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인테리어 디자이너 나탈리아 말라스카(Natalia Malarska)가 이끌고 있는 라 폴리 스튜디오는 모든 공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 주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개인 및 공공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역사를 소중히 여기며 클래시시즘(Classicism)에 특별한 애착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에 있어 클래시시즘에 기반을 두고 이를 다양하게 해석하여 적용하고자 한다. 동시에 트렌드를 뛰어넘는 인테리어를 위한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며, 독특함을 추구한다. 특히나 이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은 바로 인테리어의 작은 세부사항들이다. 이러한 디테일은 라 폴리 스튜디오에게 있어 매혹적인 공간을 열어주는 열쇠이다. 디테일을 담은 독특한 조각들이 하나하나 모여, 라 폴리 스튜디오의 모든 공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지름길을 오히려 피해 가고자 하며, 그 결과로 탄생한 창의적이며 응집력 있는 결과물들을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우아하고 분위기 있을 뿐만 아니라 기능성까지 갖춘 인테리어가 바로 이들이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인테리어이다. 이번에 소개할 두 곳의 매력적인 아파트에는 이처럼 라 폴리 스튜디오가 늘 추구해온 디자인 철학이 잘 드러나 있다.
먼저, 한 젊은 부부의 의뢰로 리노베이션된 아파트는 바르샤바의 한 소형 아파트였다. 라 폴리 스튜디오는 섬세하게 디자인된 다양한 주문 제작 작품들, 엄선된 빈티지 작품들과 로컬 아티스트의 벽화를 조합하여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나탈리아 말라스카(Natalia Malarska)는 소형 아파트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 끝에 개방형 레이아웃을 선택했다. 아파트의 거실과 주방, 다이닝 공간, 침실 등 주요 생활 공간은 오픈되어 있고, 작은 서재와 욕실만 분리되어 있다. 3개의 대형 창문, 높은 천장,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벽이 특징인 거실과 침실은 해가 잘 들어 밝고 통풍이 잘 되며 브라운, 캐러멜, 황갈색의 차분하고 우아한 컬러 팔레트에 주니퍼 그린 컬러의 악센트가 더해져 따듯하면서도 생기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간 전반적으로 기품 있는 헤링본 쪽모이 세공 마루가 복원되었고 오래된 기존 건물로부터 보존되어 있던 치장 벽토 벽 장식은 유지 보수를 통해 완성도 있는 모습을 띄게 되었다. 이러한 과거의 유산들은 아파트 내부에 우아함과 고전미를 더하며, 모더니스트 스타일의 다양한 가구와 인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공간을 통틀어 클래시시즘 스타일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주방 비스포크(bespoke) 캐비닛의 둥근 쉐입과 다양한 소재의 활용이 인상적이다. 우드에 차분한 컬러의 패브릭이 사이드에 덧대어져 있는 그 모양새가 독특하다. 한편, 화강암 상판과 황동 디테일은 클래시시즘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것이다. 작은 디테일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라 폴리 스튜디오의 정교함이 잘 드러나 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이 아파트에는 또 하나의 인상적인 가구가 있는데, 아르데코 스타일의 헤드보드가 있는 비스포크 침대가 바로 그것이다. 헤드보드에 덧씌워져 있는 패브릭은 지난번 한차례 소개한 바 있는 프랑스의 패브릭 브랜드인 피에르 프레이(Pierre Frey)가 직접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특히 시선을 강탈하는 트로피컬 스타일의 벽화는 한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장식용 오브제가 별로 없는 절제된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침대 양쪽에 나란히 걸려있는 조명은 나탈리아 말라스카가 대만에서 수입해온 것이며, 벽화와 어우러져 더욱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침대에 부착된 사이드 조명을 비롯하여 빈티지 무드의 조명들 역시 그녀가 직접 온오프라인의 앤티크 숍에서 직접 조달해온 것들이다. 아늑한 서재 공간에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접이식 비스포크 데스크를 배치했고 일본 풍의 인상적인 벽지는 마찬가지로 피에르 프레이(Pierre Frey)가 디자인했다. 창문이 없어 어두웠던 욕실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불투명한 유리창을 내어 화사한 채광이 드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그런가 하면, 라 폴리 스튜디오는 우아함이 돋보이는 또 다른 바르샤바의 아파트를 리노베이션 했다. 자칭 클래시시즘의 애호가이자 신봉자인 나탈리아 말라스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클래시시즘의 기본 원리에 그녀만의 스타일을 더해 신선한 스타일로 재창조하고는 한다. 의뢰인의 까다로운 취향과 더불어 스튜디오의 근면함이 녹아있는 이 아파트는 그 자체로 또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장인 정신과 맞춤형 디테일이 돋보이는 이 공간에서는 화이트 웨인스콧(white wainscott) 벽, 문과 벽의 스커팅 보드(skirting board)의 프레스코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비스포크 테이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클래시시즘의 특성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스튜디오가 직접 제작한 다양한 비스포크 가구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캐비닛과 가구들은 노출되는 곳에 매력적인 오브제들을 장식하여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보이지 않는 곳에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물건들을 스마트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거실에는 그리스 풍의 흉상이 과하지 않게 고전적인 감각을 더하고 미니멀한 형태의 소파, 밝은 색상의 꽃병과 벽에 걸려진 추상 아트가 공간에 모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부분의 조명은 영국의 조명 브랜드인 버트 프랭크(Bert Frank)의 제품들이며, 이 조명들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금박이 입혀진 벨벳 침대 헤드와 대리석 욕조는 고급 호텔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라 폴리 스튜디오는 화려하고 우아한 클래시시즘 인테리어가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공간을 디자인했다. 과거의 향수가 느껴지는 클래시시즘과 현대적인 모더니즘이 적절히 조화된 인테리어가 매우 독특하며, 이러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제작된 가구들 또한 인상적이다.
글 최새미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La Folie Studio