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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새로운 파동을 일으키다

오브제후드 갤러리 다섯 번째 기획전.
"앞으로의 삶은 고난의 중첩이오.
그런 만큼 보람은 있겠지만요"

- 박경리, <토지> 중에서 -

중첩의 사전적 의미는 '거듭 겹치거나 포개어짐'을 뜻하며, 물리학에서는 '둘 이상의 파동이 서로 만났을 때 새로 생기는 파동은 각각의 파동을 산술적으로 더한 값'으로 정의한다. 우리의 삶은 시간의 연속성 위에 놓여 있으면서도 지난 시간과 현재의 순간, 미래의 희망들이 거듭 겹쳐지거나 포개어져 완성된 '중첩'된 결과다. 이렇게 중첩된 삶은 멈추지 않고 변화하며, 새로운 파동을 만든다.
©오브제후드 갤러리

 

지난해 8월 문을 연 부산의 오브제후드 갤러리에서 오는 8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다섯 번째 기획전<중첩superposition, 重疊>을 개최한다. 회화 작가 우병윤과 부부 도예가 김덕호, 이인화 세 명의 작가가 빚어낸 작품을 통해 삶의 의미를 살피고, 살아가면서 만나는 다양한 삶의 파동을 느껴보자.

 

©오브제후드 갤러리

 

중첩重疊Superposition No.21-05-88 Plaster & gouache on wood panel 91.0x72.7(cm) 2021 ©우병윤

 

우병윤 

서울에서 10년 동안 그림을 그려온 우병윤 작가는 최근 <중첩superposition> 시리즈를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치유를 목적으로 독학한 미술은 자아를 확장하고 삶을 탐구하는 역할을 한다. 거창한 목표나 원대한 계획 없이 긴 시간 꾸준히 그림을 그렸고 점차 국내외에서 촉망받는 작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매년 전시를 열어온 그는 올해 미국 할리우드에 있는 Helen J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쳤고, 이번 오브제후드 갤러리에서 새로운 <중첩> 시리즈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전시 전경 ©오브제후드 갤러리

 

우병윤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자연은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공존과 균형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모색해 가고 있다. 주 매체로 석고를 다루며 유사 색채를 중심으로 직선과 곡선, 채움과 비움, 양각과 음각 같은 대조적 요소들을 고려하며 캔버스 위에서 조형작업을 한다. 반복적으로 무수히 많은 점을 찍거나, 선을 긋고, 하나씩 쌓아 올린 두터운 표면을 다시 지우고 뜯어내는 식의 비우는 과정을 통해 시간의 흔적, 깊이, 호흡을 담아낸다. 반복적 행위이자 일정한 힘의 분산과 집중에 의한 노동집약적인 작업과정은 추상의 이미지로 나타나며 이는 작품 속 지배적인 의미와 대상을 지우고 전체 화면의 균형감을 불러온다. 이때 그림의 의미가 맺어지는 곳은 관객의 눈이 된다. 그림 속 흔적들은 만져지지 않고, 가늠되지 않아 그 가치가 격하된 것들을 보다 유의미한 존재로 환원시키고, 산란한 현실 속 망각해가는 우리 본연의 모습에 균형을 되찾는 매개체가 된다.

 

김덕호 이인화 ‘조용한 변주’, W.500xD.500xH.215cm, 2020

 

김덕호 작가, ‘흐르다 Flow'

김덕호Deokho Kim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도자공예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공예 • 디자인학 석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학부와 석사과정 동안 황갑순 교수와 혀보윤 교수에게 사사 받았으며, 석사과정 졸업 후 서울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도자전공 수업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며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화두인 ‘생각하는 손’이 시사 하는 바와 같이, 재료를 명시적 지식만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여,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재료를 체득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연리’ 기법을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흐르다 Flow’ 작품 시리즈와 ‘흔적 Vestige’ 작품 시리즈를 완성했다.

다수의 국내 전시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호주, 스페인, 일본, 아르헨테나 등 해외 박물관 및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한국의 창덕궁 규장각, 양구백자박물관, 영국 Victoria & Albert 뮤지엄에 작품 소장되었다. 2020년 재단법인예올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젊은 공예인상’을 수상했다.

김덕호 작가, ‘흐르다 Flow'
김덕호 작가, 흔적 Vestige

 

이번 오브제후드 갤러리 전시에서는 김덕호 작가의 ‘흐르다 Flow’, ‘흔적Vestige‘ 주요 작품을 부산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김덕호의 기에는 흙이 단단한 기물로 변모하기까지 작가의 매 순간 수행과 공정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과정의 반복으로 인해 쌓인 흔적들은 시간과 노력, 재료자체가 가진 성질들이 모두 중첩되어 작품으로 표현된다. 두 연작모두 백토와 안료, 물레 성형 그리고 연리문鍊理文 기법으로 발현된다. 연리문은 이질의 다른 흙을 섞어 무늬지게 만든 후 그 위에 유약을 덧씌우는 방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당기법을 통해 발현된 백색과 청색을 기본색으로 사용하면서도 새롭게 흑색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전경 ©오브제후드 갤러리

 

작가는 두 가지 흙이 일정한 규칙과 질서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서도 자유롭운 패턴이 나타나게끔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추상적인 색토의 흔적이 작업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자칫 백자의 색과 형태를 헤치지 않고 잘 어우러지게끔 노력한다. 강한 색과 움직임을 가진 연리의 흔적과 형태적 요소들이 어느 부분에서 단단히 받쳐주고 어느 부분에서 여유 있게 풀려있어야 할 지 늘 고민한다.

그리고 물레 위에서의 우연적 요소가 작가의 의도를 가리지 않으면서 질서 안에서의 변화가 일어나도록 조심스레 흙을 합치고 신중히 물레를 찬다. 지금의 패턴을 표현하기까지 많은 실험을 거쳤으며 이러한 실험의 스펙트럼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점을 찾고 있다. 작가로서의 절제된 의도, 우연적이며 순간적으로 섞이는 흙 그리고 한꺼풀 조금씩 흙을 깍아내는 과정 들 속에서 균형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인화 작가

이인화Inwha Lee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도자공예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공예 • 디자인학 석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학부와 석사과정 동안 황갑순 교수에게 백자토를 중심으로 한 물레성형기법을 사사 받았으며, 석사과정 졸업 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전공의 행정교육 조교로 재직했다. 이후 서울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도자전공 수업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며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백자’의 물성 중 하나인 투광성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고 있다.

2018년 10월에는 작가이자 강원도 양구백자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의 활동이 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함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인정받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한국의 창덕궁 규장각, 아모레퍼시픽 뮤지엄, 양구백자박물관, 일본의 Museum of Modern Ceramic Art, Gifu, 영국의 Victoria & Alvert Mueseum과 Oriental Museum of Durham University, 로마 교황청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이인화 작가 '감정의 기억'

 

이번 전시를 통해 이인화 작가의 ‘감정의 기억’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투광성을 표현하기 위해 ‘기’를 제작한다. 투광성이 낮거나 높은 다양한 자기 흙, 그리고 유약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먼저 물레로 형태를 성형하고 반 건조 시킨 뒤 물레에 다시 고정하여 기벽의 일부분이 1.5mm가 되도록 조심스럽게 깎는다. 두께차이를 주며 내부를 깎아 투광되는 정도를 조절함과 동시에 서로 다른 두께가 조화를 이루게 하여 실용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 너무 크지 않도록, 혹은 너무 얇지 않도록 조심하며 ‘기’의 역할 을 할 수 있도록 내부를 유약처리하여 1280도 고온소성하고 외부를 정성스럽게 연마한다.

전시 전경 ©오브제후드 갤러리
장소
오브제후드 갤러리(부산시 수영구 좌수영로 135, 1층)
일자
2021.08.20 -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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