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크지 않아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리를 채우는 매력적인 청음 공간들이 서울 곳곳에 숨어있다. 수많은 곳 중 헤이팝 에디터가 아끼는 공간 네 곳을 추렸다. 독특한 신청곡 시스템을 갖춘 카페부터 인디 뮤지션들의 단골 무대가 되는 공연장까지. 음악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들을 소개한다.
망원동 골목에서 듣는 재즈 토크, 쿼터

한갓진 망원동 골목, 음표가 그려진 작은 문을 열면 음악과 이야기가 흐르는 쿼터(Quarter)가 있다. 재즈 드러머 정마루가 운영하는 이곳은 단순한 청음을 넘어 음악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이곳의 음악 신청 방식은 조금 특별하다. 가수나 곡명 대신 ‘눈 내리는 날’, ‘출근 전 마음의 안정’ 같은 문장을 건네면 정마루 대표가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준다. 뮤지션과 곡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신청곡이 곧 이야기이자 대화인 셈이다. 매주 수요일은 음악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과 포럼도 진행하고 있으니, 참여를 원한다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자.
주소: 서울시 마포구 포은로 43-1
음악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사운드카페 소리

음악에 술 한잔을 곁들일 수 있는 사운드카페 소리. 벽면을 가득 채운 수천 장의 LP는 사장님 부부가 30년 넘게 수집한 컬렉션이다. 방송국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수제 턴테이블, 1950년대 진공관 앰프, 초창기 릴 테이프 등 희귀 음향 기기가 박물관처럼 공간을 채우고 있다. 테이블에 놓인 연필로 신청곡을 적어 디제이 부스에 전달하면 순서에 따라 음악이 재생된다. 최신곡도 괜찮다지만, 고전적인 분위기가 괜시리 과거의 음악을 찾게 된다. 턴테이블이 돌아가는 사운드카페 소리에서, 잠시 시간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159 2층
상수동 인디뮤지션의 무대, 제비다방

유명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곳, 상수동 제비다방이다. 새로운 인디 음악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2012년 문을 연 이후 매주 4회 이상 공연이 열렸고, 1,000명 이상 뮤지션이 이 무대를 거쳐 갔다.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보다 매력적인 건, 분위기가 자유롭고 편하다는 것. 정해진 관람료 대신 팁을 넣는 것도 이곳만의 문화다. 참고로 이름은 1930년대 소설가 이상이 열었던 살롱 ‘제비다방’에서 따왔다. 시대도 장소도 다르지만, 예술가가 모여 함께 토론하던 아지트의 분위기도 느껴보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24
황학동 숨은 명소, 히피히피 LP바

수많은 LP 바와 다른 점을 묻는다면, 사장님의 내공이다. 신당동 중앙시장 근처 황학동에 위치한 히피히피 LP바 이야기다. 이곳은 신청곡을 LP와 CD로만 틀어준다. 당연해 보이지만 때로 스트리밍으로 음원을 재생하는 곳이 있다는 걸 고려하면, 이 또한 LP바의 미덕 중 하나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놀랐던 건 신청곡 사이 어울리는 곡을 추가로 선곡해 틀어준다는 점이다. AI 시대, 자동 추천 기능이 놀랍도록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음악을 많이 듣고 아는 사람이 추천한 음악은 역시나 다르다. 근처에 들린다면, 간단한 맥주 한잔과 함께 방문해 보자.
주소: 서울시 중구 마장로9길 35‑1, 3층
글&사진 헤이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