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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7

감동으로 밀려오는 색의 회화

정주영 작가의 <그림의 기후>, 갤러리현대
아스라이 펼쳐지는 구름 흔적, 산등성이의 봉긋한 곡선, 하늘에 산란한 빛깔의 스펙트럼… ‘산의 작가’로 알려진 정주영 작가가 하늘과 구름, 대기의 풍경으로 시선을 넓혀 그려낸 그림들이다. 여러 방향 수없는 붓질로 쌓아 올린 화면은 성큼 다가오기보다 천천히 눈 속에 스며든다. 추상같기도, 구상 같아 보이기도 한 화면 앞에서 여러 닮은 모습들을 상상해 보며 그림과의 대화는 시작된다.
정주영, M21, 2021, 린넨에 유채, 170 x 210 cm 갤러리현대 제공

아스라이 펼쳐지는 구름 흔적, 산등성이의 봉긋한 곡선, 하늘에 산란한 빛깔의 스펙트럼… ‘산의 작가’로 알려진 정주영 작가가 하늘과 구름, 대기의 풍경으로 시선을 넓혀 그려낸 그림들이다. 여러 방향 수없는 붓질로 쌓아 올린 화면은 성큼 다가오기보다 천천히 눈 속에 스며든다. 추상같기도, 구상 같아 보이기도 한 화면 앞에서 여러 닮은 모습들을 상상해 보며 그림과의 대화는 시작된다.

정주영 전시 전경, 2023 (작품 왼쪽부터) [갤러리현대] 정주영, M40, 2022, 린넨에 유채, 210x160 cm, 정주영, M41, 2022, 린넨에 유채, 210x170 cm 갤러리현대 제공

정주영 작가의 개인전 <그림의 기후(Meteorologica)>가 3월 26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산의 작가’로 통하는 정주영 작가의 ‘알프스’ 연작 최신작과 더불어 하늘에 시선을 돌려 제작한 새로운 ‘M’ 연작까지 총 60여 점의 작업을 소개한다. 정주영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산의 풍경을 그려왔다. 작가는 단원 김홍도나 겸재 정선의 산수화 일부를 차용해 대형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했으며 북한산, 인왕산, 알프스 등 국내와 해외의 산들을 그렸다.

정주영, Alps No.24, 2021, 린넨에 유채, 210 x 170 cm 갤러리현대 제공

풍경을 본다는 것은 생생한 대상의 경험을 총체적이며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그려내는 것이며, 풍경과의 조우는 여전히 새롭고 나날이 새로운 ‘생생화화 生生化化‘ 인식과 정신의 지평을 여는 일이다.

-정주영 작가
정주영 전시 전경, 2023 갤러리현대 제공

Ι 관념과 추상을 넘어선 풍경의 초상

2018년부터 알프스 연작을 제작하던 작가는 웅장한 자연을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확장했다. 산과 바위에서 하늘로, “재현할 수 있는 것에서 재현할 수 없는 것으로, 알 수 있는 것에서 알 수 없는 것으로 회화적 방법론이 이행해갔던 것”-(작가 노트 중에서)이다. 정주영 작가가 산을 그리는 방법은 일반적인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를테면 개념 혹은 심상의 산인데, 누군가의 얼굴, 손, 뒷모습, 다리처럼 신체의 일부를 연상하게 한다. 그림을 보면서 끊임없이 상상을 이끌어내며 나와의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정주영, M11, 2020, 린넨에 유채, 100.5 x 80.5 cm 갤러리현대 제공
정주영, M15, 2020, 캔버스에 유채, 46 x 38 cm 갤러리현대 제공

산은 형체가 있지만 하늘은 없다. 무한한 공간이 주어진 것이다. 작가는 수없는 붓질을 통해 하늘의 구름, 일출, 일몰의 순간을 캔버스에 펼쳐낸다. 작가는 ‘형태를 추구하는게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쨍한 느낌보다 색이 배어나는 느낌이 드는 것은 회색을 표현하더라도 여러 가지 색을 끊임없이 얹어서 표현하기 때문. 마치 대기에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등 다양한 기체가 혼합되어 있는 것처럼. 전시의 부제이기도 한 ‘기상학(Meteorology)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공기, 물, 땅에 관한 여러 기후 현상을 관찰하고 기술한 동명의 책 이름에서 기인한다. 하늘 연작의 이름도 맨 앞 글자를 따서 M 연작이라 부른다.

정주영, M41, 2022, 린넨에 유채, 210 x 170 cm 갤러리 현대 제공

“어느 날 거대한 먹구름을 보고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왜 먹구름은 회색 구름, 폭풍 구름이 아니라 먹구름일까, 구름에 어떤 이름을 붙일까 생각하는데 내가 고민할 틈도 없이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며 흘러가버리더군요. 그래서 구름은 모호한 존재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부터 특별한 회화적 장치로 기능했어요. 동양 산수화에서는 혼돈이자 생성의 공간. 서양에서는 중세 시대 천사와 함께 등장하는 신성한 존재에서 근대 과학이 발전하며 비와 폭풍을 내리는 변화무쌍한 존재가 됩니다. 마치 터너의 구름처럼요. 저한테 구름은 하늘과 산을 연결하는 매개이기도 하지만 구름이 가진 혼돈, 흐림과 모호함이 ‘형태 없는’ 제 작업의 개념과도 연결점이 있습니다.”

각기 모양도 크기도 다른 캔버스를 동일한 간격을 두고 배치했다. 정주영 전시 전경, 2023 갤러리현대 제공
정주영 전시 전경, 2023 갤러리현대 제공

전시는 총 3개 층으로 구성된다. 1층에서는 ‘M’ 시리즈 연작을, 1층에는 일몰과 관련된 작업을, 2층은 구름을 그린 그림들을 배치해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하늘로 상승하는 듯한 느낌이다.

정주영 작가, 갤러리현대 제공

정주영 작가(b. 1969년)는 1992년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1997년 독일 쿤스트 아카데미 뒤셀도르프, 네덜란드 드 아뜰리에를 졸업하였으며, 쿤스트 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얀 디베츠(Jan Dibbets)교수로부터 마이스터슐러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한국종합예술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누크갤러리(2021), 이목화랑(2020), 갤러리현대(2017, 2013), 몽인아트센터(2010), 갤러리 175(2006), 아트선재센터(2002), 금호미술관(1999)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그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신세계 갤러리, 아트선재센터, 몽인아트센터, 경기도 미술관, 대구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자료 제공 갤러리현대

프로젝트
<그림의 기후>
장소
갤러리현대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14
일자
2023.02.15 - 2023.03.26
링크
홈페이지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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