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3

스누피·원피스·해리포터, 여전히 현역인 이유

스테디셀러 IP가 오래 사랑받는 법

한번 터지면 길게 간다. 콘텐츠 IP이야기다. 미국 샌타로사에 위치한 만화 〈피너츠〉의 작가 찰스 M. 슐츠의 박물관은 2024년(회계연도 2023년 7월~2024년 6월) 개관 22년 만에 연간 10만 명 관람객을 기록했다. 〈피너츠〉는 1950년 연재를 시작해 탄생한 지 75년 된 IP인데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인기를 보이고 있다.

 

미국 현지라서 그럴까? 아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서 열리는 팝업을 살펴보자. 〈피너츠〉의 캐릭터 스누피, 1997년 연재를 시작한 오다 에이치로의 소년 만화 〈원피스〉그리고 같은 해 처음 출간된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까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IP들이다.〈원피스〉는 아직 연재 중이라고 해도,〈피너츠〉와 〈해리 포터〉 시리즈는 각각 2000년, 2007년 연재가 종료됐다.

 

이야기가 끝나도, 유행은 계속되는 걸까. 아니 ‘팬덤’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IP팝업, 신작이나 새로운 이벤트가 없어도 사람들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 줄을 선다. 어쩌면 새로움보다 추억이 담긴 콘텐츠가 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시대가 온 지도 모른다. 

 

오래 가는 스테디셀러 IP의 동력은 무엇일까. 수차미 서브컬처 평론가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제 팬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라고 말했다. “인간 관계도 변하고 취향도 변하고 관심도 변하는 불안정한 삶 속에서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IP는 마치 언제 들러도 한결 같은 고향과 같다”는 것이다.

 

이 ‘변치 않음’을 중심으로 IP가 오래 유지되는 비결은 총 3가지다. 세대 간의 축적, 일상성, 그리고 재해석까지. 올해 10월~11월 열리는 스테디셀러 IP 팝업 정보와 함께 오래 가는 IP의 세 가지 동력을 살펴 보자.

세대를 거슬러 가족 IP가 되다, 원피스

원피스 팝업 오픈을 맞이해 연출한 모습. 출처: 김포현대프리미엄아울렛.

세대 간 축적된 정서는 IP의 중요한 동력이다. 스누피, 원피스, 해리포터는 최소 20~30년 넘게 우리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IP다. 새 에피소드가 없어도 ‘나의 첫 굿즈’, ‘처음 읽은 판타지’ 같은 개인적인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아직 만화책과 TV 애니메이션이 모두 연재·방영 중인 〈원피스〉의 경우, 이 개인적인 기억은 세대를 거스른다. 내가 처음으로 봤던 만화는, 자식과 함께 보는 만화가 되었다. 특정 IP를 향한 개인적 기억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스테디셀러 IP가 ‘가족형 IP’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10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원피스〉 팝업 스토어가 김포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에 열린 건 가족 단위의 고객을 타깃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만한 포토존이 가장 눈에 띈다. 아울렛 광장에 거대한 ‘써니호’ 벌룬이 설치됐다. 〈원피스〉 주인공 일행이 선승하는 해적선이다. 이 외에도 레고 체험존에서 작중 등장하는 ‘악마의 열매’ 레고를 무료로 만들어 가져갈 수 있는 등 가족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체험들로 꽉 채웠다.

일상의 공간을 판타지 공간으로, 해리포터

출처: 위자드몰

만화에 〈원피스〉가 있다면, 소설·영화엔 〈해리포터〉가 있다. 영화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Part 2〉(2011)가 개봉한 지도 14년이 됐으나, 여전히 사랑 받는 IP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공식 정품 굿즈를 한국에 총판하고 있는 ‘위자드몰’은 2024년부터 지속적으로 ‘해리포터 위자드몰 팝업’을 진행해왔다. ‘마법지팡이펜’, ‘해리포터 프레스티지 한정판 지팡이 완드’ 등 영화와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정품 굿즈들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일상에서 떠올릴 수 있는 IP란 점도 오래가는 비결 중 하나다. 10월 31일까지 광화문 교보문고, 11월 30일까지 잠실 롯데월드몰 아크앤북에서 진행되는 이번 팝업은 ‘서점’이라는 세계관을 매개로 한다. 서점은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해리포터〉는 ‘책’이라는 익숙한 매체를 통해 그 일상을 판타지의 풍경으로 바꾼다. 단순히 〈해리포터〉가 소설 시리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작중 등장하는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도서관과 같은 공간을 ‘서점’이라는 현실의 장소로 재현함으로써,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IP인 〈해리포터〉는 일상의 한가운데서도 잠시나마 판타지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새로운 테마의 결합과 IP 재해석, 스누피

출처: DUNK

캐릭터 굿즈 전문 브랜드 덩크(DUNK)는 10월 17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성수동에서 ‘스누피 캠프하우스’를 운영한다. 인형, 키링, 가방 등 300여 종의 스누피 관련 신제품을 판매한다. 그런데, 늘 똑같이 인형 팔고 키링 파는 걸 ‘신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오래가는 IP의 비결을 하나 엿볼 수 있다. 끊임없는 재해석으로 익숙함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스누피 캠프하우스는 ‘캠핑’이라는 테마를 내놓았다. 입구로 들어가면 스누피와 친구들이 텐트를 치고 장작불을 피우며 캠핑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부 전시 공간 역시 캠핑 의자에 앉아 〈피너츠〉를 관람할 수 있는 등 캠핑이라는 테마에 충실했다. 〈피너츠〉의 연재는 끝났지만 팝업 공간으로써 구현된 새로운 에피소드를 고객들이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낚시하는 스누피 인형, 캠핑 도구 피규어, 티슈 캔 키링 등 캠핑과 관련된 한정 굿즈도 판매한다.

김은빈 객원기자

김은빈
서울과 로컬의 브랜드를 인터뷰하고, 글을 씁니다. 규모와 상관 없이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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