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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9

사람의 탈을 쓴 강아지

윌리엄 웨그만 비잉 휴먼 전.
부잣집 도련님을 연상시키는 여유로운 포즈. 하지만 눈빛에는 어딘가 삶을 권태롭게 느끼는 이중성이 담겨있다. 다부진 몸매와 잘 어울리는 강렬한 빨간 재킷은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 제품. 모델이 된 주인공은 바로 강아지다. 미국 현대사진작가 윌리엄 웨그만 William Wegman이 그의 반려견을 모델로 찍은 작품 <키Qey>다.
Casual ©William Wegman

 

자신의 반려견을 모델로 삼아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한 현대사진작가 윌리엄 웨그만. 작가 특유의 연출력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윌리엄 웨그만의 사진을 모은 전시회 <윌리엄 웨그만 비잉 휴먼Being Human>이 2021년 7월 8일부터 9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여섯 번째로 서울에 도착한 순회 전시다.

 

 

윌리엄 웨그만

윌리엄 웨그만은 바이마라너 반려견을 모델로 한 사진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사직작가다. 사진을시작하기 전 1970년대 서부 개념미술을 이끈 인물이자 초창기 비디오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위대한 예술가에게는 뮤즈가 존재하기 마련. 웨그만의 경우는 50여 년 전 그의 가족의 일원이 된 반려견이다. 독일에서 사냥한새를 물어오는 목적으로 개량한 바이마라너Weimaraner 품종인 이 개에게 웨그만은 가장 존경하는 사진작가의 이름을 본 따 ‘만 레이Man Ray’라는 이름을 붙였다. 카메라 앞에서 능숙한 모델의 자질과 열정을 뽐내는 만 레이는 작품의 영감을 불어넣는 원천이었다.

 

                                                                    윌리엄 웨그만과 그의 반려견 (사진출처= williamwegman 인스타그램)

 

웨그만은 회화, 드로잉, 사, 영화, 비디오, 서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모든 작품에서 바이마라너 반려견의 모습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의 예술의 중심에는 반려견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웨그만은 즉흥적이고 우연한 순간을 포착해 대형 폴라로이드 사진에 담았다. 폴라로이드 시대가 저물자 디지털 사진으로 방향을 전환했는데 새로운 매체에서도 폴라로이드 사진의 특징들을 적용했다. 웨그만의 작품 세계에는 반려견이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작가는 엄선된 세트장, 의상, 소품을 통해 입체주의, 색면회화, 추상표현주의, 구성주의, 개념주의를 포함한 예술 사조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있다.

웨그만 작품의 주제는 과연 반려견에 불과한 것일까? <비잉 휴먼> 전시에는 주부, 우주 비행사, 변호사, 성직자, 농부, 도그 워커 등 각양각색의 의인화된 반려견 모델이 등장한다. 자신감에 찬 위풍당당한 태도에서부터 유약하고 결단력 없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사진에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키워드로 전시 미리보기

우리 같은 사람들

바이마라너를 통해 용접공에서부터 농장 소년, 보안관 그리고 성직자에 이르기까지 사회 여러 계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웨그만의 작품 <캐주얼Casual> 작품 속의 바이마라너는 여유롭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마치 홀로 부유한 현대적인 집에서 살 것만 같다. 하지만 동시에 부자의 삶이 지루해 보이는 이중성을 가져 흥미롭다. 바이마라너가 착용한 빨간 목걸이, 니트, 바지의 매치는 시골 신사의 화려함과 우아함을 보여준다.

 

Farm Boy ©William Wegman

 

환각

‘환각’이라는 단어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으며, 정신적인 방황을 일컫는다. 바이마라너의 방랑자 기질은 윌리엄 웨그만의 작품 <오늘의 심리 Psychology Today>에서 적절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명처럼 환각은 사람의 마음에 의해 만들어지는 허상이며, 다소 왜곡된 방식으로 욕망의 충족을 형상화하는 상상의 시나리오이다. 관람객은 환각의 상태에서 반으로 나누어진 개의 모습이나 어둠 속에 보이는 개의 혼령을 볼 수 있다.

 

Psychology Today ©William Wegman

 

색채면

색면 회화는 미국의 영향력 있는 예술 운동의 한 부분이다. 웨그만의 오래된 파트너, 바이마라너는 이 시기를 짧게 살았지만, 작품 속의 바이마라너들은 매개자로서 이를 반영한다. 웨그만의 작품 <흘린 모양새Cursive Display>는 색면 회화와 동시대에 발생한 미술 사조인 추상표현주의의 영향도 엿볼 수 있다. 영리한 바이마라너의 모습에서 잭슨 폴록의 제스처 기법이 연상된다고 비평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Cursive Display ©William Wegman

 

보그

바이마라너의 진지하고 무표정한 모습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시크함은 패션쇼와 광고 모델이 되기에 완벽하다. 바이마라너는 클래식한 정장부터 캐주얼한 평상복까지 아우르며 침착하게 소화한다. 웨그만의 작품 <키>에서 바이마라너는 마크 제이콥스 재킷에 열쇠 모양의 시그니처 펜던트를 목에 걸고 있다. <오른쪽을 보는Looking right>에서는 잘 다려진 트렌치 코트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Looking Right ©William Wegman

 

 

유제이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240)
일자
2021.07.08 - 202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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