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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5

도예가의 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 오픈.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Local Stitch Creatortown)이 을지로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크리에이터의, 크리에이터에 의한,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간인 이곳은 코리빙(Co-Living), 코워킹(Co-Working) 서비스는 물론 창작자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개성 강한 로컬 문화가 가득하며 끊임없이 제작과 생산이 이루어지는 ‘창작’의 지역인 을지로는 크리에이터 타운의 매력을 확고히 해주는 핵심 요소다. 더불어 각각의 독립실은 로컬스티치에서 개발한 모듈형 디자인 가구가 기본 옵션으로 포함돼 있어 더욱 특별하다.
@localstitch

 

8월 25일부터 진행 중인 ‘베드 앤 피시스(Bed&Pieces)’는 이러한 로컬스티치 정신을 가장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신진 공예작가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작품 활동을 돕는 프로젝트 그룹, 야드(Yard)와 함께한다. 공예 작가, 디자이너, 개발자까지 총 6명의 멤버로 구성된 야드는 대중들이 공예를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협업과 기획을 꾸준히 펼쳐 나가는 중이다.

전시 장소인 1601호와 1605호는 숙박 형태의 B&B, ‘베드 앤 브랙퍼스트(Bed&Breakfast)’ 대신 박진국, 이구은 작가의 공예 작품들로 가득하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어떠한 제약 없이 작품을 자유롭게 만지고 경험해 보며 작가의 취향과 작품 세계를 공유할 수 있다. 이는 공예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야드의 숨은 노력이기도 하다.

 

© Yard
18층 라운지 © Yard

 

전시를 관람한 뒤 18층으로 올라가면 여유롭게 커피와 차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펼쳐진다. 여기서도 ‘공예’는 빠지지 않는다. 음료가 담긴 머그잔은 바로 도자 공예 작가 정채린의 작품. 크리에이터 타운에서 파생한 개념인 ‘스케치북’을 주제로 삼았다. 로컬스티치의 시그니처 컬러를 혼합해 시유했고, 스케치북의 스프링홀과 펀치홀 형태를 활용해 손잡이를 디자인했다.

 

두 개의 객실과 라운지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색으로 크리에이터 타운을 채워준 세 명의 신진 공예 작가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네 보았다. 이들이 표현하고자 한 개성과 작업의 콘셉트는 과연 무엇일까.

 

1601호, 박진국 작가

@jinddaguk

 

 

1601호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Ball Series’가 아닐까 해요.

‘Ball Series’는 저의 취향, 작업 방식, 흥미 등을 담고 있는 자화상입니다. 기존 작품은 정형적인 도자기 형태였어요.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로 작업을 지속할 수 없었고, 단순한 일에 지루함을 느끼게 됐죠. 이를 탈피하고 싶어 이색적인 재료를 사용해 비정형 조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구’를 선택한 이유는 모서리를 가진 도형들과 달리 어디서 어떻게 보아도 동일한 이미지가 저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에요. 둥글지만 각이 있는 형태의 ‘반구’ 역시 모난 모습을 숨기고 있는 내면의 나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 박진국

 

다양한 컬러의 초기 작품과는 달리 검정과 흰색을 주로 사용했어요.

처음엔 주인공처럼 보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제작해 과도한 대비와 많은 컬러가 쓰였습니다. 현재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영향을 끼치고 일상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구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어요.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로 흰색과 검은색, 은은한 파스텔 톤 등 사용하는 컬러도 변화를 맞았네요.

 

© Yard

 

 

1605호, 이구은 작가

@im_nine925

 

 

궤도라는 콘셉트로 작품을 전개하고 있어요. 우주, 별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우주에 큰 흥미를 느꼈어요. 어마어마하게 큰 우주 안에서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작은 나란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자연스레 연결지어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었던 듯해요. 이후 별과 궤도가 사람 간의 관계와 닮아있다고 생각해 이를 작업으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 Yard

 

금속 공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작업이라는 점이요. 어쩌다 얻어걸린 아름다운 모습이나 우연에 의한 기법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사포질을 열 번 했을 때와 백 번 했을 때의 퀄리티는 분명 달라요. 또 ‘이 정도면 괜찮겠지?’하고 자신을 속여가며 넘긴 부분은 나중에 꼭 문제를 일으키더라고요.

 

© Yard

 

 

18층 라운지, 정채린 작가

@l.i.m.a_b.e.a.n

 

 

운영 중인 라이마빈 스튜디오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어릴 적 제게 큰 영향을 줬던 소설의 중심 소재, ‘라이마빈’에서 탄생한 브랜드예요. 주변의 흔들림 없이 나만의 개성을 지키겠다는 의미죠. 단순한 식기나 오브제가 아닌 공간과 분위기에 기여하는 ‘아트 소품’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 Yard

 

시그니처 ‘달팽이 컵(Snail Mug)’ 디자인이 굉장히 독특해요. 두 갈래의 손잡이가 달려있네요.

손의 크기가 제각각인 것에 반해 일률적인 손잡이 크기에 아쉬움을 느껴 디자인한 컵이에요. 편한 대로 쥐면 되는 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손이 작은 편이라 다양한 형태의 손잡이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달팽이 컵’이란 이름은 가마 속에 모여있는 컵들의 모습이 마치 달팽이를 닮아 붙이게 됐어요.

 

달팽이 컵 @chaerppy

 

9월 24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사전 예약을 거치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전시가 끝난 뒤, ‘작가의 방’은 실제 에어비앤비 형태로 운영되며 투숙객을 받을 예정이라고. 더불어 베드 앤 피시스를 통해 제작된 제품들은 18층 리셉션 데스크와 야드의 온라인 스토어인 그린하우스에서 구매 가능하다.

 

 

지선영

자료 협조 로컬스티치, 야드

장소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 20)
일자
2021.08.25 -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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