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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9

봄을 마중하는 일곱빛깔 패션 트렌드

엔데믹 시대, 어떤 스타일이 유행할까?
마스크 없이 맞는 3년만의 봄이다. 이 찬란하고 안온한 계절을 누구보다 근사하게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콕 집어 정리했다. 지금 새로운 멋을 꽃피우는 패션 트렌드 7.

핑크와 그린

봄을 닮은 예쁜 색이 한꺼번에 온다. 달콤한 핑크와 싱그러운 그린이 그것. 엔데믹 시대의 첫봄을 축복하듯 긍정과 희망의 기운을 촉촉히 물들이는 이 두 컬러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사진 출처 | 2023 SS 펜디

핑크는 봄 그 자체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베이비 핑크부터 주홍빛을 살짝 머금은 플라밍고 핑크, 팬톤이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 강렬한 푸시아 핑크까지, 작년보다 한 뼘 더 넓어진 스펙트럼으로 봄내음을 가득 안긴다. 파릇파릇 그린의 향연도 만만치 않다. 특히 감미로운 민트 그린과 청량한 라임 그린이 돋보인다. 이 예쁜 색들을 더 힙하게 즐기고 싶을 땐, 예쁜 애 옆에 또 예쁜 애 느낌으로 핑크와 그린을 함께 걸친다.

 사진 출처 | 2023 SS 크리스토퍼 케인, 에트로

언밸런스 스커트

스커트 길이와 경제의 상관관계는 20세기 패션을 매우 흥미롭게 기록했다. 그 정확한 논리는 깨진 지 오래지만, 동시대의 다양한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스커트 길이에 미묘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가장 힙한 트렌드로 부상 중인 언밸런스 스커트의 실루엣이 시선을 붙든다. 마치 여전한 불안과 좋아질 거라는 희망이 뒤섞인 요즘의 모습 같달까. 그 들쑥날쑥한 실루엣이 만드는 유려하고도 예측불허한 멋은 올해 패션 신 곳곳에서 나풀거릴 전망이다.

사진 출처 | 2023 SS 코페르니

새로운 언밸런스 스커트의 핵심은 우아함에 있다. 댕강 잘려진 높낮이가 아닌 자연스럽게 흐르는 비대칭 길이와 부드러운 원단의 조화는 내딛는 걸음걸음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쌓는다. 그렇다고 너무 힘없이 축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다. 예를 들면 코페르니의 화이트 스커트와 록의 베이지 튜브톱 드레스처럼 우아한 엣지를 간직해야 한다. 상하의의 색을 통일하거나 아예 한 벌로 나온 셋업 룩을 선택하면 보다 쉽게 그 은근한 실루엣의 힘을 걸칠 수 있다.

 사진 출처 | 2023 SS 록, 스텔라 맥카트니
 사진 출처 | 2023 SS 에트로, 스텔라 맥카트니

카고 팬츠

멋쟁이 팬츠 딱 하나만 고르라면 주머니가 포인트인 카고 팬츠를 추천한다. 몇 년째 메가 트렌드 자리를 꿰차고 있는 Y2K 패션은 올해 실용미가 돋보이는 카고 팬츠로 세기말 감성을 소환한다. 짤막한 쇼츠부터 무릎 길이의 버뮤다, 헐렁한 데님과 치노, 매끈한 실크 팬츠까지, 커다란 주머니만 달려 있다면 그 자체로 힙하다. 팬츠 대신 주머니 달린 스커트를 선택해도 괜찮다. 10분만에 남자를 유혹했던 ‘텐미닛’의 이효리처럼, 배꼽을 살짝 드러내고 골반에 툭 걸쳐 입으면 더욱 예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주머니 위치에 따라 다리가 짧아 보일 수도 있으므로 꼭 확인한다.

 사진 출처 | 2023 SS 지방시, 베르사체

데님

남녀노소, 사시사철을 가리지 않는 데님의 클래식하고도 자유로운 감성이 올해 대폭발 할 태세다. 일명 연청, 중청, 찢청, 돌청 등 각양각색 워싱부터 팬츠, 재킷, 베스트, 뷔스티에 등 다양한 아이템까지, 올해 패션 신에서의 데님은 만사형통 형국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뭐? 내 취향에 맞는 데님부터 사수하는 스피드!

사진 출처 | 2023 SS GCDS

봄 데님을 가장 힙하게 즐기는 방법을 요약하면 이렇다. 상의는 딱 붙게, 하의는 헐렁하게, 아우터는 오버사이즈 실루엣으로 선택한다. 팬츠가 고루하게 느껴진다면 미니스커트 혹은 슬릿이 깊게 들어간 맥시 스커트를 고른다. 하얀 탱크톱이나 무지 티셔츠처럼 베이식 아이템과 조합하면 가장 클래식하다. 마지막으로 데님의 감성을 만끽하고 싶을 땐 주저없이 ‘청청패션’을 연출한다.

 사진 출처 | 2023 SS 버버리, 디온 리
사진 출처 | 2023 SS 보테가 베네타

란제리 룩

편안하고 캐주얼한 원마일웨어가 팬데믹 시대를 강타했다면 엔데믹 시대는 보다 은밀하고 관능적인 라운지웨어가 외출을 서두른다. 그 중에서도 보일 듯 말 듯한 시스루 슬립, 브라 톱, 코르셋, 이브닝 가운 등 속옷을 모티프로 한 부드러운 란제리 룩이 봄의 로맨스를 담당할 전망이다.

사진출처 | 2023 SS 버버리 ​

그렇다고 진짜 속옷처럼 입으라는 건 아니다. 농염함보다는 섬세하고 여리여리한 감성을 살리는 것이 관건인데,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우선 너무 튀는 색상은 피한다. 오히려 단아하고 담백한 색감일수록 로맨틱한 감성을 우아하게 부각한다. 또한 커다란 재킷 안에 슬쩍 보이는 브라톱, 티셔츠 위에 레이어드한 뷔스티에, 성긴 니트 스웨터 밑에 걸친 시폰 스커트처럼 강약의 대비와 반전의 묘미를 살린다. 매력적인 란제리 룩의 승패는 늘 아슬한 한 끗이 가르는 법이다.

 사진출처 | 2023 SS 록, 지암바티스타 발리
 사진출처 | 2023 SS 샌디 리앙, 크리스토퍼 케인

컷아웃 디테일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곤 한다. 이번 시즌 그 매개체는 컷아웃 디테일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3를 정주행하며 새삼 또 느꼈다. 옆구리에 난 구멍사이로 슬쩍 드러난 살갗, 등이 뚫린 반전 드레스가 남기는 뒷태의 관능미! 드라마 속 수많은 파티 신에서 포착된 컷아웃의 멋과 여운은 생각보다 더 강렬했다. 목선, 가슴, 어깨, 등, 옆구리, 치골 등등 어떤 신체부위도 좋다. 때로는 대범하게, 때로는 포인트로 은근하게, 컷아웃이 선물하는 신선한 노출의 멋을 즐길 시간이다.

 사진출처 | 2023 SS 알렉산더 맥퀸, 스텔라 맥카트니
사진출처 | 2023 SS 디온 리, 클로에

글리터링

반짝이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집에만 머물렀던 시간은 존재만으로도 빛이 나고 눈이 부신 것에 대한 동경을 한껏 키웠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던 글리터링 패션이 이제는 달리 보인다. 걸치는 순간 안색을 환하게 해 예뻐 보이는 데다 화려한 멋이 확실히 시선을 끈다. 지금 이 순간 더욱 반짝거릴 수 있는 이보다 쉬운 방법이 또 있을까. 이런 비슷한 생각들이 모여 빛나는 유행이 탄생했다.

사진출처 | 2023 SS 보테가 베네타, 샤넬

새로운 글리터링 패션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과거에는 과유불급, 과하지 않게 포인트로 입으라 조언했다면 올해는 만끽하라고 조언하겠다. 다다익선이다. 시퀸, 펄, 크리스털, 광택 가죽과 새틴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서로의 반짝임을 드높이는 연출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실버 룩처럼 한 톤으로 빛을 증폭하는 것이 포인트. 샤넬처럼 비비드 컬러까지 얹는다면 언제 어디서나 주목받는 빛나는 당신과 마주할 것이다.

박선영 객원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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