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iefing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
한 나라의 식문화와 생활상이 궁금하다면, 리테일 공간으로 향하라. 도시를 대표하는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전통 시장을 둘러보고 나면 그 지역의 미식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이 자연스레 읽힐 것이다. 최근 다양한 리테일 공간이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을 한 곳에 집약해 아이코닉한 장소로 탈바꿈한 공간이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새롭게 리뉴얼한 식품관이 그 주인공.
유명 디저트 브랜드를 한데 모은 ‘스위트파크’ 론칭을 필두로 트렌디한 미식 공간을 만날 수 있는 프리미엄 푸드홀 ‘하우스 오브 신세계’, 우리 산지의 제철 식재료부터 세계 진미를 큐레이션한 ‘신세계 마켓’까지 전례 없는 콘셉트의 미식 공간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이 세 곳은 기존 식품관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경험 중심의 설계와 세련된 공간 연출로 혁신을 이루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여기에 델리·건강식품관까지 완공되면, 신세계 강남점은 올 하반기 총 6,000평 규모의 국내 최대 백화점 식품관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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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천국이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식품관은 현재 세 개의 전문관으로 구분된다. 각 공간은 타깃 고객층에 맞춘 뚜렷한 콘셉트를 지니고 있다. 공통적으로 지향한 핵심은 국내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미식 공간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지난해 가장 먼저 개관한 ‘스위트파크’는 지하철, 백화점 식품관, 센트럴시티 버스터미널이 교차하는 유동 인구 최다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식품기획팀 이용준 부장은 “이곳을 지하 1층 고객 유입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젊은 여성 고객층이 선호하는 스위트 장르를 배치해 신규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했다”며 특히 ‘디저트 테마파크’를 목표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약 1600평 규모의 ‘스위트파크’에는 총 43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첫 매장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스위트’, 국내 유명 베이커리의 시그니처 메뉴를 엄선한 ‘브랜드 셀렉션’, 스위트 품목의 풀라인업을 갖춘 ‘캐주얼 스위트’, 화제성 높은 브랜드를 가장 빠르게 만날 수 있는 ‘팝업 스테이지’, 가벼운 식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발코니’ 등 다섯 가지 카테고리 아래 디저트 천국을 구현해 냈다. 일상적으로 맛볼 수 있는 간단한 디저트부터 특별한 선물용 프리미엄 디저트까지 폭넓게 갖춘 것이 특징. 서울 성수동을 대표하는 베이커리 ‘브라우터’와 ‘베통’을 비롯해, 벨기에 왕실 초콜릿 브랜드 ‘피에르 마르콜리니’,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의 핫플 ‘가리게트’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였다. 오픈과 동시에 긴 웨이팅 줄이 형성된 ‘스위트파크’는 지금도 방문객들로 북적이며, 여전히 디저트 성지로서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스위트파크’의 인테리어는 미국 뉴욕의 인테리어 스튜디오 로만앤윌리엄스(Roman & Williams)와 협업했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서 영감을 받아 클래식한 파사드와 웅장하면서도 로맨틱한 공간을 구현했다. 과거 분수가 있던 중앙 가든은 보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기존 식품관 특성상 배기와 덕트와 같은 설비로 인해 천장의 개방감이 부족했지만, 이번에는 덕트 설비를 과감히 배제해 아치형 디자인의 미학을 살리고 공간의 개방감을 극대화했죠. 이런 차별화된 공간에 국내 백화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던 신규 브랜드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했고, 트렌디한 감각의 인테리어와 브랜드의 시너지가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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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고품격 미식 공간

두 번째로 선보인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강남점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만나는 경계선, 과거 면세점이 위치했던 지하 1층의 외곽에 세워졌다. “스위트파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객 유입이 적었던 입지인 만큼 강력한 콘셉트의 전문관을 통해 방문객을 끌어들이고자 했습니다. 마침 호텔의 하부층과 맞닿아 있어 호텔과 백화점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었죠. 주변 환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면서 차별화된 고급스러운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백화점과 하우스, 호텔의 DNA를 결합해 우아하고 세련된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홍콩의 디자인 스튜디오(AWOSA Work of Substance)와 협업하여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푸드홀 역시 기존 백화점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다이닝과 주류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1년간 인테리어 설계팀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공간의 디자인 통일성을 유지했고, 와인과 푸드홀 바이어들이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경쟁력을 높였다. 또한 푸드홀 외에도 와인을 전략적 카테고리로 설정해 1층에 약 400평 규모의 파인 와인(fine wine) 전문관 ‘와인셀라’를 입점시켰다.


무엇보다도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차별화 포인트는 운영 방식에 있다. 일반적인 백화점이 저녁 8시에 문을 닫는 것과 달리, 이곳은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또한, 입점한 12개 레스토랑 모두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소개되는 브랜드로, 그동안 2호점 출점을 고집스럽게 거부했던 미식 브랜드들이 처음으로 백화점에 둥지를 틀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1986년 아버지가 시작해 아들까지 2대째 운영하는 유서 깊은 스시집 ‘김수사’,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의 손자인 윤주성 씨가 뉴욕에서 선보인 ‘윤해운대갈비’, 1932년부터 4대째 이어져 온 도쿄 최고의 장어덮밥 전문점 ‘우나기 4대째 키쿠카와’,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 높은 성수동의 ‘바위파스타바’, 그리고 키보 남준영 셰프의 ‘키보 아츠아츠’ 등이 있다. 푸드홀은 시간별로 조도까지 조정할 정도로 세심하게 운영된다. 낮에는 여유롭게 식사를, 저녁에는 술을 곁들인 자리를 즐길 수 있도록 시간대별로 50~400룩스 사이에서 밝기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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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의 파라다이스

최근 개관한 ‘신세계 마켓’은 기존 백화점 식품관을 전면 리뉴얼한 공간으로, VIP 고객의 비중이 20~30% 높은 핵심 카테고리인 슈퍼마켓을 한층 더 고급스럽게 재해석했다. 장보기 고객의 실질적인 니즈를 신세계만의 시각으로 풀어내며, 기존 슈퍼마켓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의 백화점 슈퍼마켓과 차별화해 장을 보면서도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습니다. 반찬, 치즈바, 프리미엄 그로서리, 쌀 방앗간 등 익숙했던 상품군도 더 다양하고 고급스럽게 재구성하는 데 집중했죠.”


신세계 마켓은 자체 기획 상품과 커스터마이징 쇼핑 서비스, VIP 맞춤형 서비스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장보기의 매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공간 설계는 뉴욕 프라자 푸드홀을 디자인한 JBI(Jeffrey Beers International)가 맡았으며, 러시안 바로크 양식을 차용해 웅장한 기둥과 화려한 장식을 강조했다. 입구 천장의 화려한 벽화에는 상상 속 과일과 나뭇잎을 담아 풍요와 번영의 의미를 담았다. 외부 공용 공간에는 유럽의 아케이드를 연상시키는 천장과 파사드를 적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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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한 쇼핑 경험

신세계 강남점의 슈퍼마켓 리뉴얼은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리뉴얼 후 이 공간은 서울권 백화점 중 최대 규모인 600평으로 재탄생했다. 매장은 신선식품과 프리미엄 가정식 전문관, 그로서리 매장 등 세 구역으로 나뉜다. 신선식품의 경우 바이어가 직접 자체 소싱과 기획을 통해 직영 브랜드를 론칭하며 고객들에게 한층 더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인다. 이를테면 신세계가 농가와 함께 품종과 재배 기법을 연구해 품질을 높인 ‘셀렉트팜’ 과일이나 벼 품종부터 모내기, 농법까지 관리한 프리미엄 쌀 ‘소식재배미’ 2종 등 계약재배나 지정 산지를 통한 기획 상품과 자체 브랜드를 대폭 강화했다. 수산 코너에는 제주 해녀 해산물을 새롭게 브랜딩한 ‘해녀의 신세계’를 론칭했다. 또한 축산 코너에서 백화점 업계 유일의 정육 자체 브랜드인 ‘신세계 암소한우’와 ‘신세계 프라임 포크’를 확대하기도 했다.


반찬 카테고리에는 고객의 식탁에 그대로 올려도 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바이어가 진정성 있는 셰프들과 직접 만나 브랜드를 하나하나 기획했고, 고객들이 장을 볼 때 어떤 부분을 더 채워줄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다고. 밑반찬 중심에서 벗어나 손님 접대용 일품요리, 선물용 반찬, 당뇨 환자식 등 케어 식단까지 확대했다. 넷플릭스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조서형 셰프가 론칭한 반찬 브랜드 ‘새벽종’과 ‘대치동 요리 선생님’으로 불리는 우정욱 셰프의 간편식 브랜드 ‘수퍼판 델리’가 단독 입점했다.


그로서리는 일상적인 식재료를 완벽하게 갖추면서도 쇼핑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바이어들이 직접 해외의 다양한 박람회에 참가하며 독자적인 상품군 강화에 집중했고, 기존에 없던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프랑스 전통 레시피를 담은 고급 식재료 브랜드 ‘사보이성스’, 공정무역 초콜릿, 이탈리아 가정식 소스 및 통조림 브랜드 ‘마달레나’ 등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국내 최초로 선보일 수 있었다. 기존보다 면적을 2배 확대한 그로서리 매장에서는 미식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최고급 식재료도 있다. 이탈리아의 명품 트뤼플 브랜드 ‘타르투플랑게’의 생生 트뤼플과 프랑스 최초 캐비아 브랜드 ‘프루니에’의 캐비아 등 산해진미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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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혁신하는 큐레이션


가장 인상적인 점은 ‘맞춤형 쇼핑’ 서비스다. ‘쌀 방앗간’에서는 원하는 쌀 품종과 도정 정도를 선택하면 즉석 도정이 가능하며, 현장에서 쌀가루를 빻아 바로 떡을 만들 수도 있다. 국내 최초로 육수 팩을 직접 제조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발효:곳간’ 매장에서 멸치, 대파, 버섯 등 21가지 재료를 선택하면 이를 즉석에서 분쇄해 티백 형태로 포장해 준다.

또한, 고객이 고른 과일을 바로 소분해 주거나, 치즈와 꿀, 원두를 시식한 후 원하는 양만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즉석에서 따뜻한 홈메이드 수프를 담아가는 ‘수프 바’도 운영된다. 선물 전담 코너인 기프트 컨시어지도 맞춤형 서비스 중 하나다. 신세계 마켓 내 모든 상품을 원하는 대로 골라 선물 세트를 구성할 수 있다.

VIP 고객을 위한 혜택도 강화됐다. 에메랄드 클럽 이상 VIP 고객에게는 과일, 반찬 등의 정기 구독 할인 서비스가 제공되며, 블랙 다이아몬드 이상 VIP 고객은 결제한 장바구니를 냉장·냉동 보관해 주는 서비스, 발렛 라운지까지 짐을 옮겨주는 포터 서비스, 전용 계산대 등의 편의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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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식품관의 탄생


신세계 마켓의 공용 아케이드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인기 있는 베이커리 ‘보앤미(BO&MIE)’의 국내 1호점, 미국 스페셜티 커피 ‘인텔리젠시아 커피’, ‘오설록’ 등도 입점했다. 신세계 마켓에 이어서 신세계 식품관 리뉴얼 프로젝트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델리·건강식품 매장이 새로 단장 중이다. 이곳의 공사가 완료되는 올해 하반기에는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이 약 2만㎡(6천여 평)의 국내 최대 식품관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글 길보경 객원 기자
사진 강현욱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신세계백화점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국내 리테일 공간의 새로운 차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
▶ : file no.1 : ‘하이퍼엔드’로 나아가는 백화점 식품관
: file no.2 : 모두의 목적지가 되는 공간을 향해
: file no.3 : 미식과 쇼핑을 동시에! 장보기의 파라다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