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일찍이 도서관등 역사적 장소의 화려한 건축미를 담아온 작품은 있어 왔지만 그가 촬영한 작품들은 고유의 문화성에 주목했기에
독보적이다. 일례로 바이마르 안나 아말리아 대공비 도서관은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외양 외에도 독일 대 문호 괴테가 50년간 재직하며
파우스트 등을 집필했던 독일고전주의의 탄생지다. 파우스트 원본 등 희귀 서적과 모차르트 악보 등 100만여의 서적과 자료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대 최고 지성이었던 실러, 니체, 모차르트 등을 초청해 문학 강연회와 연주회를 나누던 기록들도 흉상으로 남아있어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여전히 생생한 예술적 영감을 준다.
또한 1868년 개관한 리슐리외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개관한 지 150년이 지났지만 그 아름다움은 세계최고를 자랑한다. 이곳이 문을 연 19세기는 전기가 발명되기 전으로 최대한 일광을 이용하여 독서를 할 수있게 천장을 투명한 반구형 유리로 장식했고 좌우의 벽면에는 열대식물을 그려 독서로 지친 눈에 청량감을 선사했다. 19세기 개관 당시에 이미 장서 수가 2백만권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국비 유학생
유길준은 웅장함과 방대한 스케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장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숨어있는 문화와 예술을 품은
문화유산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임영균은 이런 역사적 현장을 좀더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소실점이 사라지는 지점에서 사람들이 없는 이른 아침에 촬영함으로써 감상자와 대상의 시각적 거리를 줄였다. 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포착됐던 그 현장을 소환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생생한 경험으로 인도한다.
마치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그 매혹적인 현장을 오롯이 마주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는 임영균 작가의 도서관 작품을 두고 “공간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존재성을 극대화하려는 작가 특유의 명상적 시선이
깃들어 있다”고 평했다. “자연광과 색채를 온전히 살리고 대상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과 감각을 중시하는 임영균 작가 사진의 힘”이라고도 했다.
코로나로 물리적인 이동이 어려운 지금, 풍부한 인문학적 서사가 담긴 주옥같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감상하며 예술적 공간으로 떠날 수
있는 임영균의 사진전 <예술가의 눈>은 문화・예술적 충전을 원하는 이들에게 선물같은 전시가 될 것이다.
임영균
사진작가 임영균 (B.1955)은 대구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및 뉴욕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뉴욕 국제 사진센터(I.C.P)에서 수학했다. 1973 년 문화공보부 장관상(전국학생사진전 최고상)을 시작으로 1985 년 스미소니언 박물관 큐레이터인 메리포레스터가 선정한 전 미주 10 대 사진가상을 수상하고, 2000 년 미국 국무성 풀 브라이트 연구 기금 등을 획득한 바 있고, 2005 년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백남준의 기억>이란 주제로 초대전을 가졌다. 최근에는 뉴욕 주 코닥박물관으로 불리우는 조지 이스트만 사진 박물관에서 ’20 세기 사진의 역사전’에 한국인 최초로 초대되는 영광을 얻었다. 중앙일보 뉴욕 지사 기자로 활동하면서(1983-1988 년) 뉴욕 타임즈 및 국내외 일간지와 잡지에 글과 사진을 발표했으며, 뉴욕대학교 사진학과 겸임 교수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국제사진센터, 코닥 사진박물관, 독일 뮌스터 시와 올덴부르크 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작품집으로는 Destiny(뮌스터 시립미술관), 일상의 풍경(열화당), 임영균 인물 사진집 (안그래픽스), 임영균 사진집(시공사), 백남준, 지금 여기 (이길이구 갤러리) 등이 있다.
자료 협조 이길이구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