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9

한지로 만든 부채, 바람에 스미다

한지문화산업센터 7월의 전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전통 한지의 아름다움과 쓰임새를 보존하고 알리는 한지문화산업센터에서 여름의 두 번째 달을 맞이해 7월의 전시 <한지, 바람에 스미다> 전시를 진행한다.

부채는 옛 조상들의 여름 나기 일용품인 동시에 지위를 드러내거나 미적 감각을 표현하는 기호품으로 활용되었다. 본래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쫓는 데 사용하는 물건이나, 특히 합죽선에는 산수화나 사군자를 그려 넣어 멋과 품격을 나타내는 회화, 더 나아가 예술품으로 기능했다.

합죽선은 양반만 갖고 다닐 수 있는 명품으로, 단옷날이면 선자청(扇子廳)이라는 관청에서 합죽선을 제작해 임금께 상납했다. 훌륭한 합죽선을 만드는 재료로는 대나무와 함께 무엇보다 한지를 빼놓을 수 없다. 한지는 섬유질이 견고하여, 폈다 접었다 하는 합죽선에서 내구성을 발휘한다.

 

부채는 바람과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한지 또한 마찬가지다. 한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우수한 통기성이다. 숨이 통하듯 한지의 결 사이로 바람이 통하여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람의 통로는 여백의 미를 창조하며 부채 위에 그려지는 한국화의 농담을 표현하기에도 제격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선자장 한경치 장인의 부채 작품과 한아름 한지 작가의 공간 연출이 어우러져 풍부하고 산뜻한 여름의 풍류를 선보인다. 부채가 일으키는 바람의 결과 그 바람이 다시 스며든 한지의 우아한 생동감과 빛깔이 공간을 물들인다.

 

 

공간을 장식한 다양한 크기의 동그란 한지 작품은 합죽선이 펴지는 모양을 확장하여 바람의 율동감을 표현했다.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연상시키는 바람결의 군집은 여름의 무더위를 기운차게 날리는 돌풍과 닮아 있는 동시에, 각각의 개체 사이에 마련된 여백과 적절한 거리감으로 흐름의 절제를 공간 안에 심는다. 그로 인해 다른 바람과 공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또 하나의 바람길을 제공한다.

 

 

한지가 접히며 생긴 부채의 반듯한 주름은 기품 있는 선비를 감싸는 굴곡 없는 바람의 결과 그의 단정하고 올곧은 정신을 상징하는 듯 하다. 부채의 곡선은 사물과 공간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흐르는 바람의 움직임과 닮았다. 또한 대나무로 이루어진 부채의 목살 위에 그려진 세밀한 장식 문양과 군안에 달린 선추는 일용품에 미적 감각을 더하고자 한 선조들의 기량이 느껴진다.

 

 

한지는 바람을 만들고, 또 그 바람은 한지에 스민다. 바람을 비롯해 자연물과 교감하는 전통 종이 한지와 전통 일용품 부채로, 현대인의 무덥고 빽빽한 여름의 일상에 한 줄기 시원한 바람과 자연의 감각을 선사한다. <한지, 바람에 스미다> 전시 공간을 거닐다 보면 부채의 끝에서 시작된 바람이 어느새 마음에 스며들고, 그렇게 숨통이 트인 마음은 답답했던 여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소원

진행 노슬기

자료 협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지문화산업센터

장소
한지문화산업센터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31-9)
일자
2021.07.28 -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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