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스티치는 스타트업, 1인 사업가, 프리랜서를 위한 코리빙·코워킹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로컬스티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새로운 주거·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에 모인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서로 시너지가 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현점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스몰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 상생과 성장을 도모하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interview with 로컬스티치 김수민 대표
– 지점마다 새로운 실험을 하는데 회현점에서는 어떤 실험을 펼치고자 했나요?
리테일을 중점으로 로컬스테이, 건축주, 브랜드,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이해관계의 균형을 이루고 싶었습니다. 이제 도시에는 사람들의 공감도 얻고, 돈도 벌고 그러면서 오랫동안 유지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많지 않거든요. 예전처럼 동네에 다채로운 가게들이 있고, 그 가게들이 다 잘되는 모습을 꿈꾸고 있어요. 그러려면 적당한 균형을 찾아주는 실험이 많아져야 합니다.
– 리테일만으로 구성한 지점은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운영하면서 변수가 생길 수도 있지만, 빨리 해 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빠르게 시도해서 그중 유효한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를 발전시켜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재미있는 것들이 생겨나거든요.
– 로컬스티치는 공간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직접 진행하는데,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나요?
‘덜 쓰는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더하는 거죠. 그 예로 현재 무브먼트랩과 함께 교회였던 공간을 가구숍으로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때, 가구숍에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다 덜어낸 후에 다시 가구숍에 필요한 새로운 기능을 더하면서 공간을 만들어 가는 거죠. 디자인 컨셉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원래의 공간에서 필요한 부분을 뺀 나머지를 덜어내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기능을 더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디자인해야 합니다.
– 그렇다면 회현점에서 그대로 유지한 것과 덜어내고 새로 더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회현점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을 유지하고 재활용하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래서 계단 손잡이, 창문, 간판 등을 그대로 사용하려고 했어요. 예전에 만들어진 것에는 따라 할 수 없는 진정성과 독창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현점의 창문을 자세히 보면, 지금은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방문객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창을 통해 남산과 회현동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되죠.
– 방금 말씀하신 예전 간판들은 건물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치여서 재미있었어요.
사실 큰 의미를 둔 장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간판들이 건물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살리자고 결정했죠. 또, 이 간판들을 그대로 둠으로써 다양한 스몰브랜드가 모여 있는 공간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덕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생겼어요. 우연이지만, 예전의 얼음집이었던 공간에 아이스크림 가게인 코코너즘이 입주했거든요.
– 1층의 웰컴센터를 둔 이유가 있나요?
저희는 문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크리에이터가 자주 드나드는 동네에 지점을 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지점을 중심으로 주변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인다는 장점이 생겼죠. 웰컴센터는 이 장점을 잘 사용하여 로컬 문화를 확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동네 사랑방처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동네의 좋은 가게와 갈만한 장소를 소개해 주고, 주변 크리에이터들을 연결하는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동하기도 하고요.
– 로컬스티치가 크리에이터의 연대와 로컬 문화의 확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이제 부동산이라는 하드웨어보다 그 안을 채우는 브랜드와 콘텐츠가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시대가 될 거예요. 그러므로 하나의 스타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것보다 작지만 다양한 브랜드가 꾸준히 등장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형태가 사업적으로도 좋은 기회를 만든다고 생각하고요.
– 다른 입주 브랜드에 비해 스틸북스는 널리 알려진 브랜드인데요. 어떻게 입주하게 되었나요?
사실 스틸북스는 소유자가 바뀌면서 로컬스티치가 운영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브랜드의 방향성을 전과 다르게 포지셔닝하려고 고민 중이에요. 스틸북스를 통해 제일 하고 싶은 건 창작자가 쉽게 출판물을 내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환경을 조성하는 거예요. 글을 쓰고 교류하는 문화가 보편적으로 되려면 전문 작가가 아닌 사람들도 글을 자유롭게 쓰고, 그를 세상에 쉽게 선보이고, 서로 만나서 교류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틸북스 회현점이 그 문화를 확산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 회현점에서는 단 하나의 스테이만 운영하죠. 개인적으로 코리빙과 코워킹을 결합한다는 로컬스티치의 장점이 안 보여서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전문적인 코리빙, 코워킹 스페이스를 구축하기에 건물 면적이 작았어요. 그렇다면 차라리 주변의 크리에이터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상생하는 방법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회현동은 피크닉을 시작으로 서서히 작은 스튜디오가 생겨나고 있거든요. 회현점을 여러 스몰브랜드가 모여 있는 형태로 기획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 로컬스티치가 신생브랜드와 함께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는 리모델링 비용을 건축주와 공동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덕분에 신생브랜드가 적은 비용과 위험성으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저희 경험상 이제 막 시작하려는 신생브랜드와 시너지 효과가 제일 컸습니다. 그래서 입주 브랜드를 선택할 때, 그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저희와 함께한 신생브랜드가 성공하는 사례를 보고 먼저 참여 의사를 밝히는 브랜드도 있어요. 이렇게 자발적으로 하나, 둘씩 모이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 왜 로컬스티치는 스몰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투자하나요? 어떤 면에서 투자자인 로컬스티치에도 부담될 수 있는데요.
지난 10년간, 정말 많은 브랜드가 탄생하고 사라졌어요. 돌아보니까 새로운 시도들이 힘을 받아 성장하는 건 3년까지고, 그 시간 안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면 그만두더라고요.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는 건 스타트업과 신생브랜드의 실험을 뒷받침해 줄 시스템이 없다는 걸 뜻합니다. 그러므로 실험을 펼치는 브랜드가 등장하는 시기가 오면, 그중 몇몇 브랜드를 발굴해서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브랜드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컬스티치는 그 일부를 담당하는 거고요.
– 그렇다면 주거와 오피스를 결합해서 구성하는 이유는요?
주거를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면 서로를 응원해 주고 지지하는 문화가 쉽게 형성돼요. 생판 모르는 사람이 응원하는 것과 한 건물에 같이 살고 일하는 사람이 응원하는 건 다르니까요. 그래서 주거를 기본으로 다양한 기능을 결합한 커뮤니티 공동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서로를 응원하는 환경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면 자연스럽게 무언가가 이루어집니다.
– 로컬스티치는 지점마다 목표와 그를 보여주는 방식이 달라요. 그럼에도 모든 지점을 관통하는 공통된 철칙이 있나요?
첫 번째는 ‘덜 쓴다’예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필요한 것만 남기고 더해서 자원을 최대한 덜 사용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해요. 두 번째는 크리에이터 창업가를 위한 멤버십으로 로컬스티치라는 브랜드를 꾸준히 포지셔닝하는 겁니다. 세상은 각양각색의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등장해서 자기 일을 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이젠 직업을 게임의 아이템처럼 자유롭게 탈부착하는 시대가 될 거예요. 하지만 그로 인해 각자가 맡은 일들도 늘어났죠. 실제로 세금이나 운영 등 1인 사업자와 프리랜서들은 처리해야 할 업무들로 힘들어하거든요. 로컬스티치는 그런 어려움을 도와주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 존재가 되겠다는 생각만 하고 다른 영역은 다 열어 두고 있어요.
– 돌이켜보면 로컬스티치는 사회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어요. 앞으로 새롭게 보여줄 실험과 도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주거 환경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이 국제도시가 되면서 개인당 면적이 넓지 않게 되었어요. 주거 비용도 엄청 비싸졌고요. 그 결과로 앞으로는 지역을 옮겨 다니는 라이프스타일이 정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6개월을 지내고, 상대적으로 주거 비용이 저렴한 지방에서 6개월 보내는 거죠. 그러면서 전체 주거 비용을 맞추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로 지금, 평일은 서울에서 주말은 제주도와 같이 자연환경이 좋은 지방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요. 또 다른 변화는 쾌적한 1인 주거시설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다세대주택을 리모델링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주거는 다세대주택에서, 그 외 필요한 공간은 로컬스티치 클리스터의 공용공간을 이용하면 되니까요. 이렇게 1인당 전용 면적을 늘리는 다양한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TPO
로컬스티치 김수민 대표가 휴식과 영감을 얻는 공간
카페에서 일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발견한 디테일을 제가 디자인한 공간에 적용하기도 했고, 그 카페들을 만든 분을 찾아가서 궁금한 걸 물어보기도 했죠. 특히 ‘비하인드’와 ‘이리 카페’처럼 홍대의 오래된 카페를 좋아하고 자주 갑니다. 시간이 누적되어 쌓인 바이브와 커뮤니티는 쉽게 따라 할 수 없고, 가볍게 넘을 수도 없어요. 그래서 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스몰브랜드가 만드는 동네, 로컬스티치 회현
: file no.1 : 남산 아래 새로운 동네가 등장했다
: file no.2 : 로컬의 균형 찾는 새로운 실험
글 허영은 객원 필자
사진 이명수 (아프로_이 스튜디오)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로컬스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