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4

팬데믹 이후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1.
지난 4일부터 일주일간, 이탈리아 밀라노는 형형색색의 디자인으로 가득했다. 드디어 18개월 만에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팬데믹을 이겨낸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현 인류에게 닥친 문제들을 바라보고 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1이 지난 9월 4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팬데믹 이후 18개월 만에 열린 것으로 많은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참여를 통해 1년 반의 기다림과 아쉬움을 풀었다. 본 전시인 ‘살로네 델 모빌레’의 주제 ‘슈퍼살로네(Supersalone)’에서는 돌아온 것에 대한 자부심과 팬데믹과 같은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장외전시 ‘푸오리 살로네’ 역시 같은 기간에 열렸다. ‘생활의 형태(Form of Living)’라는 주제 아래 765개의 이벤트가 밀라노 전역에서 열렸다. 올해 푸오리 살로네의 특징은 디올, 에르메스, 구찌, 오프화이트 등 내로라하는 패션 브랜드의 전시가 많았다는 점이다. 또한, 카르텔, 카시나, 플로림 등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가구와 인테리어 브랜드도 많았다. 그리고 닐루파(Nilufar), 알코바(Alcova)와 같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빠질 수 없는 갤러리들은 리빙 디자인의 미래를 제시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갈 수 없었지만 다행히 푸오리 살로네의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참여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통해 전시 현장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터. 그들을 위해 푸오리 살로네에서 주목받은 전시를 추려봤다.

 

 

디올 : The Dior Medallion Chair

17명의 디자이너, 17개의 의자

 

 

올해 푸오리 살로네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디올의 전시였다. 디올은 인디아 마다비, 마르티노 감페르, 나초 카르보넬, 사토 오오키(넨도), 요시오카 토쿠진 등 국가, 인종은 물론 장르까지 넘나드는 17명의 디자이너가 재해석한 메달리온 의자를 전시했다. 메달리온 의자는 디올의 상징적인 의자로, 크리스찬 디올이 ‘수수하고, 단순하며, 무엇보다 클래식하고 파리(Paris)스러운 디자인’라고 칭하며 부티크와 자신의 집에 둘 정도로 좋아했던 가구로 유명하다.

 

디올은 자신의 헤리티지가 담긴 의자를 동시대 디자이너들의 시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이루었다. 패턴을 달리 적용하거나, 독특한 소재를 활용하거나, 아예 의자의 형태를 해체하여 재조합 하는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메달리온 의자에서는 디자이너의 뚜렷한 개성이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버려진 사물로 의자를 디자인하는 연진영 디자이너와 풍선으로 만든 의자 ‘블로잉 체어’로 알려진 양승진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에르메스 : Hermès

감각으로 느끼는 소재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추구하는 에르메스는 새로운 홈 컬렉션을 공개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종이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소파, 금사로 엮은 캐시미어 펠트, 손으로 깎아서 만든 석재 테이블, 구리로 만든 테이블웨어 등 남다른 소재로 만든 이번 컬렉션을 위해 소재의 질감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를 구성했다.

 

기하무늬 패턴과 화려한 컬러로 칠해진 5개의 방 안에는 앞서 말한 컬렉션의 제품들이 전시되었고 관객은 조각을 만지면서 제품의 재질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자연 소재의 질감을 시각으로도 전달하고자 방 외벽을 수작업으로 칠하고 그렸다. 덕분에 투박하지만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전시장 바닥에 깔린 모래는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자연의 부드러움을 선사했다. 전시장 전체에 흐르는 신비로운 음악은 새로운 홈 컬렉션의 원시성을 청각으로 느끼게 해줬다.

 

 

 

닐루파 : Odyssey by Andrés Reisinger

현실인 듯, 현실이 아닌 의자

 

 

신선한 시각으로 리빙 디자인 트렌드를 이끄는 닐루파 갤러리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9개의 전시를 개최했다. 그중 닐루파 갤러리에서 열린 “Ornate”은 화려한 색채와 패턴으로 확고한 디자인 세계를 보여주는 로라 베단 우드의 신작이 전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닐루파 디포트에서는 3D 프로그램으로 가상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의자를 제작하는 안드레스 레이싱어의 개인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레이싱어의 소파가 가상 세계가 펼쳐진 스크린 앞에 실제로 구현됨으로써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가상 세계와 물리적 경험의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셀레티 x 토일렛페이퍼 : Toiletpaper Headquarter

유머러스하고 화려한 그 집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아트 매거진 <토일렛페이퍼>와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리빙 브랜드 ‘셀레티’가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으로 가득한 집을 선보였다. 토일렛페이퍼 본사 건물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외부 파사드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파란색, 빨간색, 흰색 그리고 립스틱을 들고 있는 그래피티가 조화를 이룬 건물 외벽은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유명한 포토존이 되었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관객들은 신기하고 기이한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화려하다 못해 흘러 넘치는 색상과 유머러스한 패턴으로 가득한 내부 인테리어는 팬데믹으로 우울했던 관객들의 기분을 한순간에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한편, 토일렛페이퍼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1을 기념하여 밀라노 시립 수영장에도 독특한 그래피티를 그렸다. 천장까지 이르는 거대한 그래피티는 오래된 수영장을 빈티지하면서도 즐거운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엘르 데코 : La Casa Fluida

팬데믹이 바꾼 집

 

 

인테리어 매거진 <엘르 데코 이탈리아>는 조명 브랜드 로데스 및 여러 브랜드와 함께 보바라 궁전을 팬데믹 이후 달라진 집으로 꾸몄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건축 자재와 가구, 살균 기능이 강화된 옷장, 채소밭이 있는 주방, 운동 및 업무 공간과의 결합된 침실과 거실, 초록색 식물로 꾸민 실내 정원 등 집의 역할 변화와 그에 따른 인테리어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전시가 말하는 현재와 미래의 집은 휴식이라는 원래의 기능을 더 강화하고 업무, 교육, 사회활동 등 추가된 기능을 편안하고 조화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전시는 외부 활동의 제한으로 집 안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소개했다. 공간 곳곳에 작은 실내 정원을 꾸미거나,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가상의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제안했다. 엘르 데코의 전시는 ‘생활의 형태’라는 푸오리 살로네의 주제를 잘 보여주는 전시이자 집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전시로 베스트 전시로 선정되었다.

 

 

허영은

일자
2021.09.04 - 2021.09.10
링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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