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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8

한글날 어디 갈까? 한글을 경험하는 6가지 방법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전시와 팝업

누군가에게 안부를 건네고, 궁금한 것을 검색하고, 메뉴판과 간판을 읽는다. 하루에도 수없이 한글을 만나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 오히려 그 모양과 소리를 찬찬히 들여다볼 일은 드물다. 10월 9일은 매일 곁에 있는 글자를 잠시 낯설게 바라보는 날이다. 우리가 무심코 읽고 쓰는 한글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돌아보게 한다. 

 

올해 한글날은 더욱 특별하다. 1926년 조선어연구회가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기 위해 처음 ‘가갸날’을 정한 지 꼭 100년이 됐다.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는 노력에서 출발한 가갸날은 1928년 ‘한글날’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한 세기를 지나 오늘까지 이어졌다.

 

100주년을 맞은 올해, 한글을 기념하는 방법도 한층 다채롭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되짚는 전시가 열리는가 하면, 어린 시절 컴퓨터 수업에서 즐기던 타자 연습 프로그램이 팝업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햄버거의 맛과 식감을 우리말로 표현하고, 한글의 생김새를 디자인 재료로 삼고, 해외 브랜드 역시 한글 단어가 지닌 모양과 의미에 시선을 보탰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너무 익숙해서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우리 글자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여섯 가지 행사를 모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 〈일구이륙 무한이륙〉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일구이륙 무한이륙〉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지난 한 세기의 시간을 되짚는 전시다. 전시 제목의 ‘일구이륙’은 첫 가갸날이 열린 1926년을 소리 나는 대로 풀어낸 말이다. 여기에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한글의 시간을 ‘무한이륙’이라는 표현으로 연결했다.

 

전시는 ‘가갸날: 일구이륙’, ‘낯익은 가갸의 실마리’, ‘한글날: 무한이륙’ 세 갈래로 구성된다. 첫 가갸날 기념식에서 출발해 한글날의 날짜와 법적 지위가 달라진 과정, ‘가갸거겨…’로 한글을 익혀온 학습 문화, 시대마다 변화해온 한글날의 의미를 차례로 짚는다. 한글날과 관련된 한글문화 자료 116건 121점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주시경과 제자들이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작성한 ‘말모이’ 원고 복제본, 조선어학회 기관지 《한글》 창간호, 일제 경찰에 압수됐다가 광복 직후 서울역 창고에서 발견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 등이 대표적이다.

 

‘가갸’라는 이름의 뿌리를 보여주는 국내외 한글 음절표와 이를 찍어낸 목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글을 쉽게 익히기 위해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 ‘가갸거겨…’ 순으로 배열했던 방식에서 한글 학습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말과 정체성을 지키는 연결고리였던 한글이 오늘날 디자인과 콘텐츠, 일상의 표현 수단으로 영역을 넓혀온 모습까지 이어지며, 한글날을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지난 100년간 사람들이 한글을 지키고 사용해온 시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기간: 2026.10.2 – 2027.2.9
장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주제관

한컴타자 팝업 〈추억행 특급열차〉

컴퓨터실에서 타자 연습을 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가울 만하다. 한컴타자는 여러 세대에게 컴퓨터 자판으로 한글을 입력하는 법을 익히게 해준 가장 친숙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1995년 DOS 기반 ‘한글타자 1.0’에서 시작해 윈도 버전을 거쳤고, 현재는 웹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컴퓨터실에서 마주하던 한컴타자가 오프라인 공간으로 나왔다. 한컴타자는 더현대 서울에서 10월 8일부터 14일까지 팝업스토어 〈추억행 특급열차〉를 연다. 한컴타자 캐릭터와 굿즈를 한자리에서 선보이고, 무용지용과 함께 원하는 캐릭터 키캡과 문구를 골라 나만의 키링을 만드는 커스텀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한글날인 10월 9일 오후 4시에는 ‘판뒤집기 전국 팔도 대항전 왕중왕전’이 열린다. 온라인 한컴타자에서 즐기던 게임을 오프라인 대결로 옮긴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경품도 준비했다. 한글을 읽고 쓰는 것만큼 자판 위에서 입력하는 일이 익숙해진 지금, 어린 시절 한글을 ‘타자’로 익혔던 기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자리다.

기간: 2026.10.8 – 2026.10.14
장소: 더현대 서울 B2 아이코닉존

롯데리아 한글날 제정 100돌 잔치 〈맛깔리아〉

‘달보드레’, ‘알근달근’, ‘와구와궁’, ‘두툼탱탱’. 글자만 읽어도 어렴풋이 맛과 식감이 떠오른다. 롯데리아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한글의 풍부한 표현력을 음식에 접목했다. ‘세상의 모든 맛을 표현하는 위대한 한글’을 주제로, 롯데리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덟 가지 맛과 식감을 순우리말과 새롭게 만든 표현으로 풀어냈다.

 

이 단어들은 〈맛깔리아-한글날 제정 100돌 잔치〉라는 이름의 팝업을 통해 매장 곳곳에 등장한다. 10월 11일까지 롯데리아 홍대점, 잠실롯데월드몰 B1점, 서울역사점 세 곳을 자체 서체 ‘리아체’와 캐릭터 ‘롯리앙’을 활용한 그래픽으로 꾸몄고, 한글날을 기념하는 조형물과 포토존도 마련했다.

 

롯데리아가 한글을 브랜드의 언어로 활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촵딱체’, 2024년 ‘리아체’를 개발해 무료로 공개하는 등 한글을 활용한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번에는 그 관심을 ‘맛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했다. 행사 기간에는 한우불고기버거 세트를 할인 판매하며, 구매 고객에게 한글날 기념 ‘부적고리’ 쉐이커 키링도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기간: 2026.10.01 – 2026.10.11
장소: 롯데리아 홍대점, 잠실롯데월드몰점, 서울역사점

교보문고 × PaTI 2026 한글날 프로젝트

매일 읽고 쓰는 한글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교보문고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PaTI와 함께 ‘기념하는 한글에서, 경험하는 한글로’를 주제로 한글날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PaTI는 지우개와 나사, 병뚜껑처럼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물 속에서 한글 자소를 닮은 형태를 발견해 프로젝트 키비주얼을 완성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비롯한 일부 매장에서는 정세랑, 안희연, 최은영, 김애란 등 작가들이 아끼는 단어와 문장, 추천 도서를 모은 큐레이션을 만날 수 있다. 한글날을 기념해 특별 제작한 책도 있다. 나민애 교수가 지난 100년간 한국문학에 등장한 단어를 고르고 이야기를 엮은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로, 표지와 내지 디자인은 PaTI가 맡았다.

 

한글을 일상으로 옮긴 협업 굿즈도 눈에 띈다. 디자인 스튜디오 소금까치는 PaTI가 개발한 한글 자소를 활용해 ‘책’, ‘사랑’, ‘꿈’ 같은 단어를 조각으로 분해하고 다시 조합한 ‘한글고리 책갈피’와 ‘한글 공책’을 제작했다. 공예가와는 책과 가방의 기능을 오가는 ‘책가방책 북백’, 책을 감싸며 기록할 수 있는 ‘책기록책 책옷’을 만들었다. 익숙한 글자의 형태를 다시 들여다보고, 손으로 쓰고, 일상에서 지니는 물건으로 확장하며 한글을 경험하는 여러 방법을 제안한다.

기간: 2026.9.21 – 2026.10.31
장소: 교보문고 광화문점

일리카페 팝업 〈Words of illy〉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카페도 한글에 주목했다. 한국 소비자를 위해 선보이는 〈Words of illy〉는 일리가 글로벌 최초로 진행하는 한글 테마 컬처 프로젝트다. 한글을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감성을 담아내는 문화적 매개체로 바라봤다. 일리가 고른 단어는 ‘사랑’, ‘커피’, ‘행복’, ‘나눔’, ‘예술’, ‘함께’. 익숙한 여섯 단어에 일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메시지를 담았다.

 

단어의 형태를 일상에 남길 수 있도록 ‘Words of illy’ 마그넷 컬렉션도 제작했다. 한글 단어와 일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을 마그넷으로 만들고, 각 단어에 담긴 이야기는 리플렛에 풀어냈다. 캡슐커피와 한정판 마그넷 9종, 마그넷 스탠드를 함께 구성한 ‘Hangeul Gift Box’도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한글날 당일인 10월 9일에는 성수 AK밸리에서 팝업을 열어 〈Words of illy〉 캠페인과 한글날 리미티드 에디션을 직접 선보인다. 현장에서는 대형 한글 주사위를 활용한 경품 이벤트와 일리 커피 무료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기간: 2026.10.09
장소: 성수 AK밸리

누타입 × 피스레이어 〈우리말-흥사전〉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뜻을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워도 소리 내어 읽는 순간 묘하게 들썩이는 말들이 있다. 영어의 ‘excitement’나 ‘joy’만으로는 온전히 옮기기 어려운 한국어 특유의 정서 ‘흥’이다. 타입 디자인 스튜디오 누타입과 K-컬처 기프트숍 피스레이어는 한글날을 맞아 이 흥을 우리말과 글자의 형태로 풀어낸 타이포그래피 전시 〈우리말-흥사전〉을 선보인다.

 

전시의 중심에는 두 브랜드가 함께 만든 새로운 서체 ‘NU 토비 굴림체’가 있다. 굴림체 특유의 일정한 굵기와 둥근 획 끝, 자음과 모음이 또렷하게 구분되는 구조를 바탕으로 피스레이어의 캐릭터 ‘토비’가 발을 까딱거리는 듯한 작은 움직임을 곳곳에 더했다. 전시장에서는 ‘ㄱ’부터 ‘ㅎ’까지 흥과 관련된 우리말을 찾아 토비 굴림체로 적은 단어 카드를 만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단어를 한 장씩 골라 모으면 저마다 다른 ‘나만의 흥사전’이 완성된다. 누타입의 다양한 서체 굿즈와 토비 굴림체로 각인한 ‘우리말 한 글자 키캡 키링’도 있다. 익숙한 우리말 속에 숨어 있는 흥을 찾아보고, 그 감정을 글자의 생김새로 다시 경험해보는 자리다.

기간: 2026.10.8 – 2026.11.1
장소: 피스레이어 성수

글 김기수 기자

자료 및 사진 출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컴타자, 롯데리아, 교보문고, PaTI, 일리카페, 누타입, 피스레이어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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