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도시 ‘서울’ 누가 만들고 있을까?

디자인, 디자이너, 디자인 라이프!

10월 15일부터 26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중심으로 서울 곳곳이 디자인으로 물든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서울디자인위크〉다. 이 행사는 국내외 기업과 디자이너의 철학과 개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디자인 산업 박람회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디자인 축제다. 동시대 디자인 트렌드를 공유하고, 서울을 글로벌 디자인 허브로 도약시키기 위한 플랫폼으로 ‘보는 전시’를 넘어 디자이너·브랜드·시민이 함께 대화하는 장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올해 주제는 ‘디자인, 디자이너, 디자인 라이프(Design, Designer, Design Life)’이다. 디자인이 개인의 삶, 산업, 도시 문화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가능성을 만드는지 조명한다. 먼저 서울에서 디자인된 의자를 아카이빙한 프로젝트 전시 〈시팅서울〉은 동시대 창작자들이 ‘의자’라는 사물에 투영한 사유와 실천을 보여준다. 단순한 가구를 넘어 문화적 장치로서의 의자를 탐구하는 전시다. 서울 기반 디자인 스튜디오의 창작 과정을 조명하는 〈어펜딕스: 실천, 사유, 제작〉도 흥미롭다. 결과물 뒤에 숨은 디자이너의 생각과 반복되는 실험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디자인 실무자라면 콘퍼런스는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올해 가장 큰 화두인 ‘AI’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디자이너가 지켜야 할 정체성과 취향에 대한 깊은 담론을 나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그래픽 디자이너 전채리, 브랜드 디렉터 노희영, 포인트오브뷰 대표 김재원 등 다양한 분야의 연사들이 디자인의 미래와 역할을 제시한다. 그 외에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200여 개가 참여하는 디자인마켓과 롱블랙, 이야이야앤프렌즈, 닥터포헤어 등 브랜드만의 스토리가 담긴 팝업 전시도 준비됐다.

DDP디자인페어 with 29CM

〈서울디자인위크〉의 메인 프로그램인 ‘DDP디자인페어’는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DDP아트홀에서 열린다. 올해는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와 공동 주최해 더욱 주목받는다. 29CM는 〈인벤타리오: 2025 문구 페어〉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이구홈 성수’와 ‘이구키즈 성수’를 잇달아 선보이며 25-39세 여성의 취향을 정교하게 반영한 큐레이션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페어에서도 홈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68개 브랜드를 제안하며 공간 밀도를 높였다.

전시는 주제관에서 시작된다. 문승지(팀바이럴스), 백종환(WGNB), 모춘과 소호(모빌스그룹) 등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10명의 디자이너가 소개하는 사물을 통해 도시가 품은 이야기와 각자의 디자인라이프를 보여준다. 이어서 마주하는 곳은 ‘29APT’. 약 10m 높이로 연출된 해당 공간은 가장 한국적인 주거 형태라 할 수 있는 ‘아파트’를 형상화했다. 내부는 ‘인생이 맥시멀리스트’, ‘쉼 예찬론자’, ‘고요한 미식가’, ‘낭만적 실용주의자’ 네 가지 취향 페르소나로 구성해 다양한 삶의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DDP디자인페어는 앞서 언급한 테마를 전체 구조로 확장해 품목별로 브랜드를 나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취향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동선을 선보인다.

2025년 서울의 디자인을 만드는 공간들

SEOUL DESIGN SPOT은 전시 공간을 서울 전역으로 확장하는 장외 프로그램이다. 2002년부터 동시대 디자인 트렌드를 이끄는 장소들을 소개해 온 프로젝트로, 도시 곳곳에 숨겨진 디자인 스폿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준다. 2025 SEOUL DESIGN SPOT은 서울디자인위크와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협력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디자이너들이 직접 추천한 영감의 장소, 트렌드를 주도하는 로컬 스폿을 선정해 ‘디자인 도시 서울’의 진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외국인에게는 탐험을, 학생들에게는 배움을,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위치 기반 팝업·공간 탐색 플랫폼 헤이팝(heyPOP)과 함께 ‘스탬프 투어’를 선보이며 참여 방식을 확장했다. 2025 SEOUL DESIGN SPOT 중 다섯 곳 이상을 방문해 QR코드를 인증하면 특별한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선착순 제한이 있어 서두르는 것이 좋다. 이번 스탬프 투어 이벤트는 서울디자인위크가 시작되는 10월 15일부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종료되는 11월 16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된다. 참여 스폿 리스트와 자세한 내용은 해당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김기수 기자

자료 제공 서울디자인위크, 29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