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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퍼포먼스 아트의 진화, 조안 조나스의 예술세계

독일에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을 중심으로
지난 9월 9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독일 뮌헨의 하우스 데어 쿤스트(Haus der Kusnt)에서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조안 조나스(Joan Jonas)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조안 조나스는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에 있어서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후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등 그들과 지속적인 교류 및 협업 관계를 구축해온 작가다. 본 전시는 독일에서 열리는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전시로, 다국적 협업의 접근 방식을 조망하고 반복되는 주제에 따라 매체와 시간을 변형시키는 작가의 역동적인 실천을 추적한다.
Joan Jonas, VG Bild-Kunst, Bonn 2022, Foto: Maximilian Geuter

한계에 부딪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이 나를 끌어들입니다.

조안 조나스

조나스의 작업은 주로 미술사를 기반으로 고대 전설, 미신, 문학, 역사를 테마로 삼아 융복합적 행위 아래서 이행된다. 그녀는 젠더, 스토리텔링, 일상적인 체험과 관련된 개념들 그리고 설치와 퍼포먼스에서 공간이 가지는 의미 등 다양한 주제를 연결하는 예술적 실험을 추구했다. 조나스는 대학에서 조각과 미술사를 공부한 후 1960~1970년대 뉴욕 미술 신에서 공연이 등장했을 때 창시자 중 한 명이었다. 조나스는 1960년대 중반, 전공 분야인 조각의 표현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매체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특히 비선형적인 내러티브 구조에 있어서 존 케이지(John Cage)나 클레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 그리고 춤을 공부했던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의 작업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시각예술가와 댄서의 협업을 목도한 조나스는 퍼포먼스의 가능성에 이끌렸다. 당시 여성 작가에게 있어서 퍼포먼스는 정체성의 문제, 즉 여성으로서 느꼈던 사회적 불평등, 신체의 일방적인 대상화, 여성 작가에 대한 편견 등 관습적 모순을 조명하는 데 효과적인 매체로 활용되어 페미니즘 미술의 초석을 다졌다. 조나스가 창안한 독자적인 퍼포먼스는 실제 시공간에서의 경험과 지각을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면에서 개념미술이 지닌 다소 역설적인 기능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또한, 프로세스 아트의 개념에 입각해 페인팅과 조각이 어떻게 퍼포먼스로 전환되는지, 실시간 라이브 퍼포먼스가 관람자의 시간적 경험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탐구도 주목할 만하다.

Joan Jonas,Installation view, Haus der Kunst, 2022, VG Bild-Kunst, Bonn 2022 Foto: Maximilian Geuter

페미니즘 운동이 성행했던 1970년대에는 여성의 사회적, 정치적, 성적 정체성에 관련된 기존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디오 퍼포먼스가 제작된다. 당시 퍼포먼스와 비디오의 만남은 기록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른 뉴미디어로서의 인식이었다. 여성작가에게 있어서 개인적 표현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대두된 비디오라는 매체는 조나스의 작업에서 중축을 이루었던 퍼포먼스와 결합한다.

Joan Jonas, Moving Off The Land II, Installation view, Haus der Kunst, 2022, VG Bild-Kunst, Bonn 2022 Foto: Maximilian Geuter
Joan Jonas,Installation view, Haus der Kunst, 2022, VG Bild-Kunst, Bonn 2022 Foto: Maximilian Geuter

작가 자신을 반영하는 자화상과 거울에 반영된 이미지의 나르시시즘에 초점을 맞춘 초기 작업들은 비디오를 단순한 기록 매체가 아닌 숙고적 매체로서 고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나스는 비디오 모니터에서 텔레비전 스케일과 라이브 공간 스케일 사이의 서로 다른 인식 효과를 폭넓게 사용한다. 그것은 즉 비디오가 공간을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오브제로 존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작가에게 비디오는 반영의 도구를 넘어선 메타포이자 퍼포먼스의 한 문맥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Joan Jonas, Wolf Lights, 2004-2005, © Joan Jonas / VG Bild-Kunst, Bonn 2022

이번 전시는 기존의 퍼포먼스나 설치 작업을 매체적으로 변형시키고 발전시키는 조나스의 방법론에 따라 연대기적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시기에 제작된 작품들 사이의 주제적이고 형식적인 상호 연결을 스케치하기 위해 프리즘적으로 펼쳐진다. 하우스 데어 쿤스트 건물 외부의 기둥 아래에 걸려 설치된 싱글 채널 비디오 ‘Wolf Light’(2004/5)는 관객을 가장 먼저 환영한다.

 

조나스 자신이 직접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진행한 이 작품은 여성 신체의 상징적 재현을 거부하고, 새로운 여성의 페르소나를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조나스의 작업에서 정체성 탐구의 출발점이 되었던 거울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가면은 위장을 통해 고정된 정체성에 관한 표현 방식이 다각적으로 모색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Joan Jonas, Rivers to the Abyssal Plain, 2021, Installationsansicht / Installation view, Haus der Kunst, 2022, VG Bild-Kunst, Bonn 2022 Foto: Maximilian Geuter

건물의 아트리움에서 만나게 되는 최근작 ‘Rivers to the Abyssal Plain’(2021)은 유럽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작품으로 물에 대한 작가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다층적인 생태계 변화와 자연과 예술의 창조적 관계에 초점을 맞춘 ‘Reanimation’(2010/2012/2013)은 아이슬란드의 불가사의한 전설에서 모티프를 얻은 숭고하면서도 초현실적인 장면을 담은 작품으로 4개의 비디오 프로젝션을 병치함으로써 전시장의 심장부와 같은 설치 전경을 보여준다.

Joan Jonas, Reanimation, Installation view, Haus der Kunst, 2022, VG Bild-Kunst, Bonn 2022 Foto: Maximilian Geuter
Joan Jonas, Reanimation, Installation view, Haus der Kunst, 2022, VG Bild-Kunst, Bonn 2022 Foto: Maximilian Geuter

얼음, 눈, 물고기, 황량한 자연 풍경이 연속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고, 과거 작업의 일부가 반복적으로 중첩된다. 이 작업은 2000년대 이후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환경 이슈에 대한 작가의 관심사를 반영하며 점점 인간이 아닌 생명체와 생태계를 예술적 고찰의 중심에 두는 조나스 작업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 중세 아이슬란드 동화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이전에도 아이슬란드 락스데라(Laxdeala)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Volacano Saga’(1985-89)에서도 드러난다. 이 작품에는 당대 신기술인 블루 스크린 기법 효과로 주체 의식을 가진 강인한 여성을 신화적 인물이 등장한다. 또한, ‘Lines in the Sand’(2002)는 동시대 사회상을 배경으로 신화적 내러티브를 업데이트하고 다시 쓰는 것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을 증언한다.

Joan Jonas, My New Theater, Installation view, Haus der Kunst, 2022, VG Bild-Kunst, Bonn 2022 Foto: Maximilian Geuter
Joan Jonas, Wind, Installation view, Haus der Kunst, 2022, VG Bild-Kunst, Bonn 2022 Foto: Maximilian Geuter

〈My New Theatre〉(1997-2006) 시리즈의 세 작품은 미니멀한 오브제, 프로시니엄 무대, 카메라 옵스큐라를 연상시키며 공간 조율과 환영을 통해 이미지의 프레이밍을 결합시킨다. 미국의 롱아일랜드 해변에서 촬영된 조나스의 첫 번째 무성 비디오 작품 ‘Wind’(1968)는 조나스를 포함한 등장 인물의 코트에 주변 풍경을 반영하는 거울을 부착했다. 이 작품을 위해 그녀는 영상 언어의 리듬과 공간적인 반응을 통해 일종의 대칭적인 안무를 고안했다. 바람은 하나의 캐릭터와 힘으로 표현되며 이러한 자연의 힘은 최근까지도 조나스의 작업에서 환경 문제로 지속적으로 등장할 만큼 중요한 주제다.

Joan Jonas, Mirror Piece I, Bard College, New York 1969 © Joan Jonas / VG Bild-Kunst, Bonn 2022
Joan Jonas, Performance, Mirror Piece I & II (1969/2018), VG Bild-Kunst, Bonn 2022 Foto: Franz Kimmel

이번 전시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두 개의 라이브 퍼포먼스로도 화제를 모았다. 조나스의 초기 퍼포먼스 중 하나인 〈Mirror Piece I & II〉(1969/2018)의 새로운 버전 〈Mirror Piece I & II〉(1969/2018)에서 15명의 퍼포머가 장착한 거울 오브제는 공간, 퍼포머들의 몸과 관객의 몸을 비추며 시선의 권력 구조와 젠더의 역할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한다.

Joan Jonas, Performance, Mirror Piece I & II (1969/2018), VG Bild-Kunst, Bonn 2022 Foto: Franz Kimmel
Joan Jonas, Performance, Out Takes. What the Storm Washed In, 2022, VG Bild-Kunst, Bonn, 2022 Foto: Franz Kimmel

또 다른 퍼포먼스 ‘Out Takes. What the Storm Washed In’(2022)은 유럽 초연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협상을 다룬다. 조나스의 1990년대 및 2000년대 미공개 영상의 영화적 시퀀스는 라이브 퍼포먼스와 내레이션, 조각, 이쿠에 모리(Ikue Mori)의 음악과 통합됨으로써 이번 회고전을 매핑한다. 범주화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조나스는 퍼포먼스 아트의 선구자로 출발하여 퍼포먼스와 공간을 통해 예술의 경계를 탐구함으로써 동시대 퍼포먼스 아트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팔십 대 중반의 나이에도 그녀의 예술이 여전히 젊고 현재진행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아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하우스 데어 쿤스트

프로젝트
<조안 조나스 회고전>
장소
하우스 데어 쿤스트
일자
2021.09.09 - 2023.02.26
참여작가
조안 조나스(Joan Jonas)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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