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더갤즈는 코로나 팬데믹 한 가운데에서 성장하며 브랜드 활동을 쉼 없이 펼쳐왔다. 상공간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묵묵히 견디며 잘 헤쳐온 그들이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들을수록 잘 쉬고 건강하면 좋겠다는 말이 형식적인 슬로건이 아닌, 진심 어린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롱드라이버스를 찾는 모두에게 전하는 안부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젊은 대표들의 진정성은 공간을 채우는 모든 요소, 메뉴 하나하나, 그리고 그들이 겹겹이 쌓아온 시간에 스며들어 전해진다.
롱드라이버스의 따스한 메시지가 방문객들에게 온전히 와닿은 것일까? 지난 6월, 부산의 비 내리는 여름날에 오픈한 공간은 금세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됐다. 소셜 미디어에 단순히 부산의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으로 소개되는 단편적인 글이 아닌, 롱드라이버스의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해 웨더갤즈에게 직접 물었다.
Interview 롱드라이버스
베리(김수완), 마고(김혜지), 리타(김윤지), 썸머(허재은) *공동 답변 진행
— 웨더갤즈를 소개해주세요.
웨더갤즈는 베리, 마고, 리타, 썸머 네 명으로 이뤄진 팀이에요. 부산의 전포동에서 롱드라이버스와 굿굿웨더(GOODGOODWEATHER)를 운영합니다. 베리는 웨더갤즈가 전개하는 브랜드의 기획과 공간 디자인을 총괄해요. 인테리어 감각이 남달라 여러 공간에서 컨설팅 문의도 받죠. 이번 롱드라이버스의 독특한 무드도 베리의 디렉팅으로 탄생했어요. 마고는 롱드라이버스의 핵심 업무를 맡고 있어요. 사업체 운영에 필요한 행정 업무부터 메뉴 개발까지 담당하죠. 요리에 내공도 깊은 마고가 없었다면 롱드라이버스만의 맛 좋은 디저트와 음료, 그리고 브런치 메뉴도 없었을 거예요.
썸머는 웨더갤즈가 운영하는 브랜드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책임져요. 로고, 굿즈, 포스터부터 메뉴판과 팻말까지 롱드라이버스의 디자인은 키치한 매력이 있어요. 모두 썸머의 손에서 만들어졌죠. 리타는 브랜드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을 담당해요. 사진, 영상을 비롯한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끼가 있는 친구예요. 저희는 리타가 가진 특유의 감각을 사랑해요. 평소에 웨더갤즈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웨더갤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는데요. 전반적인 채널 운영을 리타가 책임지죠. 공간과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부터 저희끼리 노는 일상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웃음)
— 어떻게 네 분은 한 팀이 되었나요?
베리와 마고가 기획한 굿굿웨더의 프로그램에 리타와 썸머가 종종 참여하며 인연이 닿았어요. 그러다 프로그램 외에 사적으로 서로 이야기 나눌 시간이 있었어요. 당시 베리와 마고는 공간의 미래에 고민이 많을 때였죠. 그런데 리타, 썸머 두 친구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루고 싶은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예요. 그때 베리가 이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우리 넷이 함께하면 더 많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겠다 생각한 거죠. 고민 끝에 두 친구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했고 지금 보시듯 네 명이 웨더갤즈로서 한 팀이 될 수 있었어요.
서로에게 언제나 고마운 마음이 커요. 리타와 썸머는 웨더갤즈로 인해 본인들의 취향이 삶 그 자체가 된 지금이 늘 신기하고 고맙다고 말해요. 우리의 취향이 짙게 묻어난 공간을 운영하고, 이를 함께 즐기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죠. 반면에 베리와 마고는 두 친구 덕분에 다시 에너지를 얻어 새로운 일을 펼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이야기해요. 모든 게 넷이 함께라서 가능했던 일이었죠.
— 지난 6월 27일 웨더갤즈의 롱드라이버스가 문을 열었습니다. 네이밍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브랜드 이름에 웨더갤즈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우리는 늘 함께 오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롱(Long)’이라는 단어에 꽂혔어요.
— 영감을 받았군요?
맞아요, 롱에 영감을 받아서 단어를 조합했죠.(웃음) 그러다 장거리 운전자를 의미하는 롱 드라이버스(Long drivers)가 생각났어요. 그들은 어느 한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사람들이죠. 우리도 웨더갤즈 안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고, 넷이 함께 있는 공간이니 ‘롱드라이버스’라고 이름 지으면 되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롱 드라이버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긴 인생을 운전하는 모두가 편히 와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네이밍에 담았어요.
— 공간을 슬쩍 둘러봐도 롱드라이버스가 추구하는 따스함이 느껴져요. 구체적으로 무얼 하는 공간인가요?
롱드라이버스는 ‘카페’라는 콘텐츠에 온전히 집중해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롱드라이버스 이전에 굿굿웨더를 4, 5년 운영하며 메뉴 개발, 인테리어, 콘텐츠 등 정말 많은 공부를 했어요. 배움은 끝이 없다지만, 이제 어느 정도 우리의 짙은 색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각 분야를 익히는 단계를 지나 내 것으로 만든 거죠. 저희는 모두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브랜드 슬로건이 “사랑해, 네가 잘 쉬고 건강하면 좋겠어! I love you, get a good rest and stay healthy!”에요. 메시지를 복잡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정성 가득한 음식과 공간의 분위기로 간결하게 전하고자 했어요. 사랑을 전하는데 맛있는 음식만 한 게 없죠!
그리고 네 명 각자 가진 끼와 관심사가 뚜렷해요.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누구보다 즐기고 열심히 하죠. 이번 롱드라이버스는 앞서 말씀드렸던 웨더갤즈 개개인의 역할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감각과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첫 번째 카테고리가 카페였어요.
— 공간 이야기를 좀 더 해 볼게요. 어쩌다 이곳에 자리 잡았나요?
기본적으로 꾸밈없는 날 것의 공간을 원했어요. 최대한 고치지 않고 쓸 수 있는 공간을 찾았죠. 저희는 구조, 층고처럼 공간 자체가 주는 힘을 믿거든요. 그러다 발견한 이곳은 원래 폐점한 바이크 숍이었어요. 지금 테라스 공간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덮여 폐허 같은 느낌을 줬죠. 막상 내부로 들어가니 우리가 상상하는 공간이 자연스레 그려지더라고요. 저희는 채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여기 온종일 있으면 새벽의 동향을 시작으로 남향, 서향까지 하루 내내 빛이 공간에 있어요. 늘 나침반을 들고 다닌 보람이 있었죠.(웃음) 아, 먼지 좀 털면 끝내주게 만들 수 있겠다 싶어 얼른 계약했어요.
—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도 주목받던데요?
많은 분이 유럽, 호주부터 멕시코, 미국까지 롱드라이버스를 이국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아무래도 카페의 간판이 주는 첫인상이 강해서 그러는가 봐요. 장거리 운전 중 휴게소처럼 들르려면 멀리서도 눈에 띄는 큰 간판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 나오는 사막 한복판의 그것처럼요. 반전이 있다면, 사실 저희는 롱드라이버스를 기획할 때 오리엔탈 무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동양적인 요소가 공간 곳곳에 녹아 있죠.
본래 공간이 간직한 모습을 최대한 드러냈어요.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 그동안 감춰졌던 테라스를 살렸죠. 그리고 펄 마감된 민트색 벽을 유지한 게 대표적인데요. 요샌 거의 시공하지도 않고 찾아보기도 어려운 색깔과 마감 방식이라 인테리어 도와주시는 분들의 반대도 심했어요. 잘못 활용하면 촌스럽고 지저분해 보이기 딱 좋았죠. 결국 저희가 추구한 건 흉내 낼 수 없는 롱드라이버스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거였어요. 이 벽만 보면 우리가 생각나길 바랐던 거죠.
— 롱드라이버스의 핸드 드로잉 디자인, 보라색 브랜드 컬러도 눈에 띕니다.
이번에 브랜딩을 하며 무엇이든 어렵게 하지 않고 싶었어요. 로고 디자인을 할 때는 ‘Long Drivers’라는 키워드 하나에 집중해 직관적이고 키치한 심벌을 만들고자 했고요. 남해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사람 실루엣이 제한 속도를 들고 있는 이색 표지판이 있어요.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로고를 만들었는데요. 브랜드 슬로건에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만큼, 사랑을 들고 있는 사람 모습으로 디자인했어요. 롱드라이버스의 시그니처 하트 프레첼을 매개로 장거리 운전자들에게 사랑을 전하려는 마음을 표현했죠.
브랜드 컬러는 공간을 찾는 모두를 품을 수 있길 바랐어요. 그러기 위해선 개성이 뚜렷한 색보다는 중성적인 색이 필요했죠. 저희가 가장 중성적이라고 생각한 컬러는 남색이지만, 거기에 롱드라이버스의 개성을 살짝 섞은 오묘한 보라색을 만들어 쓰고 있어요.
— 많은 브랜드가 소셜 미디어, 홈페이지 운영 등 브랜드를 알리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죠. 반면에 롱드라이버스는 새로운 브랜드임에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지 않던데요.
그 어느 때보다 마케팅을 쉽게 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매체가 워낙 다양하니 브랜드마다 어울리는 마케팅 방법도 다르죠. 하지만 저희는 손님들에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롱드라이버스의 다양한 즐길 거리를 미리 정해주고 싶지 않아요.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죠. 음식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롱드라이버스를 채워요. 공간에 한 두시간 편하게 있어 보면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죠.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SNS에 롱드라이버스를 포스팅하며 공간의 의미를 더해주고 계세요. ‘이국적인 분위기와 좋은 플레이리스트가 있는 곳’, ‘플랜테리어가 매력적인 브런치 맛집’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간을 표현해 주시죠. 무엇이든 좋아요. 자유롭게 공간을 이용하며 저희가 보지 못한 것도 경험하시길 바라요. 그다음이 마케팅이라 생각했어요. 천천히 우리의 속도로 공간을 찾는 분에게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하죠. 소통의 문턱을 낮춰 고객이 원하는 공간을 함께 만드는 것이 롱드라이버스가 원하는 마케팅이에요.
— 롱드라이버스의 대표 메뉴는요?
사랑을 담은 하트 프레첼이요. 프레첼을 활용한 메뉴가 많고 앞으로도 더 출시할 예정이죠. 플레이트는 프레첼과 같이 먹을 때 가장 맛있는 조합으로 구성했어요. 취향에 따라 빵과 곁들여서 먹어도 좋고, 따로따로 먹어도 좋죠. 너무 느끼하거나 질리지 않고, 든든한 한 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브런치를 선보이고 있어요. 우리 슬로건에 딱 맞게. 배부르게 잘 먹어야 푹 쉬고 건강하니까.
샌드위치도 소개해 드리면, 비주얼과 맛 모두 사랑스럽고 맛있게 느껴지도록 연구했어요. 특히 소스 개발에 공을 들였죠. 저희가 치즈도 정말 좋아해서 이를 활용한 메뉴가 많은 편이에요. 손님들이 치즈 브륄레를 많이 찾으시는데요. 치즈 폭탄에 달고 짜고 매운 맛을 전부 즐길 수 있어요. 결국 대표 메뉴라 하면 모두 좋은 재료로 만들었으니 여러 가지 다 드셔보시길!(웃음)
— 메뉴를 개발할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인가요?
언제나 기본이 제일 중요해요. 재료를 이것저것 추가하지 않고 빵에 버터만 발라 먹어도 맛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죠. 기교 부리지 않았지만, 롱드라이버스의 색이 드러나는 맛을 고민해요. 매일 구워내는 프레첼과 저희만의 사워도우가 그 고민의 흔적이에요.
— 롱드라이버스가 공간을 찾는 분들에게 어떤 기억을 주길 바라세요?
브랜드 슬로건대로 ‘여기서 나 정말 잘 쉬었다. 너무 맛있게 잘 먹고 좋았다.’ 이런 마음이 들면 충분해요. 이게 롱드라이버스에서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인 것 같고요. 이거 하나 생각하며 브랜드를 만들었으니까. 리타가 사람을 신기할 정도로 잘 기억해요. 그래서 오셨던 분이 또 오면 그걸 알아보고 너무 좋아하죠. 그런 의미에서 쉬고 싶을 때 또 오고 싶은 공간으로 기억되면 더 행복할 것 같아요.
— 지금까지 네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서로의 합이 참 잘 맞는 게 느껴져요.
결이 비슷한 네 명이 모여서 그런 것 같아요. 이제는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신뢰하죠. 각자의 개성이나 취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고요. 그래도 서로 냉정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설득해야 하는 순간도 있어요. 내 주장에 확신이 없으면 설득하지 못할 이유도 없죠. 이렇게 서로를 잘 알고, 비슷한 구석도 많으니 지금까지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저희는 웨더갤즈의 능력치를 믿어요.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해 주셨으면 해요.
글 이건희 객원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