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물은 뭘까요. 비싼 것, 오래 남는 것, 혹은 쉽게 사지 못하는 것? 여러 답이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받는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마음 아닐까요. 문제는 그 마음을 물건 하나에 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데 있어요. 상대의 취향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고른 선물은 반가움보다 난처함을 남기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추석이 가까워지면 자연스레 먹거리부터 살펴보게 됩니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맛있게 나눠 먹은 뒤에는 깔끔하게 사라지는 것도 장점이죠. 물론 아무거나 고를 수는 없어요. 익숙한 먹거리도 재료와 맛, 포장과 모양새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니까요.
이번에는 기준을 딱 두 가지로 잡았어요. 맛있는가, 그리고 아름다운가. 상자를 받아 든 순간부터 기대하게 만들고, 식탁에 올려두었을 때 한 번 더 눈길이 가며, 마지막에는 맛으로 기억에 남을 것. 잘 익은 포도부터 잼과 케이크, 차와 올리브오일, 전통주까지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할 일곱 가지를 골랐습니다. 선물을 고른 사람의 안목도 슬쩍 드러날 거예요.
잼팟
한 숟갈에 담긴 귀여운 제철의 맛
잼은 이름부터 어쩐지 귀엽지 않나요? 알록달록한 과일잼을 요거트나 빵 위에 한 숟갈 얹어 먹는 모습까지 떠올리면 선물로도 꽤 사랑스럽습니다. 잼팟은 이런 잼의 매력을 제철 재료와 감각적인 그래픽으로 풀어내는 브랜드예요. 딸기나 살구처럼 익숙한 과일부터 계절마다 나는 농산물에 허브와 차를 더한 조금 낯선 조합까지 선보입니다. 투명한 유리병 너머로 보이는 선명한 색과 맛마다 달라지는 라벨을 보고 있으면 몇 병쯤 찬장에 나란히 늘어놓고 싶어져요.
올해 추석 선물세트에는 새롭게 만든 그린·핑크 패턴 포장지를 입혔습니다. 에디터의 눈길이 간 건 시즌 잼에 멜라민 잼볼을 함께 담은 구성입니다. 잼을 덜어 먹기 좋은 작은 그릇인데, 잼을 다 먹은 뒤에도 아침 식탁에 자연스럽게 남겠죠. 먹고 사라지는 선물에 작은 흔적 하나가 남는 것도 꽤 괜찮지 않나요?
해피해피케이크
송편과 인절미를 닮은 달콤한 변주
추석 디저트라고 꼭 송편과 한과 그대로일 필요는 없겠죠. 해피해피케이크는 김민정 파티시에가 2012년 문을 연 디저트 숍입니다. 딸기와 체리 등 제철 과일을 하나의 주제로 풀어낸 ‘과일 위크’, 쿠키 정기 구독 서비스 ‘월간 쿠키’처럼 익숙한 디저트를 새로운 맛과 형태로 변주해왔어요. 맛만큼 모양새를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라 특별한 날이면 떠오르곤 합니다.
올해는 추석의 맛을 구움과자로 옮긴 ‘FULL MOON COLLECTION’을 준비했어요. 송편의 부드러운 곡선을 닮은 마들렌에는 율무·쑥·깨를, 인절미를 모티프로 한 휘낭시에에는 호박·고구마·쑥을 담았습니다. 익숙한 명절 재료를 버터 풍미 짙은 마들렌과 휘낭시에로 맛보니 제법 새로워요. 원형 틴케이스에 보자기와 태슬까지 더해 선물의 모양새도 제대로 갖췄습니다. 할머니에게도, 디저트를 좋아하는 친구에게도 건네기 좋은 추석의 맛이에요.
이야이야앤프렌즈 × 가우디
식탁 위에 놓인 가우디의 색과 형태
올리브오일 한 병이 식탁 위 오브제처럼 보일 수 있을까요? 이야이야앤프렌즈라면 가능합니다. 할머니를 뜻하는 그리스어 ‘Yiayia’를 이름에 내건 이 브랜드는 그리스 크레타의 소규모 농가와 생산자를 찾아 올리브오일을 비롯한 지중해 식재료를 소개해요. 올해 특히 눈에 들어오는 건 가우디 서거 100주기를 기념한 ‘가우디 에디션’. 카사 밀라와 구엘 저택의 굴뚝, 구엘 공원의 장식 등 가우디 건축에서 가져온 형태와 색을 이야이야앤프렌즈답게 병 위에 풀어냈어요. 선물이라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특별전 티켓을 함께 담은 세트를 추천합니다. 맛있는 올리브오일을 즐기고, 가우디의 작품을 보는 시간까지 이어지는 구성이니까요. 다 먹은 병을 쉽게 버릴 수 없다는 점은 미리 알려두겠습니다.
아티움 베넷 × 이도가
마음을 제대로 갖춰 차린 한 상
조금 더 격식을 갖춰 마음을 전해야 한다면 선물의 만듦새도 달라져야겠죠. 한국 공예를 소개하는 아티움 베넷과 한식 먹거리를 만드는 이도가는 작가의 손으로 완성한 그릇에 정과와 다과를 담아 하나의 상차림처럼 구성했습니다. 무엇을 먹을지뿐 아니라 어떤 그릇에 담아 건넬지까지 고민한 선물이에요.
올해는 금귤정과와 무화과정과 등을 접시와 보울에 담은 ‘상차림 SET’, 여러 공예 작가의 합에 이도가의 한식 디저트를 짝지은 ‘디저트 SET’를 선보입니다. 도자와 법랑의 물성, 정과와 다과의 색이 한데 놓인 모습부터 정갈해요. 가격대는 조금 높지만 제대로 대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오히려 이유가 분명합니다. 음식과 공예를 한 상 안에서 함께 즐길 수 있으니까요.
델픽
차 한 잔의 여유까지 건네는 마음
차를 선물한다는 건 잠깐의 여유를 함께 건네는 일 아닐까요. 델픽은 동서양의 다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일상에서 편하게 차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블렌딩 티와 티웨어를 소개하는 브랜드입니다. 향과 맛은 물론, 차를 우려 마시는 시간과 그 주변의 풍경까지 세심하게 살펴요.
이번 추석에도 선택지가 꽤 다양합니다. 델픽의 시그니처 블렌딩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Signature Tea Selection’, 국내 여러 지역의 차를 모은 ‘Local Tea Selection’, 백차와 버블 미니 글라스 세트 등이 준비됐어요. 경옥채와 함께 만든 ‘비움, 채움’에서는 경옥채의 원료 철학과 델픽의 블렌딩 감각이 만납니다. 모든 추석 기프트에는 고급스러운 보자기와 제비가 그려진 추석 카드도 더해져요.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상자를 받는 순간부터 설렐 거예요.
미호포도
일러스트레이터가 매만진 농부의 포도
매년 비슷한 과일 상자가 조금 심심하게 느껴졌다면 미호포도를 기억해두세요. 경북 영천에서 아버지가 기른 포도에 일러스트레이터 Saki의 감각을 더한 브랜드입니다. 탱글하게 여문 샤인머스캣과 직접 그린 아트워크가 만나니 익숙한 포도 선물도 한층 산뜻하게 보이죠. 농부가 잘 키운 과일을 어떻게 보여주고 건넬지까지 딸이 고민했다는 이야기도 마음이 갑니다.
이번 추석에는 미호포도의 아트워크를 프린트한 코튼 파우치에 포도를 담아 보내요. 모든 상품에는 짧은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카드도 함께 넣습니다. 부담스러운 크기의 과일 바구니가 아니라 1인 가구에게 건네기에도 좋고, 포도를 모두 먹은 뒤에는 파우치를 장바구니나 수납용으로 다시 쓸 수도 있어요. 포도는 사라져도 Saki의 그림은 일상에 남겠네요.
본작
쌀에서 술까지, 정성스러운 마음
본작은 ‘근본을 짓는다’는 이름처럼 우리 재료와 병과를 오늘의 감각으로 풀어내는 브랜드입니다. 주류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구본혜 대표가 이끄는 만큼 떡과 한과의 맛뿐 아니라 어떤 술과 곁들여야 좋은지도 함께 고민해요. 국내 양조장과 함께 전통 주안상에서 영감을 받은 막걸리와 모주를 개발하고, 도예가와 공예 장인과 협업한 그릇과 합도 꾸준히 선보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막걸리와 모주에 ‘쌀포대 보틀백’을 더했어요. 이름 그대로 술의 시작점인 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포장입니다. 실제 쌀포대를 떠올리게 하는 패브릭을 사용해 병을 감쌌죠. 병과와 술의 궁합부터 술병을 싸는 소재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걸 보면, 본작이 먹고 마시는 장면을 얼마나 세심하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글 김기수 기자
자료 및 사진 출처 잼팟, 해피해피케이크, 이야이야앤프렌즈, 아티움 베넷, 이도가, 델픽, 미호포도, 본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