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어마켙은 일자리의 폭이 줄어들어 취업이 어려운 빈곤노인들에게 보다 나은 일 환경을 조성하는 사회적기업 ‘아립앤위립’에서 운영하는 소셜 브랜드다. 이들은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노인들의 이야기를 2030 세대에게 전달해 청년과 노인이 소통할 수 있도록 제품과 콘텐츠를 만든다. 현재 전체 구성원 중 11명이 노년층 직원이다.
*파트타이머 포함
그동안 ‘노인과 함께 브랜드를 꾸려 나간다’는 색다른 접근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왔는데, 작년 2월 코스메틱 브랜드 스킨푸드와 컬래버레이션 한 ‘당근패드’ 기획 세트는 젊은 세대의 뜨거운 관심으로 그해 11월 두 번째 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빈곤 노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함께해 온 마음이 통한 순간이 아닐까. 파트타이머로 시작해 정규직까지, 6년간 함께해 온 79세 옥자 할머니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팝업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과 함께한다. 무인양품은 친환경을 실천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자는 기업 이념 아래, 지역의 다양한 창작자를 소개하고 소비자와 연결시키는 ‘오픈무지(openMUJI)’를 운영하고 있다.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브랜드라면 어디든 환영이라고. 무인양품 강남점에는 이러한 브랜드나 창작자를 소개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4층 매장을 한바퀴 돌고 3층으로 내려가는 곳에 위치한 전시 공간은 6주 단위로 변경된다. 본래 3층에서 운영하던 공간을 4층으로 옮기며 보다 넓고 쾌적한 환경이 갖춰졌다고 한다. 더불어 강남점은 42개 매장 중에서도 방문 연령대가 가장 젊은 편으로, 청년들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가 2030 세대와 가까워지기에 제격인 곳이기도 하다.
움츠렸던 마음을 활짝 피워 줄 특별한 꽃집
“
누구나 언제든지 활짝 필 수 있어, 젊잖애(젊잖아)
신이어마켙
팝업스토어에 들어서면 옥자 할머니가 남긴 활기찬 메시지가 먼저 반겨준다. 꽃피는 3월, 새롭게 피워낼 일에 두려움을 갖고 주춤하는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공간은 꽃집을 콘셉트로 꾸며졌다. 중앙에 배치된 책상 서랍을 열어보면 ‘허허 웃어요’처럼 짧지만 괜스레 마음에 와닿는 문구들을 볼 수 있다.
잘 못 쓴 글자도 수정하지 않는 굿즈?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들은 웹으로 변환하며 생긴 노이즈를 제거하는 것 외엔 수정 작업을 거치지 않는다. 손이 무뎌 실수한 그림도 제품에 녹여내는 것이 브랜드 철칙이라고. 실제로 ‘할매 ·할배 손 글씨 스티커’, ‘옥자 할머니 손 그림 엽서’ 등을 잘 살펴보면 오탈자에 엑스 표시가 그대로 인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완벽함보다 서투름을 담아낸 굿즈는 오히려 귀여운 포인트가 된다.
‘신이어 자판기’에 고민 털어놓고 처방 받기
‘신이어 자판기’는 청년들이 가지는 고민들에 유쾌한 방식으로 조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판기다. 돈, 가족, 사랑, 진로, 일 등 어떤 고민이든 상관없다. 메모장에 고민을 적어 자판기에 넣고 레버를 돌리면 랜덤으로 시니어의 메시지가 적힌 메모를 얻을 수 있다. 팝업 이전에도 운영된 ‘신이어 상담소’의 답변들 중 유익하고 재미있는 문구를 선정했다고 하니 팝업에 방문한다면 꼭 체험해 보길 바란다.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지금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단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신이어마켙은 올해 79세를 맞은 옥자 할머니도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며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70세가 넘은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신이어마켙과 무인양품에게 청년과 노인이 어떻게 어우러져 함께 일을 하는지, 시니어 구성원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Interview with 신이어마켙, 무인양품
아립앤위립 심현보 대표, 김도연 마케터
무인양품 커뮤니티 팀 이세영 팀장
― ‘신이어 자판기’가 공간의 포인트 같아요. 자판기에 넣은 고민들은 언제 답변되나요?
심현보 적어주신 고민들을 어르신들이 바로 답변해 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어르신들께 압박이 되면 진정 어린 답변이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고요. 대개의 브랜드는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저희는 공급자를 우선순위로 생각합니다. 어쩌면 불친절한 브랜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대신, 그동안 나왔던 인상깊은 답변들을 모아 출판한 < 일단 살아 봐 인생은 내 것이니까>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작년에 시니어 정규직 인원을 점차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히셨어요. 현재는 1분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계시는데요. 올해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까요?
심현보 저희는 이제 정규직에 대해 논의하지 않기로 했어요. 청년층에게 ‘정규직 전환’은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하지만 어르신들은 정반대더라고요. 실제로 저희와 함께 일하시던 어르신 다섯 분께 정규직 전환을 권유했었는데, 모두 거절당했어요. 언제 몸이 안 좋아질지 모르고 또 아플지 모른다고요. 세대 간 고용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정규직 채용에 더 이상 힘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저희와 좀 더 면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직접 고용을 시도해 보려 합니다.
*현재 신이어마켙은 직접 고용이 아닌 노인일자리지원기관 ‘한국시니어클럽협회’를 통해 노인을 고용하고 있다.
― 다양한 브랜드와 많은 협업을 진행했어요. 신이어마켙의 다음 행보도 궁금한데요.
심현보 한 가지 스포하자면 전국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와 협업을 준비 중이에요. 제품 패키지에 저희가 참여하기로 했는데요. 아마 이번 팝업이 끝나고 한 달 뒤면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 팝업을 아직 방문하지않은 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김도연 불과 몇 년 전 같은 건물의 어학 학원을 다녔어요. 그래서 학생들의 심정을 더 잘 아는데요. 일상에 지친 이들이 팝업을 즐기고 위로를 받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심현보 현대 사회는 세대 간 존중하는 모습이 많이 사라졌어요. 청년과 노인 사이에 오해도 많죠. 사실 이기적인 청년과 노인은 극히 일부인데 말이예요. 저희가 마련한 팝업에서만큼은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세영 신이어마켙의 취지를 많은 분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저희 커뮤니티 팀이 함께 기획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무인양품을 찾는 불특정다수의 고객분들이 우연치않게 들어온 팝업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가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글 이신영 콘텐츠 매니저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신이어마켙, 무인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