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극,〈Hanji 시리즈〉 / 김경찬,〈Cosmo 시리즈〉
이미지 제공: 우란문화재단
다시 만나는 문화, 술에 대하여
옛 선조들의 삶 곳곳에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우리들의 일상 깊숙이 스며든 술. 술은 부정적인 음주 문화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 어떤 음식 문화보다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문화적 소산으로서 의미가 크다. 전시 <밤이 선생이다>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술의 의미와 더불어 술과 함께 이어져온 풍류의 개념을 소개한다. 옛 술자리에서는 술을 단순히 기호음료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시를 짓고 악기를 연주하며 계절변화를 느끼고 즐기는 음풍농월의 풍류가 있었다는 점이 지금 다시 생각해 볼 만하기 때문. 당시 풍류란 나에게 집중하며 차분하게 내면의 세계로 침잠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태도는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시간일 수 있다.
전시에 참여한 김경찬, 박성극, 오마 스페이스, 조덕현, 조성연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은 옛사람들이 술을 대하는 태도를 느껴보고 지금 우리의 술 문화를 반추하며 앞으로 이어나가야 할 문화에 대해 함께 고민한 결과로서 자리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극장으로 활용되는 우란2경에서 선보이게 되어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오감을 자극하는 몰입형 체험의 시간을 마련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마음으로 작품 하나하나에 몰입하다 보면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감각을 통해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
전시 제목 <밤이 선생이다>는 황현산 작가의 동명의 책에서 차용했다. 이 문장은 프랑스의 속담 ‘La nuit porte conseil.’을 저자가 자유 번역한 말로, 직역하면 ‘밤이 좋은 생각을 가져오지’라는 말로 해석되며, 어떤 고민에 빠진 사람에게 한 밤 푹 자고 나면 해결책이 떠오를 것이라고 말하는 따뜻한 위로의 인사와 같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술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를 되새김과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대에 풍류를 즐기던 선조들의 태도를 빌어와 우리가 이어 나가야 할 술 문화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더 나아가서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사유의 시간을 가져 보길.
기획 정지영, 백승의
참여 작가 김경찬, 박성극, 오마 스페이스, 조성연, 조덕현
아트 디렉팅 오마 스페이스
그래픽 디자인 메이저 마이터리티(윤현학)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우란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