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처럼 유쾌한 브랜드 ‘김씨네 과일’

호탕한 아저씨가 운영하는 과일 가게를 떠올리기 쉽지만, 김씨네과일은 티셔츠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패션 브랜드다. 이름 그대로 ‘과일’에서 출발했다. 2022년, 성수동의 한 플리마켓에서 감귤, 체리 등 과일 이미지를 프린팅한 티셔츠 100장을 한정 판매하며 첫선을 보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입소문을 타고, 단 84일 만에 백화점 팝업 스토어까지 열게 됐다. 신진 브랜드로선 이례적인 속도다. 이후 ‘베스킨라빈스’, ‘이마트24’, 경동나비엔’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키웠고, 홈쇼핑에 진출하는 등 외연을 확장했다.
팝업은 역시 콘셉트!

김씨네과일의 시작에는 김도영 대표가 있다. 그는 빈지노, 박재범 등 힙합 아티스트와 컬래버를 진행한 바 있는 랩티 아티스트다. 하지만 김씨네과일이 주목받은 이유는 그의 유명세나 티셔츠 디자인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티셔츠를 ‘파는 방식’ 자체에서 새로움을 느꼈다.

하얀 다마스를 타고 등장해, 재래시장에서 보던 원색 바구니에 티셔츠를 담고, 찢은 박스에 유성 매직으로 휘갈기듯 가격을 적는 방식. 세련된 디스플레이는 아니지만, 시장 한복판에서 마주칠 법한 낯익고도 신선한 풍경이 오히려 ‘새롭고 재밌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과일 티셔츠 성공 이후로 ‘요일 티셔츠’, ‘새끼 티셔츠’ 등 한글을 활용한 시리즈도 화제를 모았다. 에스파 카리나, 자이언티, 이효리 등 셀럽들이 자발적으로 인증샷을 남기며 입소문에 힘을 보탰다.
홍대에 상륙한 김씨네과일

5월 23일부터 6월 4일까지 홍대 AK플라자에서 김씨네과일을 만날 수 있다. 이번 팝업을 기념해 홍대, 합정, 망원, 상수 지역명이 적힌 마포구 스페셜 에디션도 출시했다. 일부 사이즈는 하루만에 동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백화점이라는 포멀한 공간에서도 김씨네과일 특유의 무드는 고스란히 살아있다.

플라스틱 바구니를 활용한 디스플레이, 유행 밈을 반영한 문구, 얼토당토않은 종이 모자 증정까지 브랜드의 위트가 곳곳에 녹여져 있다. 여름맞이 티셔츠를 찾는 사람은 물론 김씨네과일을 직접 경험하고 싶은 이라면 이번 팝업에 들려보길 권한다.
글·사진 김기수 기자
자료 출처 김씨네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