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7

8번의 계절 8개의 스토리, 윤현상재 EXP: 8Seasons ②

: file no.2 : 경계 없는 무한한 영감의 장소

윤현상재는 건축과 디자인, 예술을 아우르는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선보이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이 발걸음의 시작은 2011년, 최주연 부사장이 이끄는 스페이스 비이(Space B-E)의 설립부터다. 최정예 부대로 구성된 스페이스 비이는 남다른 관찰과 사려 깊은 시선으로 그들만의 메시지를 전하는 콘텐츠를 기획한다. EXP: 8Seasons 프로젝트는 그동안 스페이스 비이가 축적한 경험은 물론,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interview 윤현상재 최주연 부사장

 

윤현상재라는 브랜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스페이스 비이를 이끌며, 남다른 시각으로 건축과 디자인을 전달하는 브랜드 기획자. 시대를 관통하는 관찰력과 대중의 니즈를 빠르게 읽는 감각으로 윤현상재와 스페이스 비이가 선보이는 콘텐츠는 물론,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감독, 서울건축비엔날레 큐레이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P: 8Seasons의 첫 시즌, 로컬리티(Locality)에서 열린 스페이스 비이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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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의 문화 플랫폼

 

─ EXP: 8Seasons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포인트가 있나요? 문영빌딩이 위치한 서울 논현동이라는 동네를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논현동은 건축/인테리어와 관련된 숍이 많지만, 지금은 쇼핑만을 위한, 문화가 사라진 동네가 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럭셔리만 남은 이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만들고 싶고, 그 역할을 윤현상재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프로젝트 첫 시즌의 주제를 ‘로컬리티(Locality)’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 문화 플랫폼의 장소가 될 문영빌딩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주변에 건축자재와 관련된 브랜드 쇼룸과 매장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요. 자재와 관련된 숍들이 모여 있다는 지역적 특성이야말로 건축 문화의 거점이라고 생각해서 그 포인트를 프로젝트에 넣고 싶었어요. 1층 카페에서는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모여 문화를 이야기하고, 2층 머티리얼 라이브러리는 재료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으면 했어요.

EXP: 8Seasons의 첫 시즌, 로컬리티에 참여한 에피그램과 남해 돌창고의 전시 & 팝업 모습

─ EXP: 8Seasons 프로젝트의 첫 시즌 주제는 ‘로컬리티’였어요. 윤현상재가 생각하는 로컬리티를 보여주기 위해 무엇에 초점을 맞췄나요?

로컬이라는 가치가 트렌디해지면서 많은 브랜드가 로컬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3~4층에서 열린 전시와 팝업에서는 진정성에 무게를 두고 남해의 돌창고와 에피그램처럼 오랫동안 로컬리티를 말했던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를 초청했어요. 진정성 있는 작가와 브랜드를 찾고, 그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죠. 다행히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와 브랜드들은 스페이스 비이의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지켜본 분들이어서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어요.

 

─ 개인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한 장소는 팝업, 전시, 마켓과 같이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3, 4층이었어요.

3, 4층은 시즌별로 스페이스 비이가 기획한 주제에 맞춰 작가와 브랜드를 초청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페어처럼 윤현상재는 각 방을 작가와 브랜드에게 분양하고, 참가한 작가와 브랜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꾸며서 보여주는 형식이죠. 각자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방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판단하에 3, 4층은 벽을 허물지 않고 기존 구조를 유지하게 되었어요.

EXP: 8Seasons의 첫 시즌, 로컬리티에 참여한 시시호시와 노산도방의 전시 & 팝업 모습. 이렇게 EXP: 8Seasons 프로젝트는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브랜드와 작가를 소개하여 문화를 전하고자 한다.

─ EXP: 8Seasons 프로젝트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를 기획할 때 부담이 있었을 것 같아요.

EXP: 8Seasons 프로젝트는 층별로 운영 방식이 달라요. 지하 1층부터 2층까지는 상시 운영되지만, 3층과 4층은 시즌별로 일시 운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올 수 있는 장소가 되려면 저희가 계속 노력해야 해요. 그래서 ‘논현동에서 어떻게 하면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어도 또 오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었죠. 성수동도 하나의 스팟이 긴 시간을 버티면서 주변에 여러 스팟이 생겼고, 그로 인해 성수동 일대가 일어나게 된 거였죠. 그래서 ‘논현동도 그렇게 만들 수 있는가?’, ‘그것을 윤현상재가 해낼 수 있는가?’ 를 생각하며 여러 가지를 실험해 보려고 해요.

 

─ 동네를 바꾸고 일으킨다는 건 꽤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인데요.

반드시 해내겠다는 무거운 마음을 가지면 쉽게 지치죠. 우리 스스로 EXP: 8Seasons 프로젝트를 한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스터디를 한다는 마음으로 진행하려고요. 머티리얼 라이브러리도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해서 기획한 것이 아니에요. 윤현상재의 지속적인 콘텐츠로 가져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시작했어요.

로컬이라는 가치를 헤리티지로 재해석한 스페이스비이의 전시 전경

─ 그렇다면 EXP: 8Seasons 프로젝트는 윤현상재와 스페이스 비이의 미래와 연결된 셈이네요.

첫 번째 시즌에서 저희가 ‘로컬 헤리티지(Local Heritage)’라는 전시를 기획해서 선보인 이유도 이곳에 세울 신축 건물 안에 아트숍을 만들 예정이기 때문이에요. 그 아트숍에서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할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을 것이기 때문에 그를 위한 실험 버전이라고 할 수 있죠. 스페이스 비이는 콘텐츠를 기획할 때, 사람들이 얼마나 방문하고 만족할지를 신경 쓰는 동시에 이 콘텐츠를 우리의 것으로 확실하게 만드는 방법과 자기만족도에도 초점을 맞춰요. 다행히 첫 시즌은 많은 분이 방문하셨지만, 어쩔 수 없이 방문자 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평균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사람들을 다시 오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어요.

 

─ 윤현상재 본사와는 어떤 차별점을 두고자 했나요?

차이점보다는 연결성에 초점을 맞췄어요. 본사(Stage 01) 혹은 문영빌딩(Stage 02)을 방문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공간으로 갈 수 있게요. 지하 쇼룸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쇼룸을 구성할 때, 본사 쇼룸에는 무엇이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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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장소, 머티리얼 라이브러리

 
 

─ 2층에 위치한 머티리얼 라이브러리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디자인 관련자들이 윤현상재에 계속 오게 만드는 방법과 건축자재 판매라는 기업의 비즈니스와 공예·예술과 깊게 연결되는 기획 간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이 고민을 해결하려면 디자이너의 관심을 전시 기획으로 오도록 이끌고, 그들이 오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그 공간이 디자이너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자재 및 재료를 다루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또, 스페이스 비이의 틀을 깨는 공간도 필요했어요. 소재와 관련된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쌓은 스페이스 비이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경계를 벗어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체 스터디룸을 만들면 영감을 받아 관습을 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머티리얼 라이브러리를 기획했어요.

─ 여러 가지 자재와 재료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인테리어 무드보드를 만들 때, 구상한 재료들을 직접 모아보면 아이디어를 얻기에 좋고, 결정도 쉽게 내릴 수 있거든요. 특히 인테리어 분위기는 재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로 대보는 것이 중요해요. 최대한 다양한 자재를 많이 두고자 했지만, 장소가 협소해서 실현할 수 없었어요.

라이브러리 서가는 각 재료에 맞게 유연하게 디자인해야 했다.

─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자재와 재료들을 진열하는 데에도 고민이 따랐을 것 같아요.

재료마다 크기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적절한 공간과 진열 방식이 필요했어요. 동시에 라이브러리로서 정리된 느낌을 주려면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있어야 했고요. 그래서 각 재료의 특성을 잘 보여줄 공간과 가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했어요. 서가는 레어로우와 함께 작업했는데 몇 차례에 걸쳐 선반과 칸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이를 도면화했어요.

 

─ 그래서 선반의 간격과 뒤판의 형태 등이 서가마다 달랐군요.

서가의 진열된 재료와 뒷배경이 겹치면 시야가 어지러울 수 있으니까, 뒤판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깊고 두꺼운 재료를 진열하는 데 방해가 되더라고요. 어떤 자재는 걸개에 걸어야 하는데 제품마다 크기가 다르니 타공판 간격을 조절해야 했고요. 종목별로 서가 디자인이 달라지니까 이를 수치화하고 시스템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심지어 협력업체에 진열한 재료의 크기까지 정해서 요청해야 했어요. 앞으로의 관리와 운영을 위해 라이브러리 설명서를 제작했어요.

머터리얼 라이브러리의 전시는 작가와 디자이너가 어떻게 재료를 활용하는지, 재료가 어떻게 그들의 영감이 되는지를 자세히 풀어서 보여준다.

─ 머티리얼 라이브러리에서 단순히 재료를 진열하는 것을 넘어 전시와 세미나와 같은 행사가 열리는 이유도 궁금해요.

작가와 디자이너에게 재료는 영감의 원천이에요. 그래서 머티리얼 라이브러리가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라이브러리는 커머셜 존과 크리에이티브 존으로 나뉘어요. 재료가 진열된 서가를 커머셜 존으로, 전시가 열리는 공간은 크리에이티브 존으로 기획했어요. 현재 세미나는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 지하 1층 쇼룸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 라이브러리 전시는 공예, 디자인, 예술적 측면에서 재료를 보여줌으로써 경계를 허문 느낌이 들었어요.

작가와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소재와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젠 작가가 공간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디자이너가 공예로 접근하는 시대이니까 머티리얼 라이브러리도 경계를 허무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죠. 그래서 초청 작가와 크리에이터도 경계가 없어요. ‘아틀리에 에크리튜’를 초청한 이유도 김재원 대표가 문구에 대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만큼 재료의 디테일에 집중하고 잘 아는 분이기 때문이에요.

 

─ 라이브러리 전시를 기획할 때,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요?

본사 3, 4층에서 열리는 전시와 라이브러리 전시는 기획 방향이 달라요. 라이브러리 전시는 재료에 더 집중해서 작품 세계를 풀어놓고 깊게 볼 수 있도록 기획해요. 전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전시 참여 요청할 때도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가죠.

 
머티리얼 라이브러리에서는 유리, 나무, 플라스틱, 종이, 한지 등 다양한 소재들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

─ ‘머티리얼 레시피’라는 세미나로 머티리얼 라이브러리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 같아요.

라이브러리에 찾아오는 디자이너와 전시, 세미나가 연결되어야 하므로 머티리얼 세미나에서는 디자인과 재료를 넘어선, 브랜드와 같이 디자이너에게 도움을 주는 내용도 전달하려고 해요. 또, 머티리얼 레시피를 통해 라이브러리의 서가, 전시, 세미나 등 우리가 가는 방향이 하나로 연결되었으면 하고요.

 

─ 머티리얼 라이브러리가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나요?

머티리얼 라이브러리는 재료를 펼치는 공간이자, 디자이너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펼치는 공간이에요. 또, 재료를 어떤 레시피로 디자인했는지 보여주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머티리얼 라이브러리가 재료를 학문적으로 탐구하는 연구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TPO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전시를 보여주는 최주연 부사장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

 

─ 머티리얼 라이브러리처럼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가 있나요?

저에게 영감의 장소란 특정 장소보다는 일상에서 머리를 비우는 순간이에요. 여행과 맛집 탐방 등 무언가를 경험하는 걸 엄청나게 좋아하고, 그에 대한 에너지와 호기심이 넘치는 편이에요. 그래서 경험하고 나면, 기억은 잊어버려도 그때 받은 감동은 남아서 저만의 ‘경험의 서랍’에 저장되죠. 그리고 자연을 걸으면서 하늘을 보고 공기와 바람을 마주할 때, 그 서랍이 열리면서 무언가가 툭 하고 나와요. 그것이 바로 제 영감의 원천이 되죠.

 

─ 산책하러 자주 가는 곳이 있나요?

지금 사는 아파트 단지 내 산책길이 잘 구성되어 있어서 자주 가요. 강아지와 산책하러 서울숲에도 자주 가고요. 이외에 드라이브하거나, 샤워할 때도 머리가 비워지면서 경험의 서랍이 열려요.

▼기사는 3편에서 이어집니다.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매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윤현상재 EXP: 8Seasons

▶ : file no.1 : 공간의 원초적인 분위기에 집중하다

▶ : file no.2 : 경계 없는 무한한 영감의 장소

▶ : file no.3 : 잊지 못할 윤현상재의 프로젝트 리스트

허영은 객원 필자

사진 임상현, 김수민 어시스턴트 (아토 스튜디오)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윤현상재 & Space B-E

프로젝트
[Post-It] 윤현상재 EXP: 8Seasons
장소
YOUNHYUN Stage 02 (오픈 시기: 2023년 5월)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132길 5
기획자/디렉터
윤현상재 & Space B-E
크리에이터
운영 | 윤현상재 (1층 Café: MOTHER Offline), 인테리어 | 윤현상재 & Space B-E, 디자인 | 윤현상재 & Space B-E, 가구 디자인 | 최경덕 (1층 MOTHER Offline), 레어로우 (2층 YOUNHYUN Material Library)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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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의 계절 8개의 스토리, 윤현상재 EXP: 8Seasons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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