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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원
2021-06-03

핑구와 함께 이야기를 만듭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승연

쏠트-호 by oneslist. 6월의 작가의 애정템 3개.

버섯같이 완만하게 둥글어진 머리, 꼬불거리는 갈색 털, 올망졸망 모여 있는 눈코입을 가진 강아지, ‘핑구’. 김승연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세계를 들여다보려면 꼭 마주칠 수밖에 없는, 문지기나 다름 없는 존재다. 핑구와 눈을 마주치며 그의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따스한 색감으로 동글동글 다듬어진 다양한 동물들, 사람들 그리고 식물과 사물들이 보인다. 그 안에는 그것들이 건네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들어주려 그가 매만진 손길이 녹아있다. 무해하고 다정한 그림들 이로 빙그레 웃고 있는 핑구, 그리고 쏠트-호 by oneslist. 6월의 작가로 선정된 김승연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나 보았다.

 

 

Interview 김승연

일러스트레이터

 

쏠트-호 by oneslist. 6월 일러스트

 

메인 이미지는 어떤 콘셉트인가요?

평소 종이에 인쇄하는 책 작업을 많이 하는데 이번 그림에선 그동안 잘 사용하지 못하던 총천연의 RGB 컬러들을 마음껏 쓸 수 있어 두근거렸습니다. 쏠트-호에 탑승하신 구독자분들이 메일을 열어 보았을 때,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길 바라며 트로피컬 무드의 산뜻한 컬러들을 활용했어요. 개인적으로 요즘 카를로 네이슨 Carlo Nason의 조명에 빠져있는데, 가질 수 없는 그 조명을 그림 안에 그려 넣어 사심도 채워 보았습니다.

 

김승연 일러스트레이터의 반려견, 핑구

 

‘핑구’라는 반려견을 기르고 있어요. 그림에도 핑구가 많이 등장하고요!

김핑구는 올해 아홉 살이 된 저의 뮤즈이자 최애 가족입니다. 무얼 하든 자기도 다 참여하려고 해서 ‘핑과장님’이란 직책을 맡고 있어요. 핑구가 허락하는 일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고 핑구가 싫어하는 일은 안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최근에 집과 작업실을 합치게 되면서 24시간 온종일 핑구와 있게 되다 보니 핑구 그림만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핑구는 저에게 영원한 애교쟁이이자 사랑스러운 천사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매운맛이기도 합니다.

 

동물행동권 카라 2021년 캘린더 삽화

 

핑구 외에도 동물 그림을 많이 그리시는 것 같아요. 사람처럼 옷을 입고 있기도 하네요.

아무래도 핑구가 있다 보니 강아지를 그릴 때 더 애정이 가고 그림에 디테일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귀여운 걸 좋아하지만 귀엽기만 한 건 싫어해서 대상에 얽힌 이야기나 관계, 환경을 그림에 많이 반영합니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만나보거나 평소 알고 지낸 강아지 친구들을 그리는 걸 선호해요. 제 그림 속 강아지들을 보면 옷도 입고 신발도 신고… 마치 반려견이 아니라 반려인 마냥 멋을 부리고 있는데, 돌이켜 보면 제가 강아지를 그리면서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던 것 같기도 해요.

 

 

작가님이 애정하는 물건 3가지를 소개해 주세요.

1. 블루독 베이비와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들었던 핑구 인형

2. 날개양품점 전시에서 신저 SHINJEO와 같이 작업했던 도토리 모자

3. 얼마 전 구매한 글로리홀 glory hole 캐스퍼 조명

 

블루독 베이비와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든 핑구 인형
날개양품점 전시에서 신저 SHINJEO와 같이 작업한 도토리 모자
글로리홀 glory hole 캐스퍼 조명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2017년 12월 북촌전시실에서 진행했던 <날개양품점> 개인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날그날 착장을 데일리로 그려 숙녀복 전문점이라는 컨셉으로 전시를 했는데, 전시 후 그림을 구매하셨던 분들께 한 달 동안 일일이 방문해 직접 그림을 전달하러 다녔어요. 제 전시에 놀러 오셨으니 저도 놀러 가겠다 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한 분 한 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제가 얻어가는 게 더 많았어요. 그때의 기억이 앞으로도 계속 창작하고 싶은 마음의 화수분이 되었어요.

 

 

앞으로 그려보고 싶은 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꿈과 목표가 궁금해요.

목표는 없지만 꿈은 있어요. 일이 너무 안 풀리는 것도 싫지만, 너무 잘 되고 유명해져서 얼마 안 가 쉽게 질리는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아요. 또 지금도 자유롭지만, 더 자유롭게 그리면서 돈을 벌어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이야기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면서 살고 싶어요. 할머니가 되어서 그동안 제가 만든 책들을 사람들에게 읽어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러기 위해 제 책이 지금보다 조금 더 많아지길 바라며 계속해서 그려나갈 생각입니다.

 

에디터
CURATED BY 소원
디자인을 하고 글을 씁니다. 따뜻한 햇살과 아이스 카페라떼를 원동력 삼아 책을 읽고 영감을 얻고 콘텐츠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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