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7

긴장과 균형, 고요를 담다

장우철 사진전, 대회.
사진가 장우철이 9월 2일부터 N/A 갤러리에서 사진전 <大會>를 연다. 영어 제목은 .

이번 전시에서는 각종 스포츠 현장에서 촬영된 흑백 포트레이트에 붉은 톤이 주조를 이루는 정물과 풍경이 대비를 이루며 각별한 공간감과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팬데믹 이전에 촬영된 경기장의 사진은 올림픽이 휩쓸고 간 현 시대의 풍경 속에서 그가 스포츠를 다루는 시선을 더욱 새롭고 낯설게 보여준다.

 

대개 스포츠 사진이라면 보도사진의 갈래에 놓인 채 긴박하고 드라마틱한 포착을 목표로 진행되기 일쑤다. 그러나 장우철 작가가 스포츠 현장에서 획득한 이미지들은 어떤 스토리나 맥락을 지우고 오히려 진공에 가깝도록 표현된다.

 

밤송이 같은 머리에 헝클어진 유도복을 입은 선수가 바닥에 누워있다. 그의 오른손은 오른 다리를 쥐고 있고 왼손은 허공에 있다. 속눈썹은 가지런한데 떴는지 감았는지 모호하다. 고개는 바닥이 아니라 공중이다. 우리는 이 장면의 결과는커녕 전후 내막을 알 수 없다. 그는 경기에 패한 걸까, 아니면 승리를 거두고 포효하기 직전일까.

 

 

그런가 하면, 흑백 포트레이트 옆으로 붉은 톤의 꽃과 열매가 있다. 그것들은 야생의 상태인 채 고르게 정렬되어 있기도 하고, 알맞게 놓여진 채 불안한 에너지를 표출하기도 한다. ‘평화로운 풍경’이라든지 ‘깔끔한 세팅’ 같은 말은 여기서 클리셰처럼 무력하다. 어떤 긴장과 모순이 있고, 그것은 곧 은밀하고 탐욕적인 감정을 도출해낸다. “사과가 왜 이렇게 야해?” 같은 말이 자연스럽도록 말이다.

 

 

컬러와 흑백, 디지털과 필름, 인물과 정물 같은 나눔의 역할은 장우철 작가가 고안한 세계에서 그 의미가 모호해진다. 다만 형태의 균형과 질감, 그리고 ‘나 혼자서 지금 이 빛을 독차지하고 있다’라는 작가의 시선만을 남겨 놓는다. 따라서 이미지들은 액션의 스토리나 결과가 아닌 긴장과 균형, 고요 그 자체를 담는다.

 

 

작가는 이번 전시 <대회>의 영문 제목을 고민하면서 ‘competition’이나 ‘championship’ 같은 직역을 거절한 채 어떤 것들이 집합된 공간감을 표현하는 낱말을 찾으려 했다. 그렇게 ’COLUMNED’가 됐다. 완벽한 균형을 전제로 하는 뭇 기둥들 사이에서 가장 개인적인 빛을 포착해내는 장우철 작가의 고유한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에서는 300부 한정판으로 제작된 사진집 <COLUMNED>을 선보인다. 전시의 연장선에서 혹은 전혀 다른 공간감으로부터 그의 생각과 감각을 펼쳐볼 수 있다.

 

 
장우철
논산에서 나고 자라 GQ KOREA 에디터가 되면서부터 서울에 살고 있다. 글과 사진을 다루는 잡지 에디터로서의 시간이 첫 전시로 이어졌고, 그 후 아티스트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 사진과 에세이를 묶은 두 권의 책과, ‘406ho’ 연작을 리소그래피로 인쇄한 한 권의 사진집을 펴냈다. 2021년 4월에는 아틀리에와 가게를 겸한 공간 ‘미러드’를 오픈했다.

 

 

디자인프레스 편집부

자료 협조 N/A갤러리

장소
N/A갤러리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5길 27)
일자
2021.09.02 - 202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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