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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5

세운상가의 풍경을 그리다

10명의 작가가 담아낸 도시와 산업 현장.
서울시는 건축, 디자인, 미술,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 종사하는 10명의 작가가 세운상가군 일대를 관찰하고 이미지를 만들어 낸 일러스트레이션 워크숍 <세운도면 : 도시를 그리는 방법>(이하, 세운도면)의 결과물 전시를 6월 19일부터 27일까지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진행한다.

세운도면은 지난 5월부터 한달동안 세운상가군 일대에서 활동하는 기획자, 건축가, 아키비스트와 함께한 드로잉리서치와 일러스트레이터 권민호가 진행한 일러스트레이션 워크숍으로 운영되었다.

세운상가군 일대는 기계금속, 공구, 조명, 인쇄 등 다양한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서, 독특한 산업경관을 가지고 있으며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볼 수 있는 도시구조가 현존하는 장소이다. 또한 현재 재개발과 산업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어 도시 기록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리기라는 활동을 통해 세운상가군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기록하며 도시를 경험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으며 전시 관람 후 일러스트레이션의 모태가 되는 세운상가군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다.
전시 포스터
김규연 - 철, 빛, 소리 : 세운-공간을 채우는 것들

 

김규연 – 철, 빛, 소리 : 세운-공간을 채우는 것들

워크숍 기간동안 을지로에는 비가 왔다. 철공소 골목을 지날 때 반짝이는 철가루가 비에 섞여 대기 중에 내리는 모습은 그 자체가 을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빗물 속에는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 신발에 묻어온 흙, 눈이 부시게 불 튀기던 용접의 빛 등 여러 흔적이 녹아내려 있었다. 이러한 을지로라는 공간에 녹아내린 여러 흔적들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김민주 - 아직 남아있다

 

김민주 – 아직 남아있다.

2016년, 초보건축가에게 을지로는 꽤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저렴한 임대료에 사무실을 구할 수 있었고, 점심 식후 산책만 다녀도 온 사방이 건축이었다. 을지로에는 자세히 보아야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손에 맞춰 제작한 도구, 집기, 마음을 다잡는 멋진 글씨의 사훈, 금속가루가 주름마다 박힌 바닥, 각종 프로파일들의 단면, 오래되어 여러 색으로 도색된 벽들, 바닥에 떨어진 고철조각에서 발견한 그 아름다움들은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2021년, 빛나는 눈동자의 주인공들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그 때의 나를 사로잡았던 흔적들을 다시 찾아본다. 아직 존재한다.

 

김진선 - 걷고, 보고,듣고, 기록하고 그리고 그리기

 

김진선 – 걷고, 보고,듣고, 기록하고 그리고 그리기

5월 중순부터 한달동안 세운상가군 일대 인쇄, 금속, 철강, 정밀, 목공 등 수많은 장소와 다양한 경로의 골목길을 계획과 무계획 사이를 오가며 발견한 것들을 모았다. 그러다 문득 이곳의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걸으면서 달라지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다가오며 ‘시간, 공간, 사람과 함께 그 순간의 소리’에도 귀기울여 보게 된다. 너무나 다양한 요소들이 풀어진 듯 정렬되어 군집을 이루면서도 조화롭게 상생하는 을지로처럼, 이번 수집물들도 그런 조화로움이 발현되기를.

 

문율 - 움직이는 것들은...

 

문율 – 움직이는 것들은…

철공소와 정밀 기계 공장 수십 곳이 있는 밀집해 있는 을지로의 철공업 골목은 그 폭이 매우 협소하고 굽이졌다. 따라서 그에 알맞은 스케일의 운송 수단이 필요했다. 자전거, 손수레, 리어카가 바로 그것이다. 을지로 일대의 도심제조업 네트워크 덕에 그러한 운송 수단이 더욱 특화되어있다. 이번 작업에서는 을지로 골목의 운송 수단과 그 주변에서 얻은 시각적 이미지들을 한데 엮어 보이고자 한다.

 

박민지 - Machine 82396001

 

박민지 – Machine 82396001

알 수 없는 일련번호들과 기계 부품들로 꽉찬 세운상가 건물은 마치 잠자고 있는 거대한 기계, Machine 같다. 1968년 모더니즘적 유토피아를 꿈꾸며 최초의 주상복합단지로 이름을 널리 알린 세운상가는 이제는 잠자듯이 조용히 활동하고 있는 공간이 되었다. 대량생산된 작은 부품들은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기억의 물건이 되었다. ‘Machine 82396001’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 조합들이 무작위로 찍혀 있는 작은 부품들을 발굴하는 작업이다.

 

박지수 - 버내큘러 세운도면

 

박지수 – 버내큘러 세운도면

나의 ‘세운도면’은 세운만의 역동적인 에너지에 관한 이야기다. 도시와 함께 존재하지만 이방인은 잘 인지하지 못하는 노동 현장에서 제조 공정을 내포한 증거물들을 찾았다. 이 오브제들이 목도한 삶의 장면들을 느리게 흐르는 영상처럼 그렸다. 과거에 거쳤을 공정의 속도감, 리듬감, 쓰임새에 따라 자연 변형이 일어났을 것 같은 부분들이다. 버네큘러 vernacular의 생산 흔적은 제조 장인들의 느리지만 꾸준한 움직임이 담긴 세운만의 도면이다.

 

백소현 - 을지록

 

백소현 – 을지록

나는 기억과 기록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다. 이 워크샵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또한 청계천의 사라져가는 풍경을 기록한다는 데에 있었다. 그것도 손그림으로 말이다. 나는 드로잉이 가지는 힘을 믿는다. 단순하게 결과물이 가진 고유하고 특별한 느낌보다도, 대상을 관찰자의 시선에서 아로새기는 과정은 우리의 기억을 한 층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워크샵을 통해 한 겹씩 쌓아올린 나의 단편적이지만 입체적인 기억의 기록이다.

 

서유리 - 을지로

 

서유리 – 을지로

을지로에서 일하는 거칠고, 투박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그 자리에 당연하게 존재하는 듯한 사물들도 발견했다. 이곳의 시공간을 드러내는 사물과 글자를 포착하면서 철공소 사람들의 일상의 공간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전면에 배치한 이미지는 프로파간다적 성격을 띠고 있다. 나의 이미지가 그들의 투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을지로 골목에 관계된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곳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안진주 - 요지경 을지로

 

안진주 – 요지경 을지로

을지로는 나에게 요지경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나를 찌를 것 같은 날 선 수직과 수평이 오가는 회색 서울 한복판에서 너무나 경이로운 요지경 을지로를 들여다보니 이상하리만치의 평온함과 위로가 있었다. 7살이 된 동글동글 아들의 볼을 만지며 나는 본다. 작은 구멍을 통해 보이는 청계천의 출렁이는 무지개의 사랑을. 빛바랜 해바라기 사진과 살구색 돼지 저금통 사이로 보이는 고양이-등-섬을. 바다의 커다란 울부짖음 같은 파랗고 파란 지붕-파도를. 철 가루들이 흩날리는 흑색뿐인 하늘과 바다 사이로 불을 밝히는 아저씨들을.

 

정솔 - 당신이 지나쳤을 을지로

 

정솔 – 당신이 지나쳤을 을지로

핸드폰의 지도로 들여다보아도 감이 잘 안 잡히는 곳. 이방인에게 불친절한 곳. 그것이 내가 을지로에 가진 첫인상이었다. 참여 관찰자로서 바라본 을지로는 꽤 재밌는 구석이 있었다. 상가에 모여있는 90년대 문방구 게임기들, 곳곳에 숨어있는 세련된 카페들, 그리고 파란 하늘에 빗금을 죽죽 그은 전신주의 전선들까지. 어딘가 이상한 이 조합은 을지로가 근대와 현대 그 사이 어디쯤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방인의 눈으로 가장 평범한 을지로의 모습을 조금은 색다르고 재미있게 기록했다.

 

 

자료 협조 서울시

장소
세운상가 세운홀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159)
일자
2021.06.19 - 202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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