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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10-31

음악만을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뮤직컴플렉스서울

새로운 경험의 LP 바

장소뮤직컴플렉스서울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49, 5F)

한국적 분위기로 가득한 인사동. 천천히 전통 상품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복합문화공간 '안녕 인사동'이 보인다. 여기 5층,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명소가 된 LP 바 '뮤직컴플렉스서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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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이미지 제공: 뮤직컴플렉스서울

빨간색의 강력한 네온사인이 반기는 이곳. 뮤직컴플렉스서울은 이제껏 우리가 경험했던 LP 바와는 다르다. 벽 한 면을 가득히 채운 LP판을 자유롭게 고르고, 턴테이블과 헤드셋이 설치된 자리로 돌아와 마음껏 음악을 즐기면 된다. 그리고 뭔가 마음이 동하면, Bar에서 커피, 차, 맥주, 와인을 주문해서 마실 수도 있다. 정말 오롯이 음악을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이미지 제공: 뮤직컴플렉스서울

이름에 서울이 붙은 이유

뮤직컴플렉스서울의 김형석 대표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름을 원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LP 바가 아닌,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것을 두루두루 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멀리 내다보고 ‘서울’이라는 지명을 붙였다. 훗날 서울 외에 부산, 제주 등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도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분위기나 시스템은 달라질 거예요. 같은 서울이라도 인사동과 을지로, 이태원은 다르잖아요. 동네 혹은 지역에 맞게 변화를 줘야죠.”

이미지 제공: 뮤직컴플렉스서울

인사동에 뜬 붉은 노을

뮤직컴플렉스서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면 ‘인사동에 뜬 붉은 노을’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뮤직컴플렉스서울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이 문구에 100% 공감할 것이다. 전체 공간을 지배하는 색인 빨강은 뮤직컴플렉스서울을 다른 LP 바와 구분 짓는 특징이자 강렬한 첫인상을 결정짓는 원인이다. 천장과 벽은 물론 조명과 테이블까지 빨간색으로 칠한 건 김형석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왜 빨간색이었냐 물어보니 좋아하는 색이라고 한다. 처음 천장에 빨간색을 칠했을 때, 지인들은 인사동이라는 동네와 다른, 튀는 분위기에 다들 걱정부터 했다. 그나마 바닥을 검은색으로 칠하면서 전체적인 균형이 맞춰졌다.

뮤직컴플렉스서울은 김형석 대표와 공간 디자인을 함께 담당했던 지인의 손으로 하나, 하나 만든 공간이다. 심지어 원하는 색감을 위해서 조명을 일일이 페인트로 칠했다. “건물 특성상 수성 페인트만 사용해야 해요. 그런데 수성은 제가 원하는 쨍한 느낌이 안 나는 거예요. 원하는 색을 위해서 페인트 원액을 몇 번이나 덧칠했죠.”

 

 

나를 위해 준비된 턴테이블 & 헤드셋

뮤직컴플렉스서울을 다른 LP 바와 구분 짓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테이블마다 턴테이블과 헤드셋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LP 바는 어두운 공간에서 손님이 노래를 신청하면 DJ가 해당 LP판을 찾아서 플레이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뮤직컴플렉스서울은 이러한 방식에서 벗어난다. 손님은 벽 한 면을 가득 메운 약 1만 2천 장의 LP판를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이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자리마다 마련된 턴테이블에 넣고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이미지 제공: 뮤직컴플렉스서울

음악을 듣는 공간이니 당연히 최상의 음향을 내는 장비들이 마련되어 있다. 알텍 스피커, 페네시 도넛 턴테이블, 제네바 스피커, 슈어 헤드셋, 오디오테크니카 헤드셋 등 설치된 음향기기의 브랜드와 모델명만 봐도 얼마나 신경 써서 골랐는지를 느낄 수 있다. 디지털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일반화된 지금, 좋은 장비로 듣는 LP판의 생생한 음질은 소위 말하는 ‘귀 호강’을 누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함께, 때로는 비밀스럽게

뮤직컴플렉스서울에는 2종류의 좌석이 있다. 홀 중앙의 2인석 테이블과 창가의 1인석 테이블이다. 친구 혹은 연인, 가족들은 중앙의 2인석에 주로 앉고 혼자 온 손님은 창가의 1인석에 앉는다. 낮에는 널찍한 창으로 햇볕이 들어와 밝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 감상한다면, 밤에는 붉은색 조명과 창밖의 불빛이 어우러진 감성적인 공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공간 안쪽에는 더 높은 음질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청음실이 마련되어 있다. 최고급 음향 기기가 세팅된 이 방에서는 홀보다 더 집중해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라이브와 같은 음질 덕분에 음악으로도 호화를 누릴 수 있다는 걸 프라이빗 청음실에서 알게 된다. 프라이빗 청음실은 예약 혹은 문의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데 고가의 장비가 있는 만큼 사용료가 있다.

이미지 제공: 뮤직컴플렉스서울

We open to everybody!

“20~30대가 주를 이루긴 하지만 80세 어르신도 오시기도 하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와서 음악을 듣고 가요. 부모님이 자녀들을 데리고 오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고요.” 뮤직컴플렉스서울은 이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와서 즐기는, LP 체험 공간이 된 것 같다고 김형석 대표는 전했다.

 

원하는 음악을, 오롯이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지만, LP 문화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뮤직컴플렉스서울은 오랫동안 있었으면 하는 공간이다. 뮤직컴플렉스서울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주 연령층은 LP 문화를 경험하지 못했던 20~30대다. 그러다 보니 턴테이블의 조작 방법도, LP판을 다루는 방법도 잘 모른다. 이런 경우, 직원에게 문의하면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미지 제공: 뮤직컴플렉스서울

한 템포, 천천히

지난 5월에 문을 연 뮤직컴플렉스서울은 3개월도 안 돼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주말에는 대기를 해야 할 정도다. 인기가 높은 만큼, 부작용도 있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이다 보니 턴테이블, LP판 훼손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커버와 다른 LP판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LP판에 흠집이 생기고 턴테이블 바늘이 부러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형석 대표는 지금의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 “가급적 손님들에게 개입 안 하려고 해요. 자유롭게 와서 편하게 음악 듣고 갔으면 해요.” 그렇지만 앞으로 올 손님들을 위해, 수월한 운영을 위해 약간의 장치를 해 놓으려고 한다.

사실 김형석 대표도 이렇게 빠르게 유명해질 줄 몰랐다고. 길게 1년을 봤다고 한다. 언젠가 인사동이 다시 뜰 거라고 생각했고, 코로나19가 끝나면 해외 관광객도 유입이 되면 반응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알려졌다. 덕분에 협업하자는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뮤직컴플렉스 브랜드를 확장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정리되었어요.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천천히 넓혀볼까 해요.”

이미지 제공: 뮤직컴플렉스서울

틈만 나면 트렌드는 변하고,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우며, 3년 이상 지속하는 공간을 보기 힘든 세상이다. 그럼에도 전과 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그만의 브랜드가 있어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으면 하는 공간이 있다. 음악을 자유롭게, 깊게 즐길 수 있는 뮤직컴플렉스서울은 그런 공간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인사동처럼 뮤직컴플렉스서울도 긴 역사를 지닌 공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허영은 객원 에디터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뮤직컴플렉스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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