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서울 카페 4

당신에게 카페란 무엇인가. 카페는 단지 커피를 마시는 곳 이상이다. 누군가에게는 친구와 수다를 떨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고, 잠시 시간을 머무르기 위해 들리는 공간이겠지만 나에게 카페는 그 자체로 목적이다. 맛있는 음료와 함께 멋진 공간을 즐기며 근사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좋은 카페가 많이 있다. 문제는 내가 욕심이 너무 많다는 것. 편안하게 쉬면서, 바깥 풍경도 감상하고 동시에 근사한 시간도 보내고 싶다. 물론 커피도 맛있어야겠지만. 나 같은 욕심쟁이를 위한 서울의 근사한 대형 카페를 모아봤다. 공간의 미학은 물론, 집이나 사무실에서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즐거움까지 갖춘 곳이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소개한다.

구옥에서 만나는 정원, 프릳츠 장충점

장충동 동대입구역 앞, 도심 한복판에서 야외 정원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태극당 옆에 자리 잡은 프릳츠 장충점이다. 입구에서 돌담을 따라 들어가면 넓은 정원이 나온다. 오래된 주택의 마당을 그대로 살려 만든 덕분에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마당에는 곳곳에 놓인 파란색 테이블이 눈에 띈다. 초록 나무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치 그림 속 풍경 같다. 요즘처럼 선선한 날씨에는 야외 정원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면서 커피를 마시기도 좋다.

3개 건물로 나뉘어 있어, 다른 느낌의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1층짜리 집 세 채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특히 구옥을 개조하면서 원래 모습을 최대한 살린 것도 매력이다. 덕분에 건물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이 든다. 여러 테이블 중 내 취향에 맞는 자리를 발견해 보는 것도 좋겠다.

또 하나 프릳츠의 다른 지점과 달리 음식 메뉴와 와인도 함께 판매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직접 조리하는 닭강정과 샐러드, 프로슈토 등 간단한 먹거리가 준비돼 있다. 브런치나 와인과 함게 식사를 즐기고 싶을 때 향해보자.

주소 : 서울 중구 동호로24길 11

예술적인 티타임을 원한다면, 누데이크 티하우스

성수동 아이아이컴바인드 신사옥 ‘하우스 노웨어 서울’. 5층에 위치한 누데이크 티하우스를 소개한다. ‘사옥에 있는 카페인데 일반인도 갈 수 있나?’ 싶지만 대중에게 오픈된 공간이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다만 워낙 화제인 공간이라 항상 웨이팅이 있는 편이다. 그래도 건물의 1층부터 3층까지 입점한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등 여러 브랜드를 구경하다 보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그뿐만 아니다. 잠자는 초대형 강아지 인형부터 움직이는 로봇까지 수준 높은 미감으로 완성된 조형물과 디스플레이를 보다 보면, 미술관에 온 것 같다.

5층 누데이크 티하우스에 도착하면, 역시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펼쳐진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우주선을 닮은 키네틱 오브제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한순간에 낯선 세계에 도착한 것처럼 비일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메뉴는 티하우스 답게 다채로운 블렌딩 티 위주로 마련돼 있다. 시향을 해볼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향을 골라보자. 또 다른 재밌는 건 이곳의 식기들이다. 새빨간 네일이 달린 티팟과 커틀러리 등 보기만 해도 재밌는 누플랏의 식기류를 직접 써볼 수 있다. 덕분에 맛보기 전에 눈부터 즐겁다. 사진을 찍기에도 제격이다.

층고가 높고 조용한 분위기라 대화를 나누기도 좋은 공간이다. 친구와 함께 방문해 비일상적인 티 타임을 경험해 보면 어떨까.

주소 : 서울 성동구 뚝섬로 433 5층

삼청동 풍경을 통째로, 포스톤즈 삼청점

이번에는 청와대 근처로 가볼까? 삼청동 골목에 들어선 포스톤즈는 콘크리트로 지은 거대한 건물이 주변 한옥들 사이에서 확실히 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이 카페의 가장 큰 특징은 2층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통창이다. 커다란 나무가 우거진 풍경을 고스란히 바라보며 감상할 수 있다. 의자를 모두 창가를 바라보게 배치해 두어서, 이곳에 앉아 있으면 마치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풍경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요즘처럼 나뭇잎이 무성한 계절에는 초록빛이 창 전체를 가득 채워서 도심 속에서도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다.

날씨가 좋다면 3층 루프탑으로 올라가 보자. 삼청동만의 독특한 풍경인 한옥과 일반 주택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 있다. 해 질 무렵에 가면 노을과 함께 삼청동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더욱 운치 있을 것 같다.

지하에는 직접 원두를 볶는 로스터리가 있어 그만큼 다양하고 신선한 원두가 준비되어 있다. 맛있는 커피 한 잔과 통창 너머의 풍경을 디저트 삼아 즐겨보자.

주소 : 서울 종로구 삼청로 103-4 삼청동 수제비 옆 골목

프리츠한센 가구와 프랑스 디저트의 만남, 레망도레 광화문점

‘레망도레(Les Mains Dorées)’. 불어로 ‘금빛 손’을 의미하는 단어다. 맛있는 걸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금손 장인의 손길로 만든 커피와 빵을 즐길 수 있는 곳. 서래마을에서 오랜 시간 동네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어준 카페 ‘레망도레’가 이번엔 광화문에 문을 열었다. 서울시청과 청계천 사이, 무교동에 있는 3층 건물이다.

이곳에 방문하면 특별히 ‘의자’를 눈여겨보길 추천한다. 덴마크 가구 브랜드 ‘프리츠한센’과 정식으로 협업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프리츠한센은 1872년 시작된 덴마크 가구 브랜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과 함께하는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하이라이트는 3층 공간. 이곳에서는 본격적으로 프리츠한센 라운지를 만날 수 있다. 오리지널 가구에 앉아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니! 마치 미술관 속에 들어온 듯, 눈에 닿는 모든 것이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여유로운 기분이 든다.

음료와 디저트의 퀄리티도 수준이 높다. 다양한 싱글오리진 스페셜티 커피도 원하는 형태로 맛볼 수 있다. 특히 구움 과자류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니, 배가 부르더라도 꼭 한 조각을 곁들여 먹어보길 권하고 싶다. 한가로운 시간에 방문해 달콤한 디저트와 진한 커피를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겨보시길 바란다.

주소 : 서울 중구 무교로 17 1층, 2층, 3층

글 헤이팝 서포터즈 백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