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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Destination Stay] 3. 영화 같은 하룻밤, 부커스 비치 호텔

강원도 양양에 재현한 1970-80년대 미국의 레트로 무드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없는 낯선 마을까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더 나아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숙소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헤이팝은 ‘데스티네이션 스테이(Destination Stay)’ 시리즈를 통해 숙박을 넘어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스테이 공간을 둘러본다.

강원도 양양의 부커스 비치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화면 속 사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포토제닉한 비주얼에 놀랐다. 길을 지나가던 이들조차 발을 멈춰 세우고 카메라를 켜게 하는 이곳은 마치 거대한 세트장과 같은 모습으로 투숙객에게 근사한 추억을 선사한다.

최근 서핑을 취미로 삼은 이들이 늘어나면서 양양은 주목받는 여름철 피서지가 되었다. 부커스 비치 호텔에서 도보 5분이면 닿는 하조대 해수욕장부터 시작해 중광정 해수욕장, 서피비치까지 물놀이를 실컷 즐길 수 있는 해변이 줄지어 펼쳐진다.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시도하고 싶다면 서피비치로, 바다에서 선탠과 해수욕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면 하조대 및 중광정 해수욕장으로 떠나자. 캠핑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야영장은 자연을 온전히 감각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근처에는 푸르게 빛나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하조대전망대가 있어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유유히 산책하기에 좋다.

VIEW

에디터와 함께 살펴보는 부커스 비치 호텔

2층으로 구성된 부커스 비치 호텔은 총 10개의 객실로, 3개의 객실 타입으로 구성했다. 2인 기준 더블 침대 하나가 마련된 더블룸은 친구나 애인과 방문하기 좋으며, 3인 기준 트리플룸과 4인 기준 쿼드러플룸은 아이를 동반하는 가족에게 추천한다. 체크인은 무인으로 운영되어 문자로 안내받은 숙소의 방 번호에 알맞은 열쇠를 카운터에서 직접 가져가면 된다. 열쇠를 사용한 방식으로 알 수 있듯이, 부커스 비치 호텔은 아날로그 방식을 지향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숙소 외관의 비비드한 빨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체커보드 패턴 바닥과 빈티지 포스터로 장식된 통로가 반긴다. 세월의 때가 묻은 소품들로 장식된 공간이지만, 오픈한 지 일 년이 넘은 숙소인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관리되어 낡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카운터에는 방문을 기념할 수 있는 제작 엽서가 비치되어 있으며, 객실 복도 곳곳에서 남다른 데커레이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1층 통로에는 빈티지 액자 아래에 쥬크박스와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LP 등으로 구성한 장식이 돋보인다. 호기심에 올라선 2층의 좌측 복도 끝에는 슬롯머신과 네온 조명으로 카지노를 연상시키는 장식이 숨겨져 있다.

직접 열쇠로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는 방식을 택한 부커스 비치 호텔은 디지털 도어락에 익숙해진 대부분의 방문객에게 생경한 경험을 제공한다. 에디터가 묵은 더블룸, 103호의 문을 열자, 알록달록한 객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원색을 사용하여 다채로우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커튼은 개나리색과 같은 노랑, 바닥은 버건디와 같은 빨강, 침구류는 짙은 연두색, 소파는 짙은 파랑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객실에 TV는 없지만, 버튼을 누르고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의 빈티지 라디오가 방 한구석에 마련되어 있다. 방 안 가득 색으로 꽉 찬 공간을 만끽하며 치직거리는 소리가 매력적인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면 마치 과거로 회귀한 듯한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만큼은 마치 5~60년 전 생활방식 그대로, 디지털 화면보다 나를 둘러싼 현재의 감각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는 게 어떨까.

 

부커스 비치 호텔은 미감이 뛰어날 뿐 아니라,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 또한 알차게 구비되었다. 객실의 노란색 커튼을 열어젖히자 작은 테라스 밖으로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라디오의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한낮의 나른한 햇살을 마음껏 즐겼다. 건물 외부에는 간이 샤워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근처 해변에서 물놀이 후 온몸에 달라붙은 모래를 제거하기에 용이하다. 해 질 녘에는 건물 가장 높은 곳에 마련된 루프톱에 올라 뻥 뚫린 하늘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어둑한 밤이 찾아오면, 부커스 비치 호텔의 조명이 켜지며 화려하게 변신한다. 낮과 밤의 다른 무드를 즐기며 이색적인 외관과 함께 사진을 남겨보자.

MADE BY

부커스 비치 호텔을 만든 사람들

Interview with 장진관 부커스 비치 호텔 대표

— 부커스 비치 호텔은 양양에서는 물론, 전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미국 빈티지 모텔 콘셉트의 숙소입니다. 마치 거대한 세트장과도 같은 콘셉추얼한 숙소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강원도 양양의 해변 문화와 다양한 브랜딩에 기반하여, SNS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20~30세대를 겨냥해 완성한 숙박업소입니다. 직관적으로 미국 느낌이 나는 숙소 명과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했습니다. 과거 레퍼런스를 참고해 요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방식이 아닌 고증에 가깝게 과거를 구현하여 만들었습니다.

 

— 체크인과 체크아웃은 투숙객에게 자율적으로 맡깁니다. 무인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팬데믹 이후, 많은 투숙객이 비대면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되어 채택한 운영 방침입니다. 또한, 입실부터 퇴실까지 숙소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 숙소는 하조대 해수욕장을 비롯한 해변과 가까이 위치합니다. 지리적으로는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하조대 해수욕장은 인구, 죽도해변과 함께 양양 유입 관광객 수 1~2위를 다투는 인기 있는 피서지입니다. 주로 20~30대가 많은 인구해변이나 죽도해변보다는 20~40대까지 두루두루 찾는 하조대 해수욕장과 인접하기에 더 폭넓은 타겟층을 흡수하고 있으며, 연인이나 친구, 가족 단위로도 여행하기 좋은 곳이죠.

 

— 복도와 계단 곳곳의 세팅이 돋보였습니다.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신 바 있다고 알고 있는데, 숙소를 장식하며 어떤 스토리텔링을 담고자 했나요?

‘당신은 아무 때나 체크아웃할 수 있지만, 이곳을 영원히 떠나지는 못할 겁니다’라는 슬로건 아래에 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이글스의 음반 〈Hotel California〉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음반 발매 시기인 1970~80년대 분위기를 표방하여 당대 미국의 숙박업소와 해변 문화를 담고자 했습니다. 고증에 충실한 디자인을 도출하기 위해 미국 서부 고속도로에 있는 모텔 및 호텔과 바닷가 호텔을 주된 레퍼런스로 활용하였으며,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건물에서도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작을 함께 진행한 아트 디렉터들과 브랜딩 및 디자인 팀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 신축이라기보다는 기존 건물을 활용했을 것으로 추측해 봤습니다. 전에는 어떤 건물로 사용되었으며, 리모델링 과정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과거 민박집으로 운영하던 공간을 올 리모델링하여 활용했습니다. 2층 구조의 허름한 건물이며, 넓은 마당과 옥상을 활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어서 많은 후보지 중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죠. 내부 구조와 외부 마감재는 크게 변경할 수 없었고, 오래된 건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누수나 냉난방 단열 문제 등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특히, 건물 구조상 2층 복도 끝에 애매한 빈 공간이 남게 되어 슬롯머신 등으로 장식해 멋진 포토 존이 탄생했죠.

— 숙소의 빈티지한 가구들이 눈에 띄더군요. 어떻게 공수하게 됐나요?

객실 내부의 침구 및 가구들은 투숙객이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기에 빈티지하게 유지하되, 사용에는 큰 불편이 없도록 제작했습니다. 복도나 계단 등에 비치한 가구 및 소품들은 전부 빈티지 제품입니다. 실제 미국에서 직수입 빈티지 제품만 판매하는 업체를 수소문하여 구매했죠. 슬롯머신과 객실 및 복도 곳곳에 있는 액자 및 지류까지도 직수입한 제품으로 활용했습니다.

 

— 부커스의 로고를 새긴 직접 제작한 소품들도 곳곳에서 존재감을 빛냅니다. 수건과 엽서, 슬리퍼와 키링 등 퀄리티가 높은 제품이더군요.

콘셉트에 충실한 호텔을 표현하기 위해 가능한 한 소품을 전부 제작했습니다. 객실 키 또한 유지 및 관리가 쉬운 번호 도어락이 아닌 자물쇠로 사용해 공간의 완성도를 높였어요.

— 객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유리잔과 아이스 버킷 세트는 어떤 용도인가요?

부커스(Booker’s)라는 네이밍에서 알 수 있듯이, 위스키 브랜드 ‘짐빔(JIMBEAM)’의 유명한 버번위스키 중 한 종류입니다. Sweet, Summer, Sweat(달콤한 여름의 땀방울)이라는 서브 슬로건에 맞춰 투숙객이 간단한 음료나 주류를 즐길 수 있도록 비치했습니다.

 

— 앞으로 부커스 비치 호텔이 어떤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나요?

헤이팝의 ‘Destination Stay’ 시리즈가 추구하는 방향처럼 부커스 비치 호텔이 단순 숙박 목적을 넘어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곳에 투숙하러 왔다가 하조대 및 양양을 둘러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MUST 3 

부커스 비치 호텔을 특별하게 만드는 세 가지

어메니티

이번 여름에는 에센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솔트레인(SALTRAIN)’과 협업하여 치약과 수딩 쿨링 페이퍼를 객실에 비치해 두었다. 여행시 많이 챙기지 않는 욕실 제품이 치약이라는 점에서 고객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해 제공하는 중이라고. 수딩 쿨링 페이퍼는 뜨거운 여름날, 해수욕을 즐긴 뒤 화끈거리는 피부에 즉각적으로 쿨링 효과를 선사한다. 또한, 기본으로 제공되는 샴푸 및 컨디셔너, 샤워젤, 바디로션은 향이 과하지 않아 남녀노소 두루두루 사용하기에 좋다.

루프톱

사방이 뚫린 높고 푸른 하늘을 감상하기에 좋은 루프톱이 건물 3층에 마련되어 있다. 해 질 녘에 올라서면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을 것. 컵라면과 같은 간편식이나 맥주 한 캔과 함께라면 양양의 낭만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해수욕장

부커스 비치 호텔에서 도보 5분 거리의 하조대 해수욕장부터 시작해 중광정 해수욕장, 서피비치까지 길이 이어져 있다. 서피비치에 방문해 기념사진을 남기고, 가까운 중광정 해수욕장이나 하조대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자. 서피비치 부근에서 바다의 일출과 함께 호흡하는 선라이즈 요가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객실로 돌아가기 전, 야외에 마련된 간이 샤워시설에서 모래를 씻어내고 들어가는 매너를 잊지 말자.  

글, 사진 성채은 기자

취재 협조 부커스 비치 호텔

 

장소
부커스 비치 호텔
주소
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3길 25 부커스 비치 호텔
성채은
희망과 다정함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는 낙천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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