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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바람도 쉬었다 가는 곳, 베케

생태주의 정원과 건축이 만났을 때
제주도 정원중심공간 ‘베케(VEKE)’가 지난 5월에 새로운 건축물과 함께 리뉴얼 오픈했다. 정원과 어우러진 건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박영채

제주 비오토피아, 아모레 성수 등의 프로젝트를 함께한 조경가로 잘 알려진 김봉찬 더 가든 대표는 2018년 제주도 서귀포시에 정원중심공간 ‘베케(VEKE)’의 문을 열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밭을 일구며 나오는 돌을 쌓아두는 돌무더기를 일컫는 제주어, 베케. 버려진 돌무더기는 때론 아이들의 놀이터로, 때론 야생동물들의 휴식처가 되며 새로운 쓰임을 찾아가게 된다. 이름처럼 이곳의 정원에서는 조연으로 치부되던 풀과 돌, 이끼가 주인공이 된다.

ⓒ박영채
ⓒ박영채

제주도 1호 생태조경사

 

김봉찬 대표는 대표적인 생태 조경 전문가이자 제주도 1호 생태조경사이다. 1990년대, 국내에 생태 정원을 도입하겠다는 당찬 포부로 각 식물의 자연 생태계를 복원해 조성한 정원을 선보여왔다. 화려한 꽃으로 구성된 보기 좋은 정원보다는 그 꽃의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으로 조성해 지속 가능한 생태 정원을 꾸리자는 것. 제주도 효돈 마을 출신인 그는 조부모의 귤밭이었던 땅을 생태 정원으로 가꾸어 지금의 베케로 운영 중이다.

ⓒ박영채

정원과 건축, 흐릿한 경계의 아름다움

 

지난 5월에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베케에는 세 동의 건물이 추가되었으며, 기존 카페로 운영되었던 건물은 조용하게 이끼 정원을 감상하는 베케뮤지엄으로 재탄생했다. 건축으로 참여한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의 강정윤, 이창규 소장의 말을 빌리자면 새로 생긴 건물은 ‘기분 좋은 어두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점점 깊어지는 배치와 낮고 긴 조형, 짙은 색의 마감으로 완성된 건물이 밝고 시원하게 열린 외부 풍경과 대비되며 은은하게 존재감을 빛낸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베케에서 깊은 호흡을 내쉬어 보자.

사진 출처: 루시드폴(@institute.for.silence) 인스타그램

정원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땅과 같은 눈높이에서 창을 바라보는 베케뮤지엄에서는 지난 5월 19일에 루시드폴의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베케에서는 푸드스타일리스트 고지영과 함께하는 ‘자연주의 식탁’, 20년간 한라산을 누빈 식물 전문가 김명준의 ‘식물산책’ 등 비정기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인스타그램을 주시하길. 정기적으로는 베케의 해설자가 정원을 설명하는 ‘정원 도슨트’가 A동에서, 정원 다큐멘터리와 음악을 감상하는 ‘몰입의 시간’이 베케뮤지엄에서, 낯선 식물을 자유롭게 만져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월간 식물’이 B동에서 진행되며, 네이버 예약을 통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성채은 기자

자료 제공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

장소
베케
주소
제주 서귀포시 효돈로 48
시간
09:30 - 17:30 (매주 화요일 휴무)
크리에이터
설계 |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이창규, 강정윤, 김현준 ​
감리 |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이창규, 강정윤, 김현준 ​
조경 | 더가든 김봉찬 ​
기획 | 최정화, 김봉찬 ​
구조 설계 | (주)드림구조 김윤범 ​
전기, 기계 설계 | 한성이엔지 ​
시공 | 더룩 종합건설 성창용 ​
가구 | 나무놀이터, 선흘공방
성채은
희망과 다정함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는 낙천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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