탠바이미는 TV에 바퀴와 스탠드를 더해 거실 한곳에 고정돼 있던 화면을 원하는 공간으로 옮겨 볼 수 있게 했다.

 

결국 폼팩터 시프트는 단순히 제품의 생김새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익숙한 제품의 물성과 구조를 다시 설계해 사용자 행동을 바꾸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쓰임과 시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스펙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시장에서, 우리 제품은 어떤 모양과 방식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해봄경제
‘Have-a-Go’ Economy

최근 클로드 강의를 들으며 반나절 만에 웹사이트 하나를 뚝딱 배포했다. 개발에 대한 지식이 1도 없는 나에게 클로드는 지니의 요술 램프 같았다. 예전에는 충분히 배우고, 전문가와 조직을 갖춘 뒤에야 실행에 나설 수 있었다. 이제는 그 순서가 뒤집혔다. 일단 시작하고, 하면서 배우고, 결과물을 내놓은 뒤 다시 고친다. 실행은 준비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 됐다.

 

첫 시도의 비용은 낮아지고, 방법은 많아지고, 도구는 쉬워졌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이처럼 먼저 해보고, 그 과정에서 배우며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만들어내는 흐름을 ‘해봄경제’라 부른다.

AI 활용 2주 만에 개발했지만 앱 공개 후 약 9만 명이 이용한 앱 ‘그늘로’ 출처: 그늘로

이제는 설명서에 맞춰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마저 기성품처럼 느껴진다. 설계도부터 스스로 그리는 GIY(Generate It Yourself)로 원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낸다. 실제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 대학생은 AI를 활용해 그늘로만 걸을 수 있는 앱 ‘그늘로’를 단 2주 만에 개발했고, 공개 후 약 9만 명이 이용했다. 법률 지식이 없던 주부가 AI의 도움을 받아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도 있다. 과거에는 준비된 사람이 실행했다면, 이제는 실행하면서 준비된 사람으로 성장한다. 누구나 자기 삶의 반경 안에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마이크로 히어로’의 시대가 열렸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완벽함보다 완성이 낫다), 페이스북 본사 벽면 문구
저장인류
All Is Saved: Homo Archivarius

“나는 저장한다, 고로 존재한다.” 책 속 문장을 읽다가 5만 장이 넘는 내 아이폰 앨범이 떠올라 흠칫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무엇을 담을지 고민한 뒤 사진을 찍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일단 저장하고 고르는 일은 나중으로 미룬다. ‘꿀팁’ 영상마다 달리는 “저장해놓고 까먹어야지♡”라는 댓글이 상용구가 된 이유다. 회의 녹음부터 식단, 운동 기록까지 무엇이든 남겨두는 사람들을 ‘저장인류’라 부른다.

컬리가 선보인 식단 관리 앱 ‘루션’은 음식 사진을 찍으면 AI가 영양 정보를 기록하고 맞춤 식단을 제안한다 출처: 컬리

AI 시대의 저장은 저축보다 투자에 가깝다. 위시리스트는 개인화 추천의 기반이 되고, 업무 기록은 나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 음식 사진을 찍으면 식단과 영양 정보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맞춤형 식단을 제안하는 컬리의 ‘루션’처럼, 저장된 데이터는 다시 새로운 서비스와 행동으로 이어진다.

 

개인의 기록이 하나의 자산이 되기도 한다. 김밥 맛집을 꾸준히 기록해온 크리에이터 ‘김밥집(@gimbapzip)’은 축적된 기록을 바탕으로 책까지 내며 하나의 IP로 확장했다. 기업 역시 고객 데이터를 쌓아 맞춤형 추천을 고도화하고, 브랜드의 역사와 활동을 꾸준히 기록하며 자신만의 맥락을 만들어간다. 다만 스마트 글래스처럼 타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상의 모든 순간이 기록되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저장인류는 기록이 자산이 되는 가능성과 저장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 고민을 함께 던진다.

김밥 크리에이터 정다현은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팝업과 행사를 진행 중이다 출처: 김밥집 인스타그램
바이브 워킹
Seamless AI Integration: Vibe Working

AI로 회의록을 정리하고, 번역하고, 장표를 만든다. 개인 업무 속도는 분명 빨라졌는데, 보고가 올라가고 의사결정이 내려오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그대로다. AI 도입은 크게 늘었는데도 조직 생산성이 그만큼 오르지 않는 이유다. 지금 필요한 건 AI를 더 많이 들이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어지도록 업무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업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단위와 맥락으로 나누고, 과업마다 맞는 AI 에이전트를 붙이고, 사람이 조율해야 할 순간을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과 AI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협업하도록 일하는 방식을 ‘바이브 워킹’이라 부른다.  이때 사람의 역할은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연주자보다 각 악기의 호흡을 맞추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가깝다.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되어 일하느냐가 중요해진다. 

사내 규정을 빠르게 찾고 업무 기준을 일관되게 이해하도록 돕는 현대차증권의 AI 플랫폼 HAI.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리:텐션 전략
Hold on to Your Customers! Retention Strategy

최근 유튜브에서 SK텔레콤의 ‘전국장기고객자랑’ 광고를 봤다. 〈전국노래자랑〉 형식을 빌려 10년 넘게 함께한 고객들을 무대 위로 올리고, 장기 고객을 위한 혜택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경쟁사 고객을 데려오는 데 집중하던 통신업계가 이제는 ‘오래 함께한 고객’을 전면에 내세운다.

장기 고객 케어를 전면에 내세운 SK텔레콤의 광고 출처: SK텔레콤

인구 감소와 성장 둔화가 이어지면서 경쟁의 무게중심도 ‘고객 획득’에서 ‘고객 유지’로 옮겨가고 있다. 가격과 혜택을 꼼꼼히 비교하는 ‘프라이스 디코딩’ 시대에는 신규 고객을 데려오는 비용이 커지고, 혜택만 챙긴 뒤 떠나는 고객도 늘어난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고객이 스스로 다시 찾고 머물고 싶게 만드는 전략을 ‘리:텐션 전략’이라 부른다.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새벽배송처럼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경험을 주는 ‘역체감’, 아이가 두고 간 인형의 호캉스 사진을 함께 돌려보낸 리츠칼튼 호텔의 사례처럼 진심으로 대접받는 기분을 주는 ‘환대’, 고객의 이전 선택과 취향을 기억해 점점 더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모리’, 다음 등급이나 혜택을 미리 경험하게 해 다시 방문할 동기를 만드는 롯데백화점의 ‘프리-에비뉴엘’ 같은 ‘혜택 설계’까지. 핵심은 당장의 매출보다 고객과 얼마나 오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고객에게 여기 계속 머물 이유가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이제 비즈니스에서도 통하는 시대다.

휴먼엣지
Every AI Needs the Human Edge

한 익명의 디지털 아티스트가 “AI로 모네의 화풍을 흉내 내봤다”며 그림 한 점을 공개했다. 사람들은 구성과 색감이 어색하고 깊이감이 부족하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그림은 AI가 만든 이미지가 아닌 실제 모네의 작품이었다. 작품은 그대로인데 ‘AI가 만들었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감상이 달라진 것이다. 같은 결과물이라도 AI가 만들었는지, 인간의 손을 거쳤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전혀 다른 가치를 매긴다.

AI가 ‘딸깍’ 한 번으로 80%를 채워주는 시대에는 결과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 차이는 나머지 20%, 그 이면에 남아 있는 인간의 흔적에서 나온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이처럼 AI 자동화 시대에 인간의 흔적이 차별화 요소가 되는 현상을 ‘휴먼엣지’라 부른다. 불완전한 결점을 매력으로 드러내고, 한 땀 한 땀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사람의 손길이 닿는 지점을 남기고, 공들인 시간을 쌓아가는 것. 모두 인간만이 더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방법이다.

 

중요한 건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어디까지 AI에 맡기고, 무엇을 인간이 직접 판단하고 더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모두가 비슷한 도구를 사용하는 시대일수록 마지막 차이는 결국 각자가 가진 ‘휴먼엣지’에서 만들어진다.

미국의 저자 연합은 책의 저자가 AI가 아닌 인간임을 인증하는 ‘Human Authored’ 마크 제도를 도입했다 출처: Authors Guild
하프시그널
Embracing Menopause: the ‘Half Signal’

100세 시대, 갱년기는 남녀 모두에게 인생의 절반쯤에서 찾아오는 이벤트가 됐다. 특히 X세대는 자신의 갱년기와 자녀의 사춘기, 부모의 돌봄기가 한꺼번에 겹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전에는 갱년기를 감추거나 견뎌야 할 일로 여겼다면, 이제는 몸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관리하며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케아 매장을 운영하는 잉카그룹은 2024년 세계 폐경의 날에 맞춰 ‘글로벌 갱년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출처: Ingka Group

『트렌드 코리아 2027』은 갱년기를 인생의 반환점에서 울리는 신호로 다시 읽는 흐름을 ‘하프시그널’이라 부른다. 갱년기가 몸이 보내는 신호라면, 하프시그널은 그 신호에 대한 응답이다. 축구의 하프타임이 전반전을 돌아보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시간이듯, 갱년기 역시 삶의 다음 국면을 준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이 변화는 개인을 넘어 조직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케아 매장을 운영하는 잉카그룹은 2024년 세계 폐경의 날에 맞춰 ‘글로벌 갱년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구성원들이 갱년기를 이해하고 서로 배려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각자의 속도로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뿐 아니라, 가족과 직장도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가 된 것이다.

안목자본
Power of Taste Capital

성형외과·피부과를 고를 때 2·30대가 꼽은 기준 1, 2위는 손기술과 전문의 여부, 3위는 ‘선생님의 미감’이었다. 흥미로운 건 그 미감을 병원 인테리어를 통해 가늠한다는 점이다. 시술 실력뿐 아니라 무엇을 아름답다고 판단하는지, 즉 의사의 안목까지 선택의 기준이 된 것이다. 요즘 “안목 있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으로 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명품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안목은 그렇지 않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가치를 찾아내는 눈, 그게 안목이다. 남들보다 먼저 숨은 가치를 알아보는 ‘발굴안’, 아름다움을 가려내는 ‘심미안’,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차이를 알아보는 ‘감식안’이 모두 안목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안목은 어떻게 자본이 될까? 가치가 가격에 반영되기 전에 먼저 알아본 것은 그 가치가 오르는 순간 수익이 된다. 미감을 갖춘 사람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자신만의 감도를 더해 앞서 말한 ‘휴먼엣지’를 만들 수 있다. 정보가 넘치는 시장에서는 작은 차이와 단서를 읽어내는 눈이 잘못된 선택을 막아주기도 한다. 지난 세기에는 자본이 공장과 통장에 쌓였다면, 2027년의 자본은 안목에 달려있다. 안목은 그렇게 자본이 된다.

지역의 맥락을 반영하면서도 정교한 제품 배열과 미니멀한 공간 구성으로 일관된 정체성을 보여주는 이솝. 매장 자체가 브랜드의 심미안을 드러낸다 출처: 이솝

글 정세정 마케터

자료 제공 및 출처 미래의창, 각 이미지 하단 출처 기재

정세정
컬처와 브랜드를 잇는 컬처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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