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뮤직비디오 속 공간이 현실 에어비앤비로 재현된다면?

케이팝 씬에서 케이팝 팬들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무궁무진하게 넓어지는 중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기획은 케이팝을 폭넓게 향유하는 문화로 만들었다. 유튜브 콘텐츠나 콘서트는 기본, 특히 신규 앨범이 발매되면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아티스트와 팬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해 나갈 방안을 강구한다. 팬덤을 한 공간으로 모으는 오프라인 콘텐츠에 힘을 싣고 있는 것. 오프라인 현장의 호응을 온라인 바이럴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케이팝 오프라인 팝업은 왜 인기일까?

가수의 앨범 콘셉트로 꾸며진 팝업 공간은 단순 포토스폿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팬들에게는 소속감을 느끼는 공간이기도 하다. 실제로 팬들은 팝업 입장 전부터 나서는 순간까지 모든 동선에 자리하는 콘텐츠를 촘촘히 즐긴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된 그룹 라이즈의 데뷔 1주년 및 첫 미니앨범 발매 기념 팝업스토어 〈RIIZE : ON THE SING STREET〉에서도 공간을 들어가야만 멤버들에게 전화를 걸고 그들의 코멘트를 들어볼 수 있는 전화 부스가 마련되어 있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또, 지난 9월 밴드 데이식스는 〈Band Aid〉 앨범 발매 시기와 맞물리게 데이식스 멤버를 모티프로 한 동물 캐릭터 ‘‘데니멀즈’를 팝업 주인공을 내세워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공간에서 팝업을 진행했는데, 실제 멤버들이 중심이 아닌 캐릭터 팝업이었음에도 내부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사진과 소품들, 캐릭터 굿즈 때문에 일찌감치 사전 예약이 마감되었다. 

특정 기간이 아니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희소성 때문에 케이팝 팝업 현장은 팬이라면 꼭 방문해야 할 이벤트가 됐다. 비단 팬뿐만 아니라 대중도 우연히 팝업 장소를 지나가며 팝업 문화가 현재 케이팝 씬의 거대한 현상 중 하나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특히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팝업 구조 때문에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소속감과 재미를 주는 것을 넘어 현장 한정판 굿즈 판매로 수익까지 보장할 수 있으니 팝업으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공간 기획은 발전을 거듭하며 이어지는 중이다.

확장된 케이팝의 팝업 공간, 이젠 뮤직비디오 속 공간에서 하룻밤까지

그룹 세븐틴은 지난 14일 미니 12집 〈SPILL THE FEELS〉 앨범을 발매하며 기존 케이팝 팝업과는 다른 새로운 공간을 선사했다. 에어비앤비와의 협업을 통해 타이틀 곡 ‘LOVE, MONEY, FAME (feat. DJ Khaled)’ 뮤직비디오 속 공간을 현실의 공간으로 똑같이 재현해 팬들이 직접 그 공간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팬이라면 한 번쯤 좋아하는 가수의 뮤직비디오 속 공간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보지 않을까. 에어비앤비는 이런 마음을 꿰뚫어 세븐틴 멤버 ‘정한’의 방으로 나오는 공간을 똑같이 만들었다. 뮤직비디오 속 장면을 그대로 구현한 숙소를 만든 일은 이번 사례가 국내 최초이기도 하다. 

세븐틴의 에어비앤비, ‘이 부분’에 주목

‘사랑과 열정’, ‘고민과 상념’, ‘노스탤지아’ 이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사랑을 포기하지 말라는 세븐틴의 이번 앨범 속 메시지를 녹여낸 에어비앤비는 세븐틴이 호스트로 있어 게스트인 팬들을 맞이한다. 공간은 크게 라운지와 침실로 구성되었다. 메인 스폿이라고 볼 수 있는 라운지에는 일본계 미국인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가 1944년 디자인한 커피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다. 해당 가구는 목재로 조각한 다리가 두꺼운 삼각형 유리 상판을 지탱하는 구조가 특징인데, 독특한 실루엣 덕분에 공간에 멋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이어지는 공간에 자리한 침실은 따뜻한 색감의 필라멘트 램프, 우드 테이블, 빈티지 카세트 플레이어와 네이비 색상 시트가 깔린 더블침대가 구비되어 있다. 뮤직비디오 속 침대와 똑같이 만들기 위해 침대 러너 패턴을 동일하게 맞추었고 침대 헤드는 특별히 제작했다고. 외에도 뮤직비디오를 관통하는 매개물인 장미를 비롯해 씬별로 등장하는 오래된 TV, 레트로 LP 플레이어, 옷장 등 여러 소품을 공간에 배치했다. 

압구정 일대에서 ‘세븐틴 스트리트’와 함께

얼마나 유사하게 재현되었는지 짚어보며 앨범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게 한 이 공간은 10월 25일부터 31일까지 예약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 에어비앤비는 10월 16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지는 세븐틴의 오프라인 프로젝트인 ‘세븐틴 스트리트’ 캠페인의 일환으로 준비된 공간이다. 세븐틴 스트리트와 한 블럭 거리에 가까이 자리 잡고 있어 장소가 마련된 일대를 누비며 〈SPILL THE FEELS〉 앨범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다. 보편화된 팝업 행사를 넘어 이제는 뮤직비디오 공간을 재현한 숙박 공간으로까지 발전한 케이팝 팝업,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기대가 된다.

글 김지민 인턴 기자

자료 제공 에어비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