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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8

서울 3대 라면 맛집 탐방기, 인생 라면을 찾아서

레알라면부터 명동 틈새라면과 홍대 라면 라이브러리까지

라면 좋아하는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 일단 나부터. 어린 시절, 몸이 아플 때면 어머니가 “아프니까 좋아하는 음식 해 줄게.”라며 차려주셨던 요리. 그것은 바로 라면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냥 어머니가 귀찮았던 게 아닐까 싶지만, 아무렴 어떠랴. 정말 라면 한 그릇 먹고 나면 감기 기운이 싹 가시는 듯했다.

 

라면에 대한 사랑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식비가 최대 5% 이상 상승했단다. 점심 한 끼 1만 원 이하로 사 먹을 수 없는 시대. 지갑 열기가 두려울 때면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육개장 사발면 하나 사 먹었다. 그런 상황이 불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라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으니까!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농심 ‘라면에 담긴 매콤한 행복’ 정원. © 김은빈

그러니 지난 5월 1일부터 시작된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라면 정원’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곧장 서울숲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신라면 40주년을 맞아 농심에서 꾸민 ‘라면에 담긴 매콤한 행복’ 정원. 라면 후레이크와 면발을 닮은 조형물, 귀여운 신라면 캐릭터가 있는 포토존. 뜨거운 햇볕 아래 라면 정원을 거닐고 있자니 슬슬 배가 고팠다. 그렇게 시작되고야 말았다. 가장 맛있는 라면을 찾아 떠나는 ‘서울 라면 대탐험!’

레알라면

© 김은빈

서울에는 ‘3대 라면집’이 있다. 그 중 첫 번째 가게는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레알라면’. 이곳은 추억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중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맵부심’을 부리기 위해 자주 찾았던 곳이다. 최소 15년 이상 된 라면집이다. 당시에는 이문동(한국외대 앞)에 위치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 현재는 회기동(경희대 앞)에 자리를 잡고 있다. SBS 교양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한 사장님이 멸치 가루와 다시마 등을 넣고 우린 비밀 육수로 특별한 맛을 낸다고 한다.

 

좌석은 약 10석이 있었다. 라면집답게 혼밥을 하러 온 손님이 대부분이었고, 마침 한 자리가 남아 착석했다. 벽을 가득 채운 포스트잇들이 가게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했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가능했고, 매운맛은 ‘옐로우’ ‘오렌지’ ‘레드’로 3단계가 있다. 

© 김은빈

이곳의 독특한 점은 공깃밥을 포함해 콩나물, 유부, 치즈 등 토핑이 무제한이라는 것. 오렌지를 주문한 뒤 콩나물과 치즈를 왕창 넣어 먹었다. 계란은 기본으로 두 개가 들어가고, 떡과 수제비도 조금 들어간다.

 

그래서 맛은 어떤가? 치즈를 토핑으로 넣어서인지 묵직하고 부드러운 국물 맛이 났다. 중학생 때 먹었던 그 맛이냐고 하면 솔직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렌지인데도 불구하고 사레가 들려 캑캑거렸다. 스트레스는 화끈하게 풀린다. 혀를 탁 치는 캡사이신의 매운맛이 아니라, 다 먹고 난 뒤에도 얼얼하게 남는 매운맛이다. 아마 사는 동안 레드를 먹어볼 날은 없을 것 같지만, 오렌지라면 일주일에 한 번은 거뜬할 듯하다.

주소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25길 23-5 1층 레알라면 

경춘자의라면땡기는날

골목길 안쪽 대문 모습. © 김은빈

두 번째 ‘3대 라면집’은 안국역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경춘자의라면땡기는날(이하 라땡)’이다. 이곳도 20년 넘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북촌에 위치한 식당답게 한옥으로 된 건물부터 아우라가 넘친다. 이곳에 처음 방문했던 건 아주 오래전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북촌 나들이를 왔는데, 우리가 가진 돈으로 사 먹을 수 있는 게 라면밖에 없었다. 당시 분명 라면집인데 한옥으로 들어가야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라면집치고는 너무 고급스럽지 않은가!

 

당시에는 세 명이 방문해 골목길 안쪽의 대문으로 들어가 사랑방에 앉았지만, 1인용 입구는 길가에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주방에 붙은 1인석이 나온다. 그 앞에 붙어 있는 수많은 연예인 사인들. 가장 오래된 사인의 날짜는 2003년이다.

다른 출입구. 1인용 입구는 길가에 있다. © 김은빈

라땡의 가장 유명한 메뉴는 ‘짬뽕라면’이다. 짬뽕라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파와 양배추, 어묵, 오징어가 조금 들어간다. 맛은? 고추장의 매운맛이다. 거기에 양배추에서 나온 단맛이 더해져 라면 같지 않은 라면 맛을 만든다. 뚝배기에 나온 라면은 먹는 동안 푹 졸아서 면은 꼬들꼬들하고 국물은 녹진해진다. 라면 가게에서 뜨끈한 요리 한 그릇 대접받는 기분.

 

덜 매운맛, 매운맛, 아주 매운 맛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매운맛을 선택했더니 다 먹고 나온 뒤에도 입술이 따가웠지만, 매운 정도는 레알 라면의 오렌지보다 살짝 덜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2

라면점빵

20가지 라면 메뉴와 10단계 맵기가 존재하는 라면점빵. ©김은빈

북촌에 라땡이 있다면, 서촌엔 ‘라빵(라면점빵)’이 있다. ‘3대 라면집’의 마지막 집. 라빵은 라땡이 있는 안국역에서 한 정거장, 경복궁역의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에 있다. 2002년 개업한 라빵은 아침과 점심에만 먹을 수 있다. 오후 3시면 영업을 종료한다. 그마저도 점심 시간엔 인근 상인들, 주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다. 다행히 내가 방문했을 땐 한산했는데, 이런 날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라면이 뭐가 특별하길래 웨이팅까지 있는 걸까? 라빵은 이색적인 메뉴로 유명하다. 버섯들깨라면, 돼지고기와 숙주가 들어간 이미라면, 부대라면, 불고기라면, 순두부라면 등 라면 종류만 총 20가지다. 거기다 맵기 단계는 10단계까지 존재한다.

©김은빈

가장 정석적인 ‘분식집’처럼 생긴 가게 외관과 인테리어. 벽을 보고 앉는 좌석 한쪽에 자리를 잡고 버섯들깨라면 6단계를 주문했다. 말 그대로 버섯과 들깨가 들어간 라면이다. 그 덕에 감자탕을 연상시키는 맛. 다녀온 라면집 중 가장 라면 같지 않은 독특한 맛이다. 버섯이 정말 듬뿍 들어 있는 데다가 소고기 고명이 들어가고, 밥까지 나온다. 라면치고는 비싼 8,000원이지만 비싸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이 가게의 독특한 점은 분위기다. 단골손님과 사장님이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처음 온 손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1단계를 시키면 놀림받을 수도 있다. 정겨운 동네 분식집의 느낌. 단골손님들은 대부분 2단계를 주문하길래 살짝 겁이 났지만 먹어 보니 6단계도 다른 라면집들보단 훨씬 덜 매웠다. 7~8단계가 다른 라면집들의 중간 맛 정도일 듯하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길 39 

틈새라면 명동본점

틈새라면 본점 ©김은빈

서울 3대 라면집은 다 돌아봤다. 하지만 라면 탐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 봉지라면으로도 명성이 유명한 곳, ‘틈새라면’의 본점이 바로 명동에 있다. 무려 1981년 명동에서 시작된 틈새라면의 역사. 캐치프레이즈는 ‘대한민국 라면의 자존심’이다. 라면 하나로 100년 기업을 꿈꾸는 틈새라면의 본거지에 당장 잠입해 보았다.

 

명동 번화가에서 살짝 더 골목길로 들어서면 틈새라면 본점이 나타난다. 계단을 올라 2층에서 문을 열면 역시나 비주얼에 압도된다. 벽부터 천장까지 가득 찬 방명록 포스트잇들. 들렀던 라면집 중에서는 가장 손님 유형이 다양했다. 혼자 온 손님은 물론 데이트하는 커플, 명동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의 손님들까지.

고춧가루와 계란 떡이 들어간 '빨계떡'. ©김은빈

그 이름도 유명한 ‘빨계떡’을 주문했다. 고춧가루와 계란, 떡이 들어갔다고 하여 ‘빨계떡’이다. 사장님의 말씀으로는 본점의 기본맛이 다른 지점의 가장 매운맛이라고 한다. 정말 그토록 맵냐? 정말 그토록 맵긴 했지만, 역시 레알라면의 오렌지 정도다. 콩나물과 김가루가 토핑으로 올라가고, 이름 그대로 고춧가루 향이 정말 강하다. ‘라땡’이 고추장의 묵직하게 매운맛이라면 틈새라면은 고춧가루의 칼칼한 매운맛이다.

주소 서울 중구 명동10길 19-10 

CU 라면 라이브러리

라면 전문 편의점 CU 라면 라이브러리 홍대상상점. ©김은빈

그러고 보니 너무 ‘남끓라(남이 끓여준 라면)’만 먹었다. 라면의 본분을 잊고 사치를 부린 기분이랄까. 죄책감이 든다. 가난한 라면 애호가의 정체성을 되찾고자, 이번엔 편의점으로 향했다. 한국에는 라면 전문 편의점이 있다. CU가 2023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라면 라이브러리’다. 전국에 120여 점이 있고, CU 홍대상상점이 대표적이다. 

 

편의점 라면이라고 해서 컵라면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편의점의 한쪽 벽을 가득 채우는 건 각양각색의 봉지라면들이다. 대표적인 신라면, 진라면은 물론 오뚜기의 비건 라면 ‘채황’, ‘쇠고기 미역국 라면’까지 처음 보는 라면도 있다. 봉지라면을 구매하면 카운터에서 라면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그릇을 받는다. 시스템은 한강에서 먹는 라면과 똑같다. 라면을 끓여 컵라면 모양의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다.

지금껏 매운 라면을 너무 많이 먹어 위장이 남아나질 않기에, 사리곰탕을 골랐다. 음, 당연히 맛은 별다를 게 없었다. 홍대 클럽 거리에 있는 편의점이다 보니 가게가 깔끔하진 않았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바구니 한가득 종류별로 라면을 쇼핑하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혹 길 가다가 배고픈데 지갑은 얇고 컵라면은 지겹다면, 가끔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 25 (서교동) 1층 1동 101호 외 전국 120여점



자, 이제 서울 라면 대탐험의 막이 내렸다. 라면 탐험은 3일간 진행됐다. 전날 배 터지게 라면을 먹었으니 다음 날은 좀 힘들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라면은 역시 라면이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디가 제일 맛있었냐고? 감히 1위를 정해 보자면, 틈새라면 명동 본점이 되겠다. 놀랍게도 3대 라면집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가장 정석적이고 가장 입안에 잔향이 맴돌았다. 그 외 순위는 상상에 맡기겠다. 자, 여러분도 비교적 저렴한 외식값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싶다면 ‘라면 맛집’ 어떤가. 

글 · 사진 김은빈 객원기자

김은빈
서울과 로컬의 브랜드를 인터뷰하고, 글을 씁니다. 규모와 상관 없이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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