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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제주도 ‘베케’의 두 번째 공간을 설계한 사람들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 강정윤, 이창규 소장
제주도의 조경가 김봉찬 대표가 운영하는 정원 중심의 공간 ‘베케(VEKE)’가 지난 5월 8일 새로운 모습을 정식으로 공개했다. 3년을 할애하여 베케의 두 번째 공간을 완성한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의 강정윤, 이창규 소장이 말하는 맥락을 읽는 건축 그리고 환경과 건축의 조화로운 공존 가능성에 대하여.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의 사무실인 '청수 목월재'의 중정에서 강정윤, 이창규 소장을 만났다. ⓒ헤이팝

전통적인 제주도 집을 떠올려보자.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돌담과 정낭, 그리고 정성스레 엮은 초가지붕이 절로 떠오르지 않을까. 이처럼 개성 강한 제주 건축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심도 있게 연구하는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의 이창규, 강정윤 소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는 2014년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에 지은 ‘제주 어머니집’을 시작으로 제주도에 뿌리를 내렸다. 건축사사무소 ‘구가도시건축’에서 함께 합을 맞춰온 두 소장은 ‘제주다운’ 건축이 무엇인지 직접 마을을 방문해 연구 조사를 하며 건축으로 직접 실현해 왔다. 작년인 2023년에는 청수 곶자왈과 산양 곶자왈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그들의 사무실 ‘청수 목월재’가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그 실력을 입증했다. ‘제주건축연구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이창규 소장은 지난 5월 30일에는 ‘시대성을 관통하는 제주건축찾기’라는 주제로 열린 〈2024 세미나 제주건축담소〉에서 ‘상명리 돌창고’ 프로젝트를 통해 제주의 건축과 풍경을 이야기하며 활발한 담론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에 지은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의 첫 프로젝트 '제주 어머니집'. ⓒ김형석
지난 5월에 문을 연 정원 중심의 공간 '베케(VEKE)'의 전경 ⓒ박영채

그들은 지난 5월 8일에 정식으로 오픈한 정원 중심의 공간 ‘베케(VEKE)’의 두 번째 공간에 참여하여 정원에 건축적 시각을 부여했다. 제주 서귀포시 효돈동에 고요하게 자리한 베케는 자연주의 조경가로 잘 알려진 김봉찬 대표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기존 카페로 사용되던 공간을 뮤지엄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세 채의 건물과 이를 잇는 회랑을 추가로 지었다. 베케의 두 번째 공간을 설계한 두 소장이 조경가와 합을 맞춘 과정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어떤 시간을 지나쳐 건축과 정원의 조화를 끌어냈을까?

Interview with 강정윤, 이창규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 소장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의 강정윤(좌), 이창규(우) 소장. ⓒ헤이팝

— 사무실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는 어떻게 해서 제주에 자리 잡게 되었나요?

이창규 2014년에 제 부모님께서 의뢰하신 농가 주택을 제주도에 설계한 ‘제주 어머니집’ 프로젝트가 큰 계기였어요. 완공하고, 서울로 돌아가 회사를 차릴 계획이었는데 농가 주택을 보신 분들에게서 근처에 다른 프로젝트를 맡아줄 수 있냐는 문의가 들어오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이어 나가다 보니 자연스레 제주도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창규 소장의 부모님이 의뢰한 농가 주택은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의 시작이 되었다. ⓒ김형석
'제주 어머니집'의 침실에서 바라본 풍경 ⓒ김형석

— 제주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과 제주도라서 시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텐데요. 제주도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어떤 즐거움과 어려움을 겪나요?

강정윤 예전에 ‘젊은건축가상’ 파이널에서 한 심사위원께서 “풍경이 좋은 데서 건축하니까 너무 좋겠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아니기도 해요. 풍경이 좋은 곳은 대체로 풍토가 거세거든요. 비바람도 세차게 불고, 태풍이 거칠게 오기도 하죠. 또 다른 어려움은 해석할 수 있는 주변 건물의 맥락이 부재한 점. 특히, 저는 서울 출신이어서 대도시에 익숙한 사람이에요. 제주도로 이주한 뒤에, 비어 있는 땅에서 건축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와 자주 마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자 하는데, ‘옛 건축가들은 이렇게 건축했겠구나’라고 짐작할 때가 있어요.

 

이창규 저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 서울로 상경한 사람인지라 다른 관점인데요. 과수원이나 임야와 같은 넓은 땅에 설계하는 일이 오히려 수월해요. 늘 자연 풍경에 둘러싸여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의 문맥을 읽어낼 수 있거든요. 사실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건 직업의식을 다해 완성도 높은 건물을 짓고자 하는 제주도의 시공사를 찾기 힘들었어요. 설계했던 대로 구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서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날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날보다 많았죠. 지금은 상황이 보다 나아졌지만요.

 

— 두 분이 이전에 함께 근무했던 구가도시건축의 조정구 소장님이 둘이 같이 일하는 건 어떨지 먼저 제안하셨다고요. 동업하면서 어떤 부분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나요?

강정윤 이미 합을 맞춰온 사이였기에 동업하면서 크게 의견 다툼이 없었어요. 보통 부부나 친구가 함께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 프로젝트를 나눠서 진행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지금까지 약 14년 정도 함께 일하고 있는데 일을 나누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진행합니다. 건축 프로젝트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당연히 어느 시점에서는 지치기도 하는데요. 둘이 지치는 시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끝까지 완성하는 편이에요.

 

이창규 출신지와 배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른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점도 작업에 깊이를 더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죠. 저희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의 돌담 위에 얹혀진 제주 감귤창고의 형상을 한 '슬로보트' 프로젝트는 김한준 사진작가의 작업실 겸 거주 공간이다. ⓒ김한준
'슬로보트' 프로젝트의 건축주인 김한준 사진작가는 "맞춤옷을 지어 입은 것 같다"는 피드백을 전했다. ⓒ김한준

— 그동안 거주 공간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해 왔습니다. 거주 공간은 상업 공간과 달리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할 텐데요. 이러한 지점에서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강정윤 클라이언트의 삶이나 생활이 공간에 녹아들길 바라며 사람을 면밀히 살핍니다. 본격적인 설계에 앞서 설문지를 보내 드리고 그분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죠. 이후 거주지에 방문해 실제로 사용하는 가구를 살펴보면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관찰하기도 해요. 제주도 애월읍에 지었던 김한준 사진작가의 ‘슬로보트’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작업실 겸 거주 공간이었는데 “맞춤옷을 지어 입은 것 같다”는 피드백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창규 거주와 상업 공간을 구분해서 다르게 접근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기본적으로 그 건물이 위치하는 땅에 어울리는 건축이어야 하고, 특히 주거 공간은 편안해야 하죠. 세월이 흘러서 보아도 멋있는 건축물이길 바라요. 유행을 따르거나 소위 ‘사진이 잘 나오는’ 공간보다는 직접 와서 경험했을 때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해요. 강정윤 소장이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을 살피는 이유도 그래서이죠. 그분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저희 나름의 해석을 더해 조화가 이루어진 공간을 완성합니다.

 

— 2022년에 완공한 ‘동일리 k주택’과 같은 경우에는 주거 공간에 사용하는 경우가 드문 거친 질감의 마감과 화장실의 푸른 타일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건축 자재를 선정하나요?

이창규 장소와 건축주에 따라 건물의 전체적인 뉘앙스가 달라집니다. 동일리의 경우에는 바닷가 바로 앞인지라 지리적으로 태풍을 피할 수 없는 조건이었죠. 마침, 건축주분도 카리스마있는 스타일이어서 그분의 성향과 거센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거친 질감의 재료를 쓰고자 했어요. 또, 바닷바람에 섞인 염분으로부터 건물의 부식을 보호하기 위해 외장재를 콘크리트가 아닌 벽타일을 사용했어요.

빛이 새어 들며 벽면의 거친 질감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동일리 K주택' 프로젝트. ⓒ이상훈
'동일리 K주택'의 욕실 벽면에는 마치 푸른 바다와 같은 빛깔의 타일이 사용되었다. ⓒ이상훈

—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전체적으로 훑어보았더니 목재를 다양하게 활용하더라고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사무실인 ‘청수 목월재’도 마찬가지이고요. 목재의 어떤 매력에 이끌리나요?

강정윤 제주도의 날씨가 습하다 보니까 목재를 많이 사용한 집일수록 습도 조절이 잘 돼서 쾌적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핀란드 헬싱키 공과대학에서 ‘Wood Program’을 수료한 경험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전 직장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도 한옥을 연구하고 작업하면서 목조 주택이 주는 따스함과 고즈넉함을 마음 깊이 느꼈어요.

 

이창규 저는 제주도 출신이어서 한옥을 많이 경험해 보지 못했어요. 구가도시건축에서 일하며 한옥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됐죠. 모두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구조로 짜여 있고 구조에 따라 공간의 느낌도 달라지는 점에 매료되었어요. 온기와 풍요로움을 한옥과 같은 목구조에서 느낄 수 있죠.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청수 목월재' 프로젝트는 '2023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박영채, 이상훈
1970년대 흰 외관의 주택을 개조한 '순한곶 제주' 프로젝트의 입구 ⓒ이상훈

— 70년대 주택을 개조하여 아이들을 위한 체험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순한곶 제주’ 프로젝트를 보면, 재생 건축에도 관심 있는 것 같더군요.

강정윤 순한곶 제주는 제주 구도심의 마을 조사를 막 마친 시점에 만나게 된 프로젝트였어요. 지속적으로 1960-70년대에 지어진 집을 연구하고 조사하고 있거든요. 제주도의 전통 건축 이후 지어진 집에 대한 고민을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거치며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어요. 기존 모습은 그대로 두되, 새롭게 손봤다는 느낌만 들도록 신경 썼죠.

 

— 가장 최근에 공개된 정원 중심의 공간 ‘베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강정윤 베케의 김봉찬 대표님이 저희에게 연락하기 전에 이전 공간을 담당하셨던 최정화 작가님과 함께 구상한 새로운 공간 계획이 있었어요. 당시 ‘주변을 거닐 수 있는 건축’과 ‘건물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하신 게 기억납니다. 저희의 언어로 해석해서 여러 채의 건물을 하나의 회랑으로 연결하는 건축을 제안하게 되었죠. 첫 프레젠테이션 때, 건축 모형뿐 아니라 지형도 다 계획해서 가져갔어요.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건축하면서 땅이나 나무를 매만지는 일까지 건축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거든요. 김봉찬 대표님과 최정화 작가님이 매우 흡족해하면서 “이대로 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진행할수록 실질적으로 운영에 필요한 공간이 추가되어 계속 건물이 커지더라고요.

 

— 오픈까지 3년이 소요됐다고요.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기까지의 변화 과정이 궁금합니다.

강정윤 5차 미팅을 진행하기 전까지는 이어지는 세 개의 건축물에 하나의 회랑이 관통하는 형태였어요. 매우 개념적인 건축이었는데 운영 측면을 고려하다 보니, 공간을 이동하려면 문을 계속 열고 오가야 해서 공간 사용자들의 이동이 불편할 수 있겠더라고요. 편의를 위해 새롭게 건물을 배치했죠.

기단과 땅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베케'의 C동 건물 하단부. ⓒ박영채
정원 중심의 공간 '베케'의 두 번째 공간을 따라 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정원을 다양한 각도로 마주하게 된다. ⓒ박영채

—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강정윤 자연과 어울리도록 최대한 건축적인 조형 어휘를 자제했습니다. 초기 건축 모형을 보시면, 단순한 개념이지만 그래서 건축이 강하게 드러나는 형태였어요. 통로가 일직선으로 쭉 이어지는 구조였거든요. 마치 런웨이처럼. 그래서 길을 꺾기로 했어요. 길이 구부러지기도 하고, 오르내리기도 하면서요. 대신 건물은 최대한 단정하게 지었죠. 마지막까지 작업하면서 지붕의 돌출부인 처마가 짧아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어요. 계속 보다 보니까 지금의 형태가 건축과 조경이 서로 어울리는 최적의 건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마가 더 길어졌으면 인상이 세졌을 터니까요.

 

이창규 처음 베케에 미팅하러 갔을 때, 기존 베케 공간에서 나와 정원으로 걸어갔더니 서향의 빛이 찬란하게 들어오더라고요. 자연을 잘 느끼기 위해서는 빛도 중요한 요소라는 걸 깨달았죠. 빛을 어떤 식으로 공간에 들이고, 빛이 실제로 내부에 들어왔을 때 무슨 느낌일지 많이 고민했어요. 특히, 모든 공간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최소 일대일 대응으로 배치하고자 했습니다. 입구에 자리한 카페에도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공간이기에 맞은편에 삼각형 정원을 두어 하늘이 보이는 설계를 제안했죠.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화장실에도 작은 정원을 마련했어요. 정원을 작게라도 만들고, 그 안에서 조경가와 식재할 수 있는 환경인지 아닌지를 협의하면서 규모를 조정해 나갔습니다.

 

— 베케에 방문했을 때, 길을 걷다 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다양한 각도로 정원을 볼 수 있었던 이유에는 치밀한 설계가 있었기 때문이었군요.

강정윤 김봉찬 대표님과 건축물과 자연이 만나는 미세한 경계부를 어떻게 문질러서 흐릿하게 만들지 고심했거든요. 그래서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졌을 거예요. 조경가와 처음부터 협업한 작업이기에 가능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케'의 공간 어디에서나 시야에 녹음을 가득 머금을 수 있다. ⓒ박영채

— 자연과 건물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강정윤 제주도의 ‘조냥정신’이 떠오르네요. 절약하는 정신을 뜻하는 말인데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음 깊이 새기고 있어요. 제주도 옛날 집을 보면 주변의 나무보다 높게 지은 집이 없어요. 바깥의 좋은 풍경을 내부에서 모두 바라보고 싶다는 욕심도 없고요. 땅을 아껴서 쓰기도 해요. 상추를 키우거나 꽃을 심어서 텃밭이 되고, 정원이 되는 거죠.

 

이창규 건축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자연에 내어주는 공간을 만들어두고 스며들며 건축이 완결될 수도 있죠. 건물이 주인공이 아니어도 자연과 균형을 맞추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려고 해요.

 

— 특히, 제주도는 한라산과 곶자왈 등에서 만날 수 있듯 특유의 생태가 아름다운 섬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고자 이곳을 찾고 있죠. 공사를 동반하는 건축은 어쩌면 자연을 훼손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환경과 건축의 조화로운 공존 가능성에 대해서는 희망적인 편인가요?

이창규 저는 희망적이에요. 지금 제주도에는 건축 계획 심의나 경관 심의 등의 규제가 꽤 많거든요.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타지역에 비해서 자연의 보존이 잘되고 있는 편이에요. 많은 관광객이 제주도에 자연을 보러 오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이에 필요한 시설들이 개발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막을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쟁점은 얼마나 자연스럽게 제주 환경에 어울릴지, 고밀도가 아닌 저밀도로 개발이 될지에 있다고 봅니다.

 

강정윤 제주도는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60만 명이 사는 도시이거든요. 그들이 생활하는 데 있어 필요한 기반 시설과 향유할 만한 문화 시설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잘’ 계획해서 ‘잘’ 짓는 일이 언제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연구 조사가 바탕이 되어야 하죠. 연구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져 있다면, 당위성을 찾아서 그 장소에 가장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지으려고 할 거거든요.

편안한 사무실의 분위기 속에서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 강정윤(우), 이창규(좌) 소장과의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헤이팝

— 앞으로는 제주도에서 어떤 건축을 하고 싶나요?

강정윤 ‘제주다운’ 공공 건축을 하고 싶어요. 한눈에 봐도 제주도의 관공서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건축물을 짓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목재를 많이 사용한 공공 건축물도 욕심이 나고요.

 

이창규 전시 공간은 기능적으로 작품 보호를 위해 빛을 차단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지만, 제주도의 빼어난 풍광을 적절하게 섞어서 보여줄 수 있는 전시 공간을 구상할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어요.

글 성채은 기자

자료 제공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

성채은
희망과 다정함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는 낙천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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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베케’의 두 번째 공간을 설계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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